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떤 해결책을 주는 글은 아니다. 그냥 내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상황을 적는다.
하루하루 새로운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느낀다. 지치지도 않나보다.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갖 차별과 혐오가 나를 짓밟는다.
너무 절망스러워서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모든걸 포기하고 펑펑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야 한다.
지금보다 어릴적 내가 찍은 영상, 내가 적은 글, 내가 하는 행동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아니지, 바꿀 기회조차 많은 장벽 앞에서 처참히 무너지고 주어지지 않았다.
늦게 들어가게 된 학교에서는 일명 '똥군기' 라는걸 잡았다. 그러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소리를 질러봐도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아래와 같았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과 정도면 양반이지'
점점 나는 말이 없어지고 그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혔다. 빨리 이 공간에서 떠나고 싶었다. 이것만이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는 떠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 가장 많은 여성혐오 발언들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날수록 내가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며 후회를 하고 자책을 많이 하게 됐다. 사실 나는 잘못한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 때 조금 더 용기를 냈었더라면'
내가 뭐 엄청난 정의의 사도도 아니지만 이상한 죄책감 속에서 나를 혐오했다. 내가 조금 더 용기있고, 더 똑똑하고, 더 완벽 했었다면 조금은 달라 지지 않았을까?
아니 사실 달라 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미웠다. 미워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 무기력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받는 차별과 혐오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나는 낙인이 찍히는걸 잘 안다. 이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좌절만 하게 되는 그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내 마음이 더 괴롭고 죄책감이 든다.
무기력함은 이럴 때 쉽게 스며들어 나를 잡아 먹는다. 그렇게 잡아 먹힐 때 쯤,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맛있게 먹었던 초콜렛들을 생각한다. 너무 뚱딴지 같은 소리일지는 모르나 무기력함에 빠졌어도 배는 고프다. 그래서 더 맛있는 걸 먹어야 하고, 더 좋은걸 먹어야 한다. 100미터 깊이의 우물에 빠져있었다면 조금씩 나올 수 있는 기운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정신이 차려지고 내가 어떤 상태인지 조금은 알 수 있다. 나를 미워했지만 결국에는 나를 챙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일 수 밖에 없고, 진정으로 나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뿐 이다.
나를 싫어해봤으니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너무 절망스러워도 주머니 혹은 가방에 각자 좋아하는 간식들을 넣고 다녀보자. 요즘 나는 초콜렛보다 고구마 말랭이를 떠올리고 먹는다. 그러면 기분이 조금은 좋아지고 우물에서 나올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긴다. 그렇게 힘이 조금씩, 조금씩 모여서 완전히 나올 수 있다고 희망한다. 완전히 나오지 못하더라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게 어디인가.
앗, 지금 당장 고구마 말랭이가 먹고 싶다. 먹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