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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페미니즘

<칼럼>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좋은' 성소수자는 과연 '좋은'가

루인

성소수자 운동에서 동성애가 아닌 다른 성소수자 관련 범주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 정체성 범주의 가시화는 매우 중요한 의제다. 이성애를 자연 질서로 여기는 사회에서 비이성애 실천이나 트랜스젠더퀴어와 관련한 다양한 범주는 모두 특이하고 이상한 행위거나 ‘동성애’로 인식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가시화 운동은 세상 모든 사람이 이성애-비트랜스가 아니라고 말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트랜스가 정신 이상 및 이상 성욕과 관련 있는 변태 행위고, 무성애는 미성숙하고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생긴 현상/착각이며, 바이섹슈얼은 문란하고 자신을 동성애자로 인정할 용기가 없어 변명하는 행위...

머리 길이의 정치학

루인

며칠 전 서울인권영화제와 한국퀴어영화제가 함께 하는 네 번째 공동상영회 <퀴어, 인권> 행사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트랜스와 관련한 영화, 향정신질환 의약품과 제약회사, 그리고 유럽과 미국 정치권과의 카르텔을 다룬 영화,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난민 의제를 다룬 영화, 아일랜드의 동성결혼 법제화 과정을 다룬 영화 등이 상영되었다. 모든 영화가 중요한 의제를 다루고 있지만 나는 트랜스를 다룬 영화 중 단편 영화 <첫 외출>(김혁 감독, 2018)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더 나은 미래라는 착각

루인

퀴어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이거나 페미니즘과 같은 저항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지금보다 더 좋아질 미래’는 중요한 가치다. 오늘 내가 적극 참여한 운동이 당장 내일의 삶은 아니라고 해도 몇 년 뒤 나와 내 동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운동을 지속시킬 중요한 동력이 된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정보는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미국은 이렇고, 프랑스는 저렇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렇고, 대만은 저렇다는 식의 정보는 한국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는 사회 혹은 한국에는 없는 법과 제도를 갖춘 사회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무엇이 필요하고 장차...

"당신 여자야, 남자야?"

루인

최근 나는 함께 사는 고양이의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동물 병원에 갔다. 수의사는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입원시키기로 결정한 뒤 나를 두고 “엄마로 불러야 할지, 아빠로 불러야 할지… 흐흐”라는 말을 했다. 엄마나 아빠 혹은 캣맘이나 캣대디는 반려동물이 있는 주인이나 집사, 혹은 주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자주 사용하는 호칭이다. 그 수의사는 내 고양이의 입장에서 나를 엄마로 불러줘야 할지 아빠로 불러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헷갈린다는 소리다. 일단 나의 고양이는 나를 엄마로도 아빠로도 부르지 않으며 그저 “냐아옹”하고 부른다. 그러니 수의사의 그 말은 고양이의 관점에...

언어 유감: ─‘인싸’, ‘-어 주다’, 대통령 청원

오혜진

‘인싸 되는 법’, ‘인싸 개그’, ‘인싸 맛집’……. 최근 어디서나 ‘인싸’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오픈형 국어사전에 의하면, ‘인사이더’의 준말인 ‘인싸’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이 단어에서 ‘주류’로 불리는 이들이 형성하는 흐름, 소위 ‘트렌드’로부터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감지된다면 지나치게 예민한 걸까. 그런데 좀 기이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싸’, 즉 ‘아웃사이더’가 ‘몰개성한 사회에서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고 사는 멋쟁이’라는 낭만화된 의미로 통용됐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지 않은가. 평균적이고 안전한 삶에 대한 욕망을 은폐한 채 자신이 ‘아...

젠더 다양성: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기

루인

최근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에게서 예전에는 학생들이 젠더 위계 질서를 말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 요즘은 젠더 위계 질서보다 젠더 다양성을 말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트랜스젠더퀴어 혹은 젠더 다양성을 주장하는 일련의 흐름으로 인해 여성과 남성 사이에 발생하는 불균형한 차별, 젠더 위계 질서를 말하기 어려워졌다는 식의 주장은 꽤나 널리 퍼져 있다. 이 주장은 젠더 위계 질서를 다루는 논의와 젠더 다양성 논의는 서로 모순되거나 배척한다는 이해를 전제한다....

말하지 못한 것

허윤

당신의 소녀/소년에게 투표하세요! 한 방송국이 야심차게 도입한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은 투표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연습생을 데뷔시켜줄 수 있다고 속삭인다. 티켓몬스터에 들어가서 장바구니에 원하는 연습생을 담아 결제하면, 나는 투표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습생들은 90도 각도로 절하며 외친다. “국민 프로듀서님! 감사합니다!” ‘국민 프로듀서’들은 직접 영업사원이 되어 지하철 광고나 SNS를 이용해서 자신의 스타를 홍보한다. 방송 분량을 편집해 ‘움짤’을 만들어 계정에 올리고, 공연 영상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린다. 사진을 찍어 홈마스터가 되는 것은 ‘떡밥’을 확산하는 전통적인 방식...

나라는 교회에게 무엇을 감사한단 말인가?

루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처음으로 서울시청광장에서 개최되기로 한 2015년 봄,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목사는 성소수자 운동이 네오마르크시즘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설교했다. 그 후, 일부 기독교 교단은 그 해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기간이 끼어있던 주간을 동성애 반대 주일로 지정하고 소속 교회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으로 주일예배 설교를 진행했다. 급하게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설교를 준비해야 했던 목사 중 일부는 소강석 목사의 설교 내용 일부 혹은 전부를 그대로 사용했다. 동시에 성소수자가 한국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소강석 목사의 주장은 현재 동성...

여성의 범죄는 어떻게 '사악해'지는가

루인

2010년, 한국에서 하나뿐인 10대 여성 구금시설에서 열리는 섹슈얼리티 인문학 강좌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내가 배운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충격이 아니라 구금시설의 성격, 범죄인의 구성 등과 관련한 무지, 어리석음, 편견으로 만들어진 나의 세계가 부서지는 충격이었다....

내가 없는 한국문학사

허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민음사, 2018)의 출간 이후, 책을 소개할 때 종종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그때마다 한국문학사에서 정전화한 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 중심의 거대 ‘문학’을 부수고, 복수의 다양한 목소리가 교차하는 ‘문학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 ‘문학’을 설명할 사례가 지난주 SNS에서 화제였던 이외수의 「단풍」 사건이다. 짧게 지는 가을 단풍을 ‘화냥년’에 비유한 이 시는 SNS에서 논쟁을 이끌어냈다. 이외수는 이 시의 여성혐오적 구조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독서량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난독증이 심하고, 난독증이 심한 사람일수록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거나 행...

그 질문은 잘못됐다

루인

그래서 그 사람들은 타고나는 거야, 선택하는 거야? 성소수자성의 생득과 선택을 둘러싼 질문은 성소수자와 관련한 기초 특강의 질의 응답 시간에도, 개인적인 자리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물음 중 하나다. 어쩌면 이 질문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반퀴어 혐오 집단에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반퀴어 혐오 집단에 ‘이론적 논리’를 제공하는 길원평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공저자로 참여한 <동성애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의 서문에서 동성애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그들을 고칠 수 없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선택이라면 고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며, 책 전반에 걸쳐 동성...

내년에도 살아서 만나자

루인

2018년 9월 29일 제주도 신산공원에서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이후 혐오 세력의 방해를 우려했지만 제주에서 반퀴어-혐오 세력은 작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대신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방해했던 이들 다수를 제주퀴어문화축제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적은 인구나마 반퀴어-혐오 세력이 제주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방해했음에도 인천경찰과 달리 제주경찰의 적절한 대응으로 행사는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행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자리에서 “살아서 내년 퀴퍼에서 만나자” 고 말했다. 살아서 내년에도 만나자는 말. 이 말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살아서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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