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비교적 크지 않은 키에 인상도 밋밋한 편인 여성이다. 이런 외형 조건을 왜 굳이 나열했나면 이런 외형 조건을 보고 택시기사들은 나를 막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택시는 나(는 물론이고 나와 비슷한 여성들)에게 늘 내 돈 내고 기분 나빠지기 1등이었다.
2019년 6월부터 3개월 정도 나는 엄청나게 바쁘고 긴박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주말출근, 야근, 철야는 기본이었는데 그 때 타다를 정말 자주 편하게 이용했었다.
짧은 시간동안 폭발적인 진행을 하느라 정신과 몸이 너덜너덜할 지경이었는데
-다리를 다 뻗어도 되는 안락한 승차감
-담배냄새는 커녕 쾌적한 차내
-난폭은 커녕 안정적인 주행
-나의 평정심을 방해하지 않는 배경음악
-나를 방해하지 않는 기사
-아니, 오히려 안대를 끼고 자면서 이동하는 나를보며 클래식인데도 볼륨을 줄여주는 센스까지 발휘하는 기사
-원하면 스마트폰 배터리도 충전하며 이동 가능
으로 이동하는 약 4,50분 간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
지금 세어보니 프로젝트가 진행된 3개월 동안 약 30번 탑승했다. 몇 번은 타다로 출근해서 익일 새벽에 타다로 퇴근한 적도 있을 정도였는데 잠이 부족했던 출근에는 덕분에 편하게 쪽잠이라도 자며 에너지를 충전했고 피로에 쩔었던 퇴근에는 덕분에 바쁘게 돌던 두뇌 회전을 쉬며 충전했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도 피곤하거나, 노트북 작업이나 게임으로 집중하면서 이동하고 싶으면 타다를 탔다. 비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내 시간과 나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데, 아깝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 좋았던 점은 열선 시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굉장히 번거롭게도 손이 많이 가는 신체를 타고 난 나는 겨울에 특히 우울증이나 체온 유지 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열선 시트를 최상으로 올려서 거의 몸을 지지다시피 하면서 이동하면서 상큼하게 컨디션을 유지했다. 보통의 택시들은 가성비를 위해서 이런 편의를 위한 차의 옵션을 빼버린다고 한다. 단순히 이동만을 위한, 그 안에 ‘사람’을 보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2020년 1월, 타다는 타다패스를 출시했다. 3만1천원을 내고 구독하면 3만1천원 상당의 쿠폰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타다를 자주 이용하는 나에게는 꽤나 괜찮은 상품이라 구입했고 덕분에 출퇴근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짧은 거리의 이동 역시 쾌적해져서 좋았다. 1개월을 그렇게 타다패스를 야무지게 잘 이용했는데 서글프게도 2월부터 타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4월이면 이제 타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분명히 나는 보고 경험했는데 이제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너무 그저 황망할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내 몸을 계속 잘 달래가며 살아야하고 종종 나빠지는 컨디션에도 이동은 필요하기에 대중교통 외의 다른 선택지의 수단을 빨리 찾아야했다. 이런 나의 번거로움을 잘 알고 있는 주변인의 추천으로 최근에는 마카롱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마카롱택시에도 즉시 탑승 호출이 있기는 한데 예약을 더 많이 쓴다. 2시간 전까지는 예약이 가능해서 아침에 눈을 떴는데 도저히 오늘은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 힘들겠다, 싶으면 바로 마카롱 택시로 출근 이동 예약부터 한다. 아직은 즉시 탑승이 카카오T나 타다만큼 원활하지는 않은 점이 아쉬운데 그래도 예약을 하면 드라이버/옵션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직접 운영으로 보이는 마카롱택시와 간접 운영으로 보이는 마카롱 파트너스를 둘다 이용해봤는데 마카롱택시를 이용할 때는 물이나 마스크 제공 같은 옵션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마카롱파트너스는 이런 서비스의 선택은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를 ‘손님’답게 대해줬다.
어떤 옵션이든 간에 예약을 하면 예약비 2,000원이 부과되긴 하는데 이동거리 요금은 일반택시와 동일한 수준이어서 타다를 그렇게 타고 다닌 나로서는 2,000원의 예약비는 인정 가능한 부분이었다.
예약을 하면 예약한 시점으로부터 20분 전 쯤에 배정된 택시가 오고 있다는 알림이 온다. 예약 시점으로부터 10분 전 쯤에는 이미 택시가 출발지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탑승한 택시의 컨디션은 매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담배냄새, 불쾌한 음악, 난폭한 기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주 매너있는 개인택시 기사님의 택시를 만난 정도? (아무리 급하게 잡아타더라도 회사 택시는 웬만하면 거른다…)
타다에 비하면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일반 택시를 타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양호한 차선책이라 아마 당분간은 예약 2시간이라는 허들이 있지만 계속해서 이용할 것 같다. 그리고 조금 찾아보니 아기와 함께 이동하시는 분들께는 카시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아주 큰 장점이라는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운전 면허를 취득할 계획이 없다.
나는 내집도 없어서 주차 공간도 확보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자동차를 구입함으로 인해 생기는 막대한 유지비용 역시 부담이 큰 초초초서민이다.
그런데 몸은 좀 손이 많이 가서 꽤나 섬세하게 챙겨줘야 하는지라
대중교통이 아닌 차선책은 언제나 필요하다.
아마 이런 비슷한 서비스가 나온다면 나는 또 나에게 잘 맞는지 실험할 것이다.
무던하게 아무 택시나 잡아타도 문제 없는 남자들과는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