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여성 비장애인 & 여성 장애인, 함께 연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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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성 비장애인 & 여성 장애인, 함께 연대하길

바라며, 유월의 에세이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유월

타래에서 '여성 장애인'이라는 타이틀로 글 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 


그동안 베타테스터로서 여덟 편까지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의 노력도 작용했다. 

그러나 타래라는 행운이 나에게 와 줬다는 설명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 하나 있다. 

바로 왼손에도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왼손은 굳어 있다. 손을 뒤집지도 못하며 자유롭지 않다. 

내 신체 중 가장 자유로운 곳은 두 눈과 오른손이다. 그래서 의사소통 수단으로 수어가 아니라 필담과 휴대전화의 텍스트를 선택했다. (물론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으며 내 목소리를 내는 구화도 조금 하지만.)


타래에 이야기를 전개하며 나의 ‘글쓰기 역사’도 돌아본다. 

초등학교 1학년이 돼서야 한글을 깨우쳤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특수반 선생님들이 내 주신 숙제를 하며 제대로 글을 써 보기 시작했다. 일기와 독서감상문에 차근차근 나의 생각, 감정, 경험을 전달하고 싶은 대로 글에 담았다. ​ 

당연히 글 쓰는 게 어려울 때도 있다. ​

평소 문장을 길게 쓰는 습관이 있는 탓에 이야기를 쓰고 나서 미리 친구들에게 보여 주며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자 이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꾹 담은 이유는 페미니즘의 틀이 조금 넓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에게 내 이야기를 보여 주며 여성 비장애인과 여성 장애인이 함께 동행하기를 바랐다. 나 같은 여성 장애인도 꾸준히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강자와 사회적 편견이 지배하는 사회에 분노한다.


페미니즘에서 여성 장애인의 존재가 넓어질 때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 성공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놓고 싶지 않다. ​ 

전에 언급한 대로 여성 비장애인들이 여성 장애인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 장애인들도 여성 비장애인의 삶에 공감하면 세상을 향해 함께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끝에서는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여성들이 더더욱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여성들과 함께 연대하며 노력할 것이고, 여성과 여성 장애인과 약자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연구하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




끝까지 유월의 글을 읽어 주신 독자님들께 항상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응원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전히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여성을 힘들게 하는 차별에 분노할 것이며, 정식적인 타래 혹은 제 인스타그램, 그리고 다른 어떤 곳에서 계속, 묵묵히 글을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주변, 어딘가에 여성 장애인이 있다는 것 잊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고요. 장애, 신분, 환경을 떠나 모든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기대하고,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항상 좋은 날만 오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유월의 인스타그램: fraiserosecerisierry

유월의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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