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Does the Fox Say? 리뷰1'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야기는 헬로 스튜디오라는 게임 회사에 들어간 '성지'가 팀장인 '수민'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첫 입사 날부터 당혹스러울 정도로 예쁜 성지의 외모는 회사 동료들을 포함해 내가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였다. 날 선 말투와 달리 초반부터 성지에게 샌드위치에 케이크 등 각종 조공을 바치는 수민도 만화에서는 귀여운 여우로 묘사된다. 이 두 사람이야말로 '그림체가 다르다'라는 말이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아닐까? 둘의 외형은 여성애자 사이에서도 공통으로 인기 있는 고양이(성지)와 강아지(수민)을 닮았다.
성격은 또 정반대. 한 번도 사람을 보고 가슴 뛴 적 없는 성지와 다르게 수민은 연애도 섹스도 다분한 경험을 가졌다. 외모, 성격, 주변 환경 중 뭐 하나 일관성을 이루지 않는 캐릭터 설정은 여러 장르에서 내세우는 공식과도 같은데, 이게 레즈비언 캐릭터에 쓰이니 그대로 신선함이 느껴졌다. 좋은 의미의 반전 매력은 현실과 가상 어디에서나 상대의 마음에 불쑥 들어서는 포인트였던 거다.
<What Does the Fox Say?>가 더욱 인기였던 건, 공급 자체가 적었던 백합 만화 중에서도 19금을 달고 있는 만화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심지어 모 레즈비언 채팅앱에서 "왓더폭세 보는 사람?"과 같은 메시지를 보기도 했다(왓더폭세는 What Does the Fox Say?의 줄임말이다. 원제목 다음으로 많은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좁고도 넓은 레즈비언 시장에서 취향, 취미 등으로 공통점을 찾는 건 종종 보지만 백합 만화로 사람을 찾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19금을 내세우는 만화들을 둘러보면 대체로 인물이 새로운 체위를 시도하는 게 최대 과제처럼 주어진다. 계속해서 다음 화로 넘어갈 퀘스트를 깨는 격. 나는 이전과 '똑같은' 섹스가 아닌 것에 그날의 기분과 몸컨디션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만화에서는 비슷한 관계/체위가 바로 독자의 지루함으로 직행이라도 하는 듯 인물들이 '새로움'을 위한 쾌락에 열성으로 그려졌다.
왓더폭세는 화려한 연애, 섹스 경험을 자랑하는 수민이 덕에 '이전과 다른' 섹스에 대한 '만족'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레 채워진다. 게다가 '저러면 아플 거 같은데?', '혼자 막 가는구나...' 같이 딴생각이 들게 하는 컷이 없다. 인물간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애무를 공들여서 하거나, 어느 정도의 흥분 상태에서 출발하는 등 섹스 씬의 시작이 달라지니 몰입하는 건 순식간이다. 비교적 빨리 (결제해서) 볼 수 있는 12화를 예로 들면, 울먹이는 수민과 그를 달래려는 옛 애인이 등장한다. 여기서 "수민씨..."라며 다독이던 목소리가 섹스 중 무언가를 애원하는 목소리로 이어지는 장면은 정말 봐야만 알 수 있는 왓더폭세의 강점이다. 흡입과 삽입 등 섹스 과정에서 나타나는 표정, 대화, 자세를 세세하게 그려내는 이 만화가 생략으로 보여주는 아찔함. 침이 꼴깍 넘어갈 시간까지 계산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 리뷰 3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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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Does the Fox Say?>(팀가지)는 봄툰과 리디북스에서 완전판(성인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카카오페이지에서 15세 개정판으로 완결 회차까지 열람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