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모두 모든 언니에게
모두 모든 언니에게(1),(2)와 이어지는 *부록*입니다
오늘 모든 언니를 기억하며 작사함.
음음음
택시에서 경숙씨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네
미혼의 노동자
1983년 사고 후유증
제각각
동물의 자세로 깎아놓은 소나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결혼식
나는 음음음 했지
부산이었어 보이는 선 같은 건
없었지 아무것도
그 어떤 연결도 없는
차 안에서 들려오는
남과 남의 통화음
연결되어있는 다음
행선지 나 아닌 사람 다음
출발을 하는 곳
어쩔 수 없이 훔쳐도 듣게 되는 것
숨길 수 없어 왈칵
쏟아져버린 물컵은
허벅지의 커피냄새는
청바지 검은 자국은
정은경**의 흰 머리와 정수리
그 옆에
서있는 구부정
일어선 듯 굽은 자세
수어로 말하는 남자 아니
수어로 음음음하는
나는 지금 음음음
음음음 하였네
아직은 글이 될 수 없어
아직은 음음음이야
무엇도 될 수 있는
나의 음음음
음음음이야
바람이 두고 간 마음 한복판
찢어진 검은 바다
비닐 봉지
머나먼 목젖
이 밤
이 밤
고요하고 희귀한
귀한 짐승의 밤소리처럼
나는 음음음이야
정장을 입고 오라는
넥타이를 반드시 챙겨오라는
육십 대 중년들의 경비원 면접 공고와
옆자리 직원의 얼굴빛을 한 구겨진 마스크
코에 묻은 립스틱도
나의 음음음이야
네가 말하고 나는 쓰고만 싶었지
네가 부르는 음음음
모든 게 말하고
나는 쓰고만 싶었지 모두
네가 부르는 음음음
거듭된 실수들과 내 손을 거쳐 간
나의 눈앞에 벌어질 때
다시 같은 것이 펼쳐질 때
나는 못 부르는 음음음
누군가 안경 쓴 내가 작가 같다며 분명
그렇게 웃었고
나도 분명히 웃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음음음일까
웃었던 것도 같은데
나는 왜 음음음일까
네 시가 변했다고 네 시는 지나치게 방대하다고
그래도 나는 너의 안부를 원하고
고치라고 다시 하라고
그래도 난 너의 무사를 원했지
나의 실수와
나의 실수가 배송되어오는 빗길
대형운송트럭
머나먼 뒷칸에 실려
빗길 위에서
오늘은 비가 와서
미끄러워서
축축하고 벌어져서
젖어서 도착할 거라서
오늘도 그치지 않는 음음음이야
오늘은 늦잠을 자지도 않았는데
천천히 아침을 먹고 터덜터덜 택시를 탔어
수어를 하는 남자의 꿈틀대는 눈썹과
반만 말해지는 포즈와
넘치는 질문의
흰 손등과
검은 손바닥
넘치는 답변들
하나의 입으로만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입으로만 말하여지는
왜 그런 게 꼭 하나여야만 하는지
어째서 그런 건 꼭 나여야만 하는 건지
사람과
내 자세로 고쳐 앉는 사람
나와 같은 당신 때문에 나는
음음음 행복해
그래서 그런걸 알 것 같다고 말 했어
뭘? 하고 묻고선
왜 하는 표정
누군가 나의 마음을 먼저 건너갔다는 것
빈 삽을 두고 가버린 사람이 있어서
음음음
그래서 행복해도 되니
음음
행복해 내가 웃을 때
내 웃음소리가 아니라
날 웃겨주는 무언가를 눈치 채 줄 순 없는 걸까
내가 울 때 내가 우는 이유가 아니라
우는 소리를 들어줄 순 없는 걸까
어떤 짐승이 된 나를
어떤 진심이 된 나를
내가 된 어떤 진심
내가 된 어떤 짐승
음음음 음음음이야
내가 반쯤 꾼 꿈에 대해 말할 때
해석이 아니라
진술이 아니라
그냥 내 꿈에서 나가줘
내 꿈에서 나가줘
그냥 꿈에서 깨면
나는 음음음
음음음이야
여분의 입들은 변명이어야만 하는 건지
지금껏 내가 할 말이 없었던 것은
맞서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구나
그래 나는 좀 멀어졌어
내가 울며 잠들지 않던 날이
행복해서가 아니듯이
다행이라는 어떤 질문에
삐죽 튀어나온 귓바퀴
물음표를 찢고 싶어
찢어주고 싶어
당신의 손으로
당신의 노래로
당신의 마음으로
당신은 나의
나는 당신의 음음음
음음음이야
*이경숙 여성에게만 적용되었던 조기정년제 폐지를 이끌어낸 여성 운동가. 여성의 조기정년제 철폐를 위해 투쟁했고, 그 성과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이 되었다.(참고서적: 출근길의 주문, 프롤로그(서문), 이다혜)
**정은경 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일기 에세이 메일링 서비스 구독 및 글에 관한 문의 luv-for-summerpaige@naver.com
**인스타그램 @hyo_1_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