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곰이의 복을 짓기

핀치 타래반려동물

달곰이의 복을 짓기

미신적인 이야기

홍시

고3 때 역대급으로 세뱃돈을 많이 받은 적이 있다. 불로소득을 받아 신이 났는데 무엇에 써야 할 지 몰라 어쩐지 초조해하다가, 내가 정기후원하던 곳에 모두 기부했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평화학교를 짓는 시민단체다. 금액은 100만원 정도였다. 왠지는 몰라도 그게 속이 시원했다. 그 100만원을 그 이상 더 잘 쓸 자신이 없었다. 아마 부자가 되기는 틀린 모양이다.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그걸 잘 굴려서 추가적인 불로소득을 벌었을텐데.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대해서는 SNS로 자주 접해왔다. 경기 포천 옛 애린원에 방치된 천마리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도. 포인핸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임보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이렇게 학대당하고 유기당한 강아지들을 돌보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이미 사랑하는 노견이 있다. 임보를 할 수가 없다. 나는 달곰이가 죽을 때까지 달곰이를 우선적으로 돌볼 것이다. 그래야 한다.

하지만 나에겐 돈이 있다. 어릴 때와 달리 한 푼 한 푼 내가 번 돈이다. 퇴직금과 작년에 책을 낸 계약금, 만기된 적금을 합쳐 어디다 넣어 굴려볼까 고민하던 여윳돈이 있었다. 내 3달치 월급 정도 된다. 하지만 이 돈이 없어도 다달이 달곰이 병원비나 생활비, 검진비를 내고 옷과 장난감을 사 줄 수 있다. 그래서 이 돈은 비글구조네트워크에 후원했다. 불로소득을 기부할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이제부터는 아주 비합리적이고 미신적인 영역이지만, 나는 굳이 달곰이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달곰이의 보호자인 내가, 다른 개들의 삶에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지어둔 복이 어떤 알 수 없는 작용으로 달곰이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신앙의 영역에 해당하는 사고이지만 나는 그렇게 믿기로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기부도 아니다. 감히 대가를 바라며 돕는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옛 애린원 철거 직후에는 운영자금을 댈 만한 후원을 받았으나 현재는 기업들의 후원이 줄어 재정적으로 고비에 처했다고 한다. 향후 운영자금을 구할 만한 수익사업과 해피빈, 한겨레신문 제휴사업 등을 시작했으나 그로 인한 돈이 모이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고. 내가 기부한 돈은 그걸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멍멍이들 사료를 사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중 일부의 월급이 되든, 귀하게 쓰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아래 후원계좌로 직접 입금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애린원구조 전용 후원계좌 농협 351-1089-1741-93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

CMS를 통한 카드 또는 자동이체 후원도 가능하다. 소액이라도 정기후원을 하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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