언론이 고인을 ‘OO女’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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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고인을 ‘OO女’로 만드는 방법

해일

언론사가 여성에게 이름을 붙여 소비하는 방식은 다양하고도 창의적이다. 다음은 언론사가 고인을 또다른 ‘OO녀’로 만드는 몇 가지 방식이다. 

1.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 혹은 어디에서 살해당했는지 붙여 준다.

‘트렁크女’(2015.09.15, 뉴스1), ‘가방女(2016.01.18 SBS <모닝와이드>), ‘사패산 사망女(2016.06.08 세계일보), ‘화성실종女(2015.03.26 세계일보), ‘강남 20대女(2016.05.18 뉴시스), ‘춘천 50대女(2016.05.21 연합뉴스), ‘수락산 60대女(2016.05.29 뉴시스,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공사장 백골 시신 20대女(2016.05.03 뉴시스), ‘안양 실종 20대女(2016.03.15 동아일보)

피해자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수법을 부각시키는 트렁크녀, 가방녀, 공사장 백골 시신 20대 녀 타입과 범행 수법이 특이하지 않을 때조차 여전히 ‘女’자를 포기할 수 없는 기자들의 몸부림 타입으로 나뉜다. 

2. 피해자의 직업을 강조한다.

'다방女’(2016.05.05 채널A), ‘성매매女(2015.08.26 헤럴드경제), ‘부동산업소 30대女’(2016.04.26 뉴시스) 모두 피해자의 직업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피해자가 어떤 일을 하든 그런 죽음을 맞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목은 피해자 귀책 프레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3. 가해자와의 관계를 부각한다.

‘25살 연상女’(2015.10.22 세계일보), ‘23살 연상女’(2016.03.22 디스패치). 피해자들에게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거인이기 때문이었다. ‘나이트 부킹女’(2013.02.23 노컷뉴스)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클럽에서 만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심지어는 알고 지내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알고 지내던 女’(2016.05.12 YTN)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러한 호칭은 고인이 손쉽게 성적 대상이 되도록 유도한다. 심지어 이들은 죽어서도 스스로가 가진 특징보다는 남성에 의해 규정됐다. 물론 아무런 고민도 창의성도 없었던 ‘알고 지내던 女’는 말고. 

4. 고인이 얼마나 벗고 있었는지 고래고래 외친다.

‘속옷 차림 40대女’(2016.04.04 동아일보), ‘나체女’(2016.05.11 디스패치), ‘장롱 속 40대女 알몸시신’(2015.09.10 뉴시스), ‘하의 벗겨진 50대 女’(2016.06.08 서울경제), ‘알몸 20대女’(2016.01.17 포커스뉴스), ‘20대 여성 알몸’(2016.05.15 조선닷컴). 포르노 제목이 아니라 살인 사건에 붙은 기사 제목이다.

5. 그냥 ‘女’를 붙인다. 이유는 없다.

피해자가 중국인이라면 ‘중국인女’(2016.05.20 제주의소리). 장롱에서 발견된 시신은 ‘장롱 속 시신女’(2015.09.09 시사플러스)다. ‘주택 침입 50대女’(2015.08.16 뉴스경남)는 주택에 침입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주택에 침입한 남성에 의해 납치되고 살해된 피해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외국인 남성이 한국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은 다름아닌 <’장난으로’ 한국女 살해한 방글라데시人, ‘결혼비자’ 입국?>(2015.01.24 뉴데일리) 이었다. 늙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 ‘7~80대 추정 女’(2016.03.27 연합뉴스)라고 이름 붙인다. 아기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도 예외는 없다. 

보너스: 더, 더 자극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일러스트도 곁들여 준다.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와 범죄 장면이 부각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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