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하기까지, 견뎌야 하는 시간은 어떠한가요?
저의 경우에는
-기상 : 저혈압이라 온전히 정신이 깨는데 시간이 걸림
-씻기 : 제정신일 때도 15분. 아침에는 더욱 시간이 걸림
-공복 : 정신이 덜 깨서 아침 식사 준비에도 시간이 걸림
-준비 : 머리숱 많음. 겨울엔 안춥게 말리느라 시간이 걸림
-이동 : 소박한 월급을 지키려 대중교통 타느라 시간이 걸림
지금은 이정도인데 몇년 전까지는 화장이나 복장에도 신경을 쓰느라 시간이 더 걸렸네요.
왜 견뎌야 하는 시간이냐면 코로나 실업자로 해고 날짜가 확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느닷없이, 무책임에 던져지는 날이 (또) 오네요.
견뎌야 하는 시간 동안 애석하게도 머릿 속은 아주 바쁩니다. 몸은 그저 자동으로, 기계적으로 시간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지만 머릿 속은 다양한 생각을 하죠.
‘아 팀장 새끼 얼굴 보기 싫다’ (전회사 다닐 때)
‘아 오늘은 어제 먹은 메뉴 아침에 또 먹으면 질리니까 다른 메뉴 먹어야겠다’
‘아 머리 감다보니 샴푸가 다 떨어졌네. 새 샴푸 꺼내야겠다’
‘아 오늘은 바람이 3m/s네. 방풍 안경 갖고 출근해야겠다’
‘아 지하철에 사람 개많다. 숨막혀’
사실 이런 시간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정의조차 하지 않고 시간에 감정을 섞지 않고 그저 행동해버리면 사실 그만입니다. 그게 정신건강에도 아주 좋다는 걸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굉장히 서글프게도 손이 많이 가는 몸과 정신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로는 아주 많은 시간을 견디면서 버티고 있지만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척 살아가고 있습니다.
견뎌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다른 것에 대한 몰두이더라고요. 요즘은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믹스테이프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도 스마트폰으로는 안해요. 작은 화면에, 그리고 다른이의 연락이나 내가 미리 설정해둔 다른 것의 알림이 울리면 몰두가 깨지더라고요. TV에 안드로이드 셋탑 박스를 연결해서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감을 가지고 틀어둡니다.
요즘 저의 출근 준비 시간의 평화는 그렇게 사수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