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클럽에 가입하세요

핀치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여성의 삶,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
더 많은 여성 작가 작품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핀치클럽 한정 정기 굿즈는 물론,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등 핀치의 행사에
우선 초대 혜택이 제공됩니다.

미투

여성 예술가

<시>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다시 줍는 시 마지막. 이소호가 이경진의 입술을 열고 말을 불러 일으킬 때

신나리

3월 12일 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침에는 엄마와 아빠가 또 큰소리를 내고 싸웠다./내가 스물 아홉이나 먹어서 이런 일기를 쓰다니 참 내 인생도 안 됐다./나는 엄마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린 시절 그녀는 스스로에 대해 잘 몰랐던 거야./그래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아주 나쁜 선택을 했다./그리고선 지금까지 처벌을 받고 있다./그 이후의 불행에 대해, 그녀는 시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똑같이 살고 있다./이건 한심하고 멍청한 일이야./이런 생각을 해본 건 처음이다. 나는 집에서 작업실로 걸어가며 홀로 했던 생각을, 그날 오후 일기장에 적었다. 이것은 용납될 수 없는, 아무...

다시 줍는 시 29. 여성의 고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2 : 김소연과 고통으로 삶의 중심에 다가가기

신나리

여성의 고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 고백하자면 나는 이 문장을 받아들이고 종이에 쓰기까지 긴 망설임의 시간을 보냈다. 가능하다면 여성과 고통을 멀리에 두고 싶었으니까. 서로 가장 먼 곳에 두 단어가 위치했으면, 하고 바랬으니까. 나는 여성을 고통과 연관된 존재로 생각하는 일이 여성을 고통에 종속시키고 여성을 피해자의 위치에 눌러 앉힐까봐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에 용기를 내보기로 한 것은 여기 두 명의 시인 때문이다. 박서원과 김소연. 두 사람의 목소리는 너무 가슴 아파서 외면하기가 불가능하고, 또 고통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글을 고통을 제외하고 설명하는 일은 거짓말 같았다. 그래서 써본다. “여성의 고통은...

다시 줍는 시 28. 여성의 고통은 어떻게 시가 되는가1 : 박서원과 고통으로 세계와 자신을 파멸시키기

신나리

시인 박서원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9년 그는 잡지 『문학정신』에 「학대증」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다. 이후 총 5권의 시집, 『아무도 없어요』(1990), 『난간위의 고양이』(1995), 『이 완벽한 세계』(1997), 『내 기억속의 빈 마음으로 사랑하는 당신』(1998), 『모두 깨어있는 밤』(2002)을 차례로 출간한다. 그런데 다섯 번째 시집의 출간 이후 그는 문단에서 자취를 감춘다. 긴 시간이 흐른 뒤인 2016년, 문단에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신문 기사를 통하여, 박서원이 2012년 5월 16일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음이 알려진다. 이후 2018년,...

다시 줍는 시 27. 낯선 시간 속으로

신나리

얼마 전 일본 교토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을 걸어 다니며, 푸른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자유로움에 정말로 신이 났다. 여행의 이튿날, 종일 걷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한 오래된 까페에 들어갔다. 달콤한 토스트를 먹고 향 좋은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가방에 챙겨온 시집이 생각나 펼쳐 읽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 세계가 오직 시의 시간으로 가득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의 여행으로 한껏 들떠 있던 나의 시간은 온데 간데없이 말이다. 그때 내가 읽었던 시집은 시인 김이강의 <타이피스트>였다. 김이강은 과거의 자신이 머물렀던 어떤 시간의 풍경을 시에 담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

다시 줍는 시 26. 고통을 나누는 마음

신나리

나는 이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작품 속 말하는 사람은 무척 괴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뿐이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왜 이토록 괴로운 상황에 처했는지, 정확히 어떤 결의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지,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의지가 있는지를 밝히고 있지 않다. 왜 시인 이근화는 자신의 괴로움을 정결한 언어로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나는 이 시를 읽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통하여 그의 고통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보고자 한다....

다시 줍는 시 25. 괴팍하고 사랑스러운 당신

신나리

벌써 1시간을 늦었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된다던 송년회는, 사람들끼리 모여 먹을 거리를 준비하고 수줍은 인사와 경쾌한 농담을 나누는 가운데 이른 7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학원에서 하던 일을 서둘러 마치고 사람 빽빽한 지하철을 타고 강풍을 뚫고 걸어 작업실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나의 머릿속 생각은 하나였다. ‘아, 가기 싫다.’ 나는 사회적으로 사람을 사귀는 일에 능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늘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당황하고 조금 움츠러든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 다수의 사람들과 적당한 관계를 만들고 지내기보다는 아주 가까운 소수의 친구들과 만나거나 혼자 있는 일을 선호한다. 또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다시 줍는 시 24. "여자인간"

신나리

나를 페미니스트로 만든 것 나는 페미니스트다. 나는 내가 여성이며 페미니스트인 것이 좋다. 앞으로도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인간 개인과 사회 구조에 저항하고, 여성들과 연대하고 노력하여 이 세계의 가부장제를 박살내고 말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퇴행적인 대학본부와 성폭력 가해자 교수, 문단 내 성폭력, 일상에서 마주하는 폭력적인 경험들까지.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나의 삶의 굴곡을 만들고, 결국은 나를 페미니스트로 만든 것이다. 가끔은 너무 화가 난다. 나는 페미니스트이고 싶지 않아. 나는 소수자이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다시 줍는 시 23. 나를 좀 이 노래에서 벗겨줘

신나리

예전부터 엄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 내가 바라본 엄마는 부엌에 서 있다가, 거실에 앉아 빨래를 개다가,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서, 이렇게 혼잣말을 하곤 했다.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 늘 바쁘고 피로하면서도 동시에 늘 삶에 대한 권태감을 느끼는 사람. 어른이 되어보니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 것 같다. 삶을 이루는 모든 의미들이, 또 나를 이루는 모든 의미들이 참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에. 내 삶이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나는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진 사람인지 그만 생각하고 증명하고 싶을 때가 있기에. 그렇게 의미와 가치로 일구어진 세계에 질식해버릴 것 같을 때, 나는...

다시 줍는 시 22. 속절없이 우리는 사랑으로

신나리

시인 김행숙의 네 번째 시집 『에코의 초상』은 이토록 아름다운 시로 시작한다.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물결처럼//우리는 깊고/부서지기 쉬운//시간은 언제나 한가운데처럼”(「인간의 시간」) 오랜 시간 김행숙의 작업은 인간의 본질에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 탐구의 과정을 시로 그려내 왔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시인은 인간의 본질에 사랑이 있다고 확신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시집을 열면 울려 퍼지는 시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본질에 사랑이 있다고 믿고 이야기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인간에 대한 실패와 절망을 경험한 것일까? 우리는 나 아닌 존재와 마주하고 진정으로 소통...

다시 줍는 시 21. 마음 속 울음을 바깥 세상의 호흡으로

신나리

이제니의 두 번째 시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에는 8편으로 이루어진 <나선의 감각> 연작시가 실려 있다. 이제니의 시를 가장 잘 읽는 방법은, 그의 장편시들을 소리 내어 읽으며 느껴보는 것이다. 내가 앞장서서 연작시를 차례로 소개할테니, 당신이 시집을 쥐고 이제니의 나선의 감각을 목소리로 그려 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노란 수수를 쥐고 있다. 금붕어/는 초록 수초를 먹고 있다.(21p) 꼬리는 붉고 검고 짧았다. 울적한 얼굴이/하나 있었다. 얼굴이 하나. 얼굴이 하나 있었다.(21p) 첫 번째 시(검은 양이 있다)에서 시인은 자신의 마음 속 세계에 사는 검은 양을 한 마리 발견한다. 시인의...

다시 줍는 시 20. 투명한 슬픔의 힘으로 부르는 노래

신나리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영미 시인은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 『꿈의 페달을 밟고』(1998), 『돼지들에게』(2005), 『도착하지 않은 삶』(2009), 『이미 뜨거운 것들』(2013)이 있다. 최영미는 시집 뿐 아니라 소설과 에세이 여러 편을 발표하였다. 이토록 오랜 시간 뜨거운 창작열로 풍요롭게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확장해 온 최영미는 현재 고은태(고은의 본명)와 그로 상징되는 남성 중심의 문단 권력과 홀로 싸우고 있다. 문인협회와 작가회의 그리고 시인 출신 문체부 장관 도종환의 침묵은, 기존...

다시 줍는 시 19. 청춘이라는 시

신나리

지금 와 대학 시절은 아주 먼 곳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대학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시네마떼끄에서 살았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영화관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시네마떼끄였다. 나도 제대로 된 취미 하나 있으면 좋지, 영화에 한 번 관심을 가져볼까? 하고 호기심에 들어간 곳이었다. 온통 푸른색의 영화관에는 작은 스크린과 관객석이 있었고 그 뒤로는 기계실과 공용공간 그리고 쪽방이 있었다. 학교에 친구가 거의 없었기에 수업 전후로 비는 시간이면 시네마떼끄를 찾아갔다. 테이블에 앉아 키노나 씨네를 읽거나 쪽방에 들어가 오래된 비디오를 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안전하고 온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더 보기

핀치 3주년 기념 세일!

더 나은 여성의 삶,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핀치클럽 - 첫달 9,9001,900원

핀치클럽 알아보기1주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