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에서 '여성 장애인'이라는 타이틀로 글 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베타테스터로서 여덟 편까지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의 노력도 작용했다.
그러나 타래라는 행운이 나에게 와 줬다는 설명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 하나 있다.
바로 왼손에도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왼손은 굳어 있다. 손을 뒤집지도 못하며 자유롭지 않다.
내 신체 중 가장 자유로운 곳은 두 눈과 오른손이다. 그래서 의사소통 수단으로 수어가 아니라 필담과 휴대전화의 텍스트를 선택했다. (물론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으며 내 목소리를 내는 구화도 조금 하지만.)
타래에 이야기를 전개하며 나의 ‘글쓰기 역사’도 돌아본다.
초등학교 1학년이 돼서야 한글을 깨우쳤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특수반 선생님들이 내 주신 숙제를 하며 제대로 글을 써 보기 시작했다. 일기와 독서감상문에 차근차근 나의 생각, 감정, 경험을 전달하고 싶은 대로 글에 담았다.
당연히 글 쓰는 게 어려울 때도 있다.
평소 문장을 길게 쓰는 습관이 있는 탓에 이야기를 쓰고 나서 미리 친구들에게 보여 주며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자 이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꾹 담은 이유는 페미니즘의 틀이 조금 넓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에게 내 이야기를 보여 주며 여성 비장애인과 여성 장애인이 함께 동행하기를 바랐다. 나 같은 여성 장애인도 꾸준히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강자와 사회적 편견이 지배하는 사회에 분노한다.
페미니즘에서 여성 장애인의 존재가 넓어질 때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 성공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놓고 싶지 않다.
전에 언급한 대로 여성 비장애인들이 여성 장애인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 장애인들도 여성 비장애인의 삶에 공감하면 세상을 향해 함께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끝에서는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여성들이 더더욱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여성들과 함께 연대하며 노력할 것이고, 여성과 여성 장애인과 약자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연구하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끝까지 유월의 글을 읽어 주신 독자님들께 항상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응원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전히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여성을 힘들게 하는 차별에 분노할 것이며, 정식적인 타래 혹은 제 인스타그램, 그리고 다른 어떤 곳에서 계속, 묵묵히 글을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주변, 어딘가에 여성 장애인이 있다는 것 잊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고요. 장애, 신분, 환경을 떠나 모든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기대하고,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항상 좋은 날만 오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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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이메일: fraiserosecerisier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