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는 게 바빠서 호흡이 있는 글로 뭔가를 남길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은 없어요. 특히나 미레나에 대한 경험을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더더군다나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애써 기록을 남겨두지 않아 조금 뒤죽박죽 일 수도 있지만 과거의 저처럼 막막함을 느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보고 있습니다.
생리량에 대한 고민은 둘째치고, 통증이 심해서 그저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며 온갖 방법은 다 해본 것 같아요. 감마리놀렌산을 먹으면 통증 완화에 좋다길래 그것도 오래 먹었고, 한약도 지어서 먹어보고, 한의원에서 뜸도 맞아보고, 식물성만 먹는 비건 채식도 3년 반 정도 했고요.
어떤 건 초반엔 효과나 효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가, 아무리 지속해도 효과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드라마틱하게 이렇다할 방법은 없었어요. 있었다면 미레나 시술을 두 번이나 할 일도 없었겠죠.
2017년에는 생리통, 생리양 증가, 생리 기간 증가 등
20년 동안 계속해서 꾸준히 나빠져서 결국엔 극심한 빈혈 + 하혈까지 오게 됐어요.
날개형 대형 생리대 사용 >> 생리량이 많아 빈번한 교환 >> 낮에도 오버나이트 날개형 생리대 사용하여 빈도를 조금 완화 >> 어느 순간 그걸로도 부족 >> 낮에도 입는 오버나이트 생리대 사용
하아... 크고 비싼 생리대를 주로 쓰면서 생리대 값만 도대체 얼마를 내고 살았는지... 생리양이 너무 많아서 정말 위험할 수준의 빈혈까지 왔고, 그냥 걷는게 너무 어지러워서 편도 1시간인 회사를 출퇴근하는 게 힘들 정도가 됐어요.
기초적인 것들에서 기운을 쓰다보니 생산적인 건 아예 할 수도 없었죠. 생각해보니 집에서 음식 해먹는 게 힘들어서 그때가 배달 음식 주문 금액이 제일 많았던 것 같네요. 그리고 우울감과 무기력이 체화되어 3년 반 정도 다녔던 회사를 퇴사하기에 이릅니다.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정신도 많이 피폐해서 일단 그냥 쉬고만 싶었어요. 미래를 도모할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고 사는 게 너무 피곤하고 귀찮고 힘들었어요.
이렇게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데 좀더 일찍 병원에 가지 그랬냐고요? 산부인과는 생리통이 극심해지기 시작한 10대 때도 다녀봤지만 미혼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검사나 진단에도 제약이 많았고, 심리적 부담감이 제일 컸어요. 서른이 넘어도 그건 여전했고요. 그래서 산부인과를 의지할 생각은 잘 하지 못했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이런 생각을 꽤 갖고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미레나를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산부인과 진입 장벽 때문에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가 퇴사하며 받은 아주 소박한 퇴직금이 든든한 뒷배 역할 + 인생에 이 보다 최악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시술을 결심했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산부인과를 가게 됩니다. 그 때는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걸어다니는 게 어지럽고 힘들어서 그저 가까운 데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못했어요. 그렇게 첫번째 시술을 2017년 8월에 합니다.
(...그런데 결국은 개인병원에서 10개월 동안 경과를 지켜보고도 호전은 커녕 악화되어 대학병원까지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