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커피기계의 물통을 비우다가 나는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나는 우울한 것이 아니라 미쳐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회사에만 오면 마치 글쓰기에 미쳐버린 사람처럼 군다는 것인데, 책이나 글과 관련된 것들을 쉴 새 없이 검색하고 읽고 심지어 뭔가를 쓰기도 한다는 사실이며 이곳이 회사라는 점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이 행위에 충분히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개헤엄씨, 뭘 그렇게 봐?”하고 묻거나 내 자리의 모니터를 슬그머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면 나는 바로 아무렇지 않은 사람 영혼 연기에 돌입한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거나 “아, 그냥요….”하고 화면이 다 접혀버린 바탕화면에 잠시 멍하니 시선을 둔 후 남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시간을 견딘다. 그럴 땐 누군가 손바닥으로 내 머리통을 닥닥닥닥 마구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시 나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 같으면 나는 다시 현실세계의 무관심을 뒤로하고 글쓰기 영혼 모드로 접속하는 것이다. 오늘은 그 몰입 수준이 높아 무언가를 읽고 쓰다가 허탈감에 헛웃음 소리가 새어나가기도 했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내가 요새 좀 우울한 것 같다고들 말한다.
나는 요즘 병에 들어 있다. 회사에서는 글쓰기에 안달난 사람처럼 굴고 퇴근을 하고나면 피로감에 취해 그냥 쓰러져 잠에 들어버리는 증상이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의 생활패턴은 우루과이에 있는 나의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거다. 하지만 우루과이에는 내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만일 지구 반대편에도 내가 있다면? 음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병의 증상 대해 생각하면 끝없이 초조해지지만. 출근 전 이불 속에서 제발 이십분만 더 견디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이 되지만…. 하지만 견뎌볼까? 하고 막상 문고리를 등지고 돌아누웠다간 기어코 이불에 불이 붙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좌식식당 딜레마”라고 부르고 있다.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나왔는데 그날따라 일행 모두가 하필이면 좌식식당에 가자고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좌식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실제로 많듯이, 그저 허허허 웃어넘길 수도 있듯이. 사실 이런 것도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닐까.
"걔 이별했대."(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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