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두 번째

핀치 타래여성서사

[제목없음] 두 번째

무기력한 나를 좋아하는 방법.

제목없음

이 글은 어떤 해결책을 주는 글은 아니다. 그냥 내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상황을 적는다.

하루하루 새로운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느낀다. 지치지도 않나보다.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갖 차별과 혐오가 나를 짓밟는다.         

너무 절망스러워서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모든걸 포기하고 펑펑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야 한다.

지금보다 어릴적 내가 찍은 영상, 내가 적은 글, 내가 하는 행동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아니지, 바꿀 기회조차 많은 장벽 앞에서 처참히 무너지고 주어지지 않았다. 

늦게 들어가게 된 학교에서는 일명 '똥군기' 라는걸 잡았다.   그러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소리를 질러봐도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아래와 같았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과 정도면 양반이지'

점점 나는 말이 없어지고 그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혔다. 빨리 이 공간에서 떠나고 싶었다. 이것만이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는 떠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 가장 많은 여성혐오 발언들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날수록 내가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며 후회를 하고 자책을 많이 하게 됐다. 사실 나는 잘못한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 때 조금 더 용기를 냈었더라면'

내가 뭐 엄청난 정의의 사도도 아니지만 이상한 죄책감 속에서 나를 혐오했다. 내가 조금 더 용기있고, 더 똑똑하고, 더 완벽 했었다면 조금은 달라 지지 않았을까? 

아니 사실 달라 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미웠다. 미워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 무기력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받는 차별과 혐오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나는 낙인이 찍히는걸 잘 안다. 이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좌절만 하게 되는 그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내 마음이 더 괴롭고 죄책감이 든다. 

무기력함은 이럴 때 쉽게 스며들어 나를 잡아 먹는다. 그렇게 잡아 먹힐 때 쯤,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맛있게 먹었던 초콜렛들을 생각한다. 너무 뚱딴지 같은 소리일지는 모르나 무기력함에 빠졌어도 배는 고프다.  그래서 더 맛있는 걸 먹어야 하고, 더 좋은걸 먹어야 한다. 100미터 깊이의 우물에 빠져있었다면 조금씩 나올 수 있는 기운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정신이 차려지고 내가 어떤 상태인지 조금은 알 수 있다. 나를 미워했지만 결국에는 나를 챙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일 수 밖에 없고, 진정으로 나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뿐 이다.

나를 싫어해봤으니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너무 절망스러워도 주머니 혹은 가방에 각자 좋아하는 간식들을 넣고 다녀보자. 요즘 나는 초콜렛보다 고구마 말랭이를 떠올리고 먹는다. 그러면 기분이 조금은 좋아지고 우물에서 나올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긴다. 그렇게 힘이 조금씩, 조금씩 모여서 완전히 나올 수 있다고 희망한다. 완전히 나오지 못하더라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게 어디인가. 

앗, 지금 당장 고구마 말랭이가 먹고 싶다. 먹으러 가야지. 

SERIES

제목없음

더 많은 타래 만나기

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상속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면 문상 와 준 분들께 문자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해도 좋..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오늘도 결국 살아냈다 1

매일매일 사라지고 싶은 사람의 기록

차오름

#심리 #우울
하필 이 시기에 고3으로 태어난 나는 , 우울증과 공황발작으로 많이 불안해진 나는, 대견하게도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 우울증과 공황발작이 시작된 건 중3. 하지만 부모는 어떤 말을 해도 정신과는 데려가주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20살이 되고 알바를 하면 첫 번째로 갈 장소를 정신과로 정한 이유이다. 부디 그때가 되면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가지면서. 부모는 우울증은 내가 의지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