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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다시 줍는 시 마지막. 이소호가 이경진의 입술을 열고 말을 불러 일으킬 때

신나리

3월 12일 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침에는 엄마와 아빠가 또 큰소리를 내고 싸웠다./내가 스물 아홉이나 먹어서 이런 일기를 쓰다니 참 내 인생도 안 됐다./나는 엄마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린 시절 그녀는 스스로에 대해 잘 몰랐던 거야./그래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아주 나쁜 선택을 했다./그리고선 지금까지 처벌을 받고 있다./그 이후의 불행에 대해, 그녀는 시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똑같이 살고 있다./이건 한심하고 멍청한 일이야./이런 생각을 해본 건 처음이다. 나는 집에서 작업실로 걸어가며 홀로 했던 생각을, 그날 오후 일기장에 적었다. 이것은 용납될 수 없는, 아무...

우리는 치맛바람 휘날리며 바이크를 탄다

모가요

치맛바람 치맛자락을 야단스럽게 움직이는 서술. 여자의 극성스런 사회 활동을 야유조로 이르는 말. 지난 9월 30일, 망원 한강 지구에서 첫 <치맛바람 라이더스> 행사가 열렸다.  사진제공 치맛바람 라이더스 날이 쾌청했다. 한강을 등지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었고 바짝 마른 햇살이 내리쬐었다. “함께 치맛바람 휘날리며 달려요!”라는 말에 50여명의 페미니스트가 한 자리에 모였다. 말 그대로 치맛자락 날리며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 매우 극성스럽게. 모인 이유는 간단했지만 치맛바람 라이더스가 모이게 된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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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10. 키(cm)-120이라는 기준

진영

발레는 탐미적인 예술이고, 무용수는 어떤 정해진 기준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관객들은 그 특정한 기준을 보기 위해서 돈을 내는 거니까요. (The audience is paying to see a certain standard.) - 캐서린 모건(Kathryn Morgan) 남들은 발레를 몇 년 배우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발끝으로 서서 한두 바퀴 도는데 나는 스튜디오 한가운데 두 발로 똑바로 서 있는 것도 잘 못했다. 정보의 바다를 뒤져보면 원장님이 알려주지 않은 어떤 팁이라도 있을까봐, 한때는 땀에 젖은 레오타드를 갈아입지도 않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곤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캐서린 모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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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9.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진영

옛날 옛적에, 인어공주는 사랑하는 왕자님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희생했다.백설공주는 사냥꾼의 경고를 듣고 숲으로 도망쳤고, 일곱 난쟁이들을 위해 가사노동을 하며 생존을 위해 싸웠다. 미녀와 야수의 벨은 데이트폭력범인 가스통을 가차없이 거절하며, 무시무시하게 생긴 야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디즈니 동화들을 ‘착즙’하려고 애써보면 이렇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애써도 해석의 여지가 없는 캐릭터도 있다. 바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 공주다. 이야기의 배경은 공주의 탄생을 축하하는 왕궁이다. 어렵게 자식을 얻은 오로라 공주의 부모는 갓난쟁이 딸이 언젠가 주체적인 어른이 되리라는 것을 벌써부터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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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8. 안나보다 낙랑

진영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일환으로 편성한 여러가지 문화 프로그램 중에 발레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외였다. 조직위가 예산 20억원을 국립발레단에 배정하고, 발레단이 <안나 카레니나>를 올리기로 했다는 건 더 의외였다. 백조, 지젤, 라 바야데르, 호두까기에도 있는 ‘흰 옷 입고 줄 맞추어서 추는’ 군무도 없고, 쿵짝쿵짝 눈요기하기 좋은 캐릭터댄스도 없는 드라마 발레를? 평창올림픽 개막 100일 전인 2017년 11월, 회의와 기대를 동시에 품은 관객들 앞에 국립발레단이 <안나 카레니나>를 올렸을 때 ‘무대장치도 없는 드라마발레인데, 20억을 어디에 쓴 거지?’하고 의아해하는 관객들도 없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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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6. 오데트와 오딜

진영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이자 전세계인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발레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발레 공연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였다. 발레리나-발레리노 두 사람의 파 드 되(pas de deux, 2인무)를 3층에서 맨눈으로 내려다보는데, 발레리나를 땅에 매어놓고 있던 중력이 사라지니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보니 2차 창작의 소재가 될 기회도 많다. 나라 밖 사례로는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블랙 스완>이 있고, 국내 사례로는 그룹 신화가 이 작품 2막의 주제음을 빌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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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4. 드레스를 입고 가는 곳

진영

해외배송이 일반화되면서 남의 나라 온라인 쇼핑몰 구경할 일이 많아졌다. 미국이나 유럽의 의류 쇼핑몰들은 SPA브랜드라 할지라도 반드시 드레스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에서는 아무 데도 입고 나가지 못할 것 같은 드레스들을 매 시즌 여러 벌씩 판매하고 있다. 저가 브랜드라면 가격이 비싸지도 않다. 예산 200달러 정도면 드레스부터 백, 구두까지 장만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이런 걸 어디에 입고 가는 걸까? 의문은 2016년 가을에 풀렸다. 암스테르담으로 일주일간의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마침 내가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날인 목요일 저녁에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의 시즌 갈라 쇼가 열린 것. 꽤 좋은 좌석을 골랐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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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3.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진영

39세의 발레리나 황혜민이 지난 11월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떠난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그녀의 마지막 공연을 예매했다. 공연 날짜가 다가오자 일개 관객에 불과한 나까지 덩달아 마음이 복잡해졌다. 대체 어떤 기분일까? 10살 때 발레를 시작해 24세의 나이로 발레단에 입단, 그 후 39세까지 발레리나로 살다가 은퇴 무대에 오르는 사람의 마음이라니 감히 짐작할 수도 없었다. 이 죽일 놈의 발레 이제 다시는 안 해도 된다, 하면서 하하하 웃을까? 입사 소식보다 퇴사 소식에 더 큰 축하를 보내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면 그럴 법도 하다(실제로 황혜민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년간 유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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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2. 드가의 아저씨들

진영

발레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면서도 포지션 이름을 알고 있고 기본적인 동작들을 곧잘 따라하는 친구가 있었다. 알고보니 어머니가 한국무용을 전공하셨다고 한다. 그녀는 “외할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어디 기생년들이나 추는 춤을 배우려고 하냐'고 야단을 쳐서 중간에 꿈을 포기하셨대요”라고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그림을 그린다면 환쟁이가 어쩌고, 바이올린을 배운다면 딴따라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는 노인들이 아직도 많이 살아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음악이나 무용이나 그림이나, 오늘날의 예술은 역사상 가장 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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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왜? 1. 안나 카레니나

진영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갖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이철 번역의 범우사 판 첫 문장이다. 1877년도에 발행된 소설이니 결말을 이야기하는 것이 실례될 리 없을 터, 안나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나는 이런 식의 죽음을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진단하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여성이 ‘두 번째 선택’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안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주체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화가 나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계가 여성을 착취, 학대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소설이 어디 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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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의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下)

딜루트

다사다난했던 수난기는 온라인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오락실에서 대전 격투 게임을 열심히 하던 시절이 있었다. 보통 남들이 안 하는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엔딩이나 볼까 하고 게임을 시작하면 건너편에서 어떤 남자가(나이 불문하고) 2p로 이어서 게임을 하곤 했다. 같은 게임이 3대나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2p로 이어서 도전을 하고, 자신이 지면 몸을 일으켜 건너편에서 자신을 이긴 상대가 누군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는 여자라는 사실을 두 눈으로 다시 확인하자(때로는 여자인 걸 미리 눈으로 확인하고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졌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는지 몇 번이고 다시 재도전한다. 가끔 옆에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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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의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上)

딜루트

그런 시절이 있었다. 게임을 하면 두뇌 계발이 된다고 TV나 신문 등에서 온갖 게임기를 홍보하던 시절, 오락실의 입구에는 항상 조잡한 스티커로 ‘지능계발’ 이라는 문구가 붙어있고 브라운관 TV에는 16개도 안 되는 그래픽과 조잡한 음악이 커다란 재미를 주던 시절. 또래 친구들이 갖고 싶어 하던 선물 1위가 전자오락기였던 시절. 지금이라고 다를 것도 없지만, 장난감은 남성용, 여성용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게임기는 주로 남자아이들의 몫이었다. 어쩌다 기회가 되어 게임기를 얻게 된다 하더라도 게임의 선택권은 전적으로 경제권을 가진 부모들에게 달려 있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내가 게임을 고르는 데에 몇 가지 암묵적인 규칙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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