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했다. 정말 밥만 먹고 잠만 자고 일만 했다. 독감인데 병원 갈 틈도 없이 네시간마다 타이레놀을 먹으면서 근무했다. 잠에서 깰 정도의 생리통에 배를 붙잡고 뒹굴면서도 진통제 한 팩을 다 비우며 일했다. 위염이 와도, 장염이 와도, 위염과 장염이 한꺼번에 와도 일했다.
전날도 멀쩡하게 출근했던 화요일 아침, 택시를 타고 회사에 갔다. 못 하겠다고, 못 하겠다고 엉엉 울었다. 백번도 더 그려본 퇴사는 그냥 그렇게 자동으로 됐다.
본격적으로 앓아누웠다. 처음엔 과호흡이 왔다. 그러다 공황이 왔다. 밖에 나가려면 먼저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켜야 했다. 면역력이 0이 되었다. 10분만 나갔다 와도 아팠다. 괜찮아졌을까 싶어서 외출하면 아프고, 괜찮겠지 싶어서 공연을 보러 가면 공황이 재발했다.
이상이 최근 일곱 달에 걸친 나의 격무와 번아웃의 전모다. 뼈에 박힌 깨달음이 하나 남았다. 아, 사람이 일하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진짜 짜증나는 건 이 번아웃이 내 첫 번아웃이 아니라는 거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 도대체 왜, 고생고생 해봤으면서 왜, 이젠 알 때도 된 인간이 대체 왜. 정신을 차리면 또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고장 난 병자가 돼서 방에서 못 나가고 있나. 취직과 격무와 퇴사와 기절과 취직의 사이클을 알차게 반복하면서. 난 그냥 큰 욕심 없이 월세 내고 전기세 내고 내 입에 풀칠하며 살고 싶었을 뿐인데.
뭔가 잘못돼도 아주 크게 잘못됐다. 운이 나빴다거나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이제 설명이 되지 않는다. 6개월간 여섯시 땡 하면 퇴근했으니, 여기엔 분명히 몸의 문제를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 거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짚어봐야 한다. 정신이 맑을 때. 폭주기관차가 또 달리기 전에. 진짜로 일하다 죽어버리기 전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멀리 돌아본다.
태초에 첫 번아웃이 있었다.
그래, 거기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