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은 끝이 아니다 #4 꼭지

핀치 타래페미니즘탈코르셋일기

탈코르셋은 끝이 아니다 #4 꼭지

젖꼭지를 가려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건 어렵다

깨비짱나


리얼 코르셋에서 출발한 브래지어



여성의 젖(꼭지와 그 모양)을 가려야한다는 생각은 아주 오랫동안 학습된 내용이다. 원래는 진짜 '코르셋'이 가슴부터 허리~골반까지를 모두 감싸는 모양이었다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다음에 그 형태가 조금 단순화되면서 현대적인 '브래지어'가 되었다고 한다.

그 오랜 학습을 갑자기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머리 속으로는 "그깟 젖꼭지 좀 비치면 어때서? 조선시대야 뭐야~" 하고 생각하면서도, 탈브라를 했다고 구설수에 오르는 여자 연예인을 보면 그 용기에  마음이 먹먹해졌고, 나도 젖꼭지 모양이 툭 튀어나온 채로 돌아다니는 건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은 매일 노브라로 살지만, 때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장소에서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탈브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첫 탈브라는 겨울에 했다. 두꺼운 옷 속에서 노브라로 잘 지내다가 봄이 왔다. 당시 학교를 다니며 고객응대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병행하던 나는 와이어 브래지어를 버린 후 바로 '완전한 노브라의 삶'을 살지는 못했다. 옷이 얇아지니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쓰였고 나 역시 어색했다. 그런데 이미 겨울동안 노브라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와이어 브래지어를 하면 겨드랑이 아래나 가슴 주위가 미친듯이 아리고 불편했다. 어떻게 이렇게 아픈 걸 그렇게 오래 해왔을까,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와이어 브라의 양쪽(그 겨드랑이 아래에 닿는 부분)에 다 구멍을 내서 와이어(말이 좋아 와이어지 하얗게 칠해있거나, 칠이 벗겨져서 새까매진 딱딱한 철사)를 빼고 차고다녔고, 그러다가 브라렛을 샀다. 그렇게 과도기를 겪으며 다양한 '꼭지 가리개'들을 전전했다.

그 과정은 때로 아프고, 당황스러웠으며, 보람차고 감사한 시간들이기도 했다. 탈브라의 과정에서 시도해본 다양한 꼭지 가리개들의 각 장단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다만, 이 글에서 하고싶은 말이 "탈브라는 했지만 젖꼭지는 가려야지" 가 아니라, "젖꼭지를 그만 가리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생계 및 안전 등의 이유로) 젖꼭지를 가려야한다면 와이어 브래지어가 아닌 더 편하고 건강한 방법을 선택해보자(그리고 노브라로 한발짝 더 나아가보자)" 라는 점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1. 노 와이어 브라

와이어 브라에 와이어를 빼고 다니니까 덜 아프긴 한데 여전히 땀도 차고 가슴 모양을 동그랗게 보이도록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시에 오프라인 속옷가게들을 직접 돌면서 와이어가 없거나 좀 편한 브래지어가 없나 찾고 다녔는데, 놀랍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건 없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여성속옷 브랜드는 여성의 건강을 해치는 브래지어 뿐이라는 걸 강하게 깨달았다. 가끔 가다 있는 노 와이어 브라는 A컵 사이즈 뿐이고 엄청 컵이 두툼하며(보기만 해도 더움), 와이어 없이도 가슴을 많이 짓누를 것 같았다. (필자의 가슴사이즈를 말하는 게 굳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아래 제품 리뷰에 참고하라고 밝혀본다면.. 75 둘레에 B~C컵이고 젖꼭지가 좀 돌출된 모양이며 더우면 땀이 많이 난다)


2. 브라렛

그때 한창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브라렛 광고들이 판을 쳤는데, 와이어가 없어 편하고 얇고 어쩌고 저쩌고 하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편할까 싶어서 온라인으로 3벌 정도 구매했었다. (3벌부터 배송비가 무료였고 가격도 꽤 저렴했다) 확실히 컵이 얇고 와이어도 없으니 와이어브래지어보다는 편했지만 여전히 어깨와 가슴둘레에 있는 압박이 많이 불편했다. 그리고 재질이 약간 싼 재질인지 땀 흡수가 잘 안되어서 땀이 나면 몸에 들러붙었고 내 움직임을 방해했다.

게다가 나름대로 덜 코르셋적인 디자인을 고른다고 골랐는데도 불필요한 장식이 너무 많았고, 버클이나 장식 같은 게 피부에 닿는 게 너무 불편했다. (브라렛 사진은 너무 코르셋이라 올리지 않겠다.) 뿐만 아니라(너무 단점 나열인가 싶지만 사실인 걸) 일부러 한겹 더 입었는데도, 옷 위로 젖꼭지가 튀어나오는 걸 가려주지도 못했다. 꼭지를 제대로 가겨주지 못하면서 불편하기만 하니까 굳이 입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렇게 내 인생의 브라렛은 그 3개가 처음이자 마지막 구매였다. 


3. 여성용 니플패치

☆☆☆

브래지어니 브라렛은 이제 됐고 다시 맨 가슴에 티를 입고 다녀보자, 고 맘을 먹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입고 학교와 알바를 가니까 두가지 문제가 생겼다. 우선 젖꼭지가 티에 쓸려서 아프다는 점, 그리고 젖꼭지의 존재가 티셔츠 밖으로 튀어나올까봐 신경쓰여서 자꾸 자세를 구부리거나 내 가슴을 쳐다본다는 점..

첫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은 사계절 내내 부드러운 티를 옷 안에 입거나 런닝셔츠를 입고 있는데, 당시엔 드럭스토어(올리브어쩌고 랄라부라어쩌고)에 가서 눈에 보이는 여성용 니플패치를 사고 봤다. 우선 물로 닦아서 2~3주 정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각 가슴 가운데에 척 붙이면 끝이니까 우선 편하고, 가슴 주위나 어깨 및 등에 아무 압박도 없으니까 진짜 상체가 전부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꼭지를 가리고있으니 완전탈코는 아니었음에도, 이때부터 음식을 먹어도 잘 체하지 않았고 어떤 자세로 상체스트레칭을 하든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서 너무 좋았다. 집에 와서도 씻기 전에 흐르는 물로 슥슥 씻어서 말려두었다가 다음날 그냥 하면 되니까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았다. 동그란 모양과 꽃모양을 둘다 써봤는데, 처음엔 꽃모양은 코르셋인가 윽 했으나 직접 써보니 가슴 컵 모양에 따라 꽃모양이 더 밀착이 잘되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

피부가 예민한 경우 간지럽거나 붉게 붓는다고 하던데, 필자는 가끔 간지럽긴 해도 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름대로 만족하고 재구매를 하며 몇달을 썼는데, 여름이 되면서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바로 땀에 아주 약하다는 것! 아주 더웠던 어느 여름날 야외촬영 중에 미술팀을 도와 짐을 옮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쪽 가슴이 이상하게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에 내 니플패치가 떨어졌던 거다. 여성스텝이 많은 현장이긴 했는데도 순간 아득하고 부끄러웠다. 그런데 너무 덥고 부끄러워하기도 힘들어서 "저 니플패치 손바닥만 한거 떨궜는데 찾는 분 저 주세요" 하고 다녔고, 다른 스텝이 찾아줘서 다행히 누가 밟고 미끄러지는 일 없이 잘 회수했다. 그렇지만 여름에 야외에서도 떨어지지 않을 니플패치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요약하자면 탈브라 하고 첫 대체 꼭지가리개가 필요하다면 추천인데 땀이 많거나 피부가 예민하면 비추천!


4. 남성용 니플패치

그때 쯤 좀더 나은 니플패치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을 많이 해보았다. 남성용 니플패치가 접착력도 더 좋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제로 드럭스토어 같은 데에서 여성용과 비교하니까 가성비가 훨씬 좋아서 한번 사보았다. 

(사진출처: 내가 찍음. 손톱이 좀 기네.. 잘라야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제품은 정말 비추천이다. 위 사진은 100매입 제품인데 산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다 못쓰고 남아있다. 일회용품이라 한번 쓰고 버려야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는 문제도 큰 문제지만, 가장 결정적으로는 뗄 때 아프다. 그리고 그 상처나면 붙이는 데일밴드 갈색 부분이랑 되게 비슷해서, 떼고나면 동그란 모양 주변으로 떼 같은 자국이 끈덕하게 남는다. 그걸 닦느라 젖꼭지 주위에 비누칠을 하고 긁어내는 게 또 너무 아프다.

또 사용했을 때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젖꼭지 크기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제대로 꼭지모양이 가려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정말 급한데 꼭지를 가려야할 때는 쓰긴 했지만 절대 이틀을 연달아 쓰지 못했다. 한번 떼어내고 나면 젖꼭지가 예민하게 붉어져서 다음날 붙일 엄두가 안난다.

5. 와이버클 일탈 브라

☆☆☆☆

탈브라에 대한 글을 인스타그램 페미계정에 올렸더니, 어느 멋진 사장님깨서 필자에게 DM을 보내오셨다. 자신이 버클 없이 옷에 탈부착하는 편안한 브래지어를 개발하였는데 하나 보내주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당시 남성용 니플패치로 젖꼭지가 많이 아팠던 나는 이 메시지가 너무 반가웠고 감사했다.

(사진출처:내가 찍음)

와이버클 일탈브라의 구성품은 옷에 붙이는 브라컵과 그 브라컵을 옷에 붙이는 양면스티커로 구성된다. 이거 취업준비할 때 면접용 셔츠 입을 때 요긴하게 잘 썼고 사실 위치만 잘 잡아서 붙이면 완전 편하다. 처음 한두번은 위치잡기 힘든데 적응하면 되게 금방 붙이고 금방 뗀다. 우선 젖꼭지가 저 부드러운 브라컵 안에 들어있느니 쓸릴 일이 없고 가볍고 시원해서 아무것도 안한 것 같았다.

다만 이 제품도 지속불가능한 단점들이 있는데, 젖꼭지를 가리기 위항 브래지어의 형태라는 점, 쓸때마다 스티커를 새로 붙이니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점, 그리고 옷이 얇거나 약하면 브라를 옷에서 뗄 때 옷이 손상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들을 빼고는 추천할만한 제품이다. 피부가 약해서 붙이는 니플패치가 힘들다면 탈브라 후 젖꼭지를 가려야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계속 판매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인스타그램 가봤는데 지난 글이 작년이라서.. 구입가능여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


마지막. 면 런닝셔츠 & 반팔티

☆☆☆☆☆☆☆

생각보다 길어진 글이 이제 끝나간다. 드디어 마지막 꼭지가리개다! 이 제목을 보고 '엥? 이건 꼭지가리개가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내가 근 1~2년간 노브라로 살 수 있게 해준 방법이다.

약간 두껍고 몸에 착 달라붙는 면 런닝셔츠(끈나시 아님, 라운드 런닝셔츠, 그 아저씨 런닝셔츠 모양인데 내 사이즈에 맞는 거) 또는 반팔 티셔츠를 옷 안에 입으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운동을 안 가는 날은 런닝셔츠를 많이 입고 운동을 가는 날은 반팔 면티를 입는다. 운동 가서 반팔티만 남기고 벗은 후에 안에 스포츠브라 하면 바로 운동할 수 있으니 편하다.

옷 안에 매번 옷을 한겹 더 입으면 덥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필자는 더위도 많이 타고 땀도 많은데, 그래도 괜찮았다. 탈코 전과 비교해서, 얇고 춥게 입는 것보다 좀 두툼하고 따뜻하게 입는 게 더 건강에 좋다는 걸 경험으로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덥고 땀이 나도 안에 옷이 땀을 흡수하니 땀이 식으며 추운 일도 별로 없고 더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

사실 이 방법은 겉에 입는 옷에 따라서 완벽하게 젖꼭지가 가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코르셋을 벗고 난 후 입는 옷들은 대체로 헐렁하고 두껍기 때문에 꼭지 모양이 많이 드러나 보이지는 않았다. 필자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진짜 얇은 여름 블라우스 한두벌을 제외한 모든 옷은 다 니플패치 없이 이 방법으로 입고 다닌다. 그럼에도 젖꼭지가 잘 가려지는 게 맞는지 걱정하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면, 친한 회사 여자 동료들과 대화 중에  입사 후 계속 브래지어 안했다고 이야기하니 전혀 몰랐다는 대답을 들었다.

무엇보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일부러 젖꼭지를 가리기 위한 장치를 따로 두는 게 아니라, 그냥 옷 입는 방법만으로 젖꼭지가 두드러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점과 젖꼭지가 옷에 쓸려서 아플 일이 없다는 점이다. 아저씨들이 셔츠 안에 늘 목늘어난 런닝셔츠를 입는 걸 흔히 볼 수 있는데, 다들 그렇게 입는 건 역시 이유가 있는 거였다. (아저씨들은 불편한 옷을 잘 입지 않으니까) 필자가 제일 추천하는 꼭지 가리기 방법은 바로 이 방법이다.


여성의 젖꼭지가 보여도 괜찮은 세상

지금까지 내내 젖꼭지를 가리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했는데,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젖꼭지를 가리자"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젖꼭지를 가리지 않아도 될 세상을 위해 다같이 브래지어부터 버려보자는 말이다.

남자들도 니플패치도 하고 젖꼭지 나오는 거 불편해하던데, 하고 생각하는 이가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주 쉽게 반박할 수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언뜻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요즘 겉옷이 얇아지는 간절기가 오니까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젖꼭지 모양이 드러나도 개의치 않고 걸어가는 남자들이 엄청 많다. 의식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만큼 자연스럽다. 그런데 여성 중에서 젖꼭지 튀어나온 채로 다니는 분은 없다시피 한다. 따로 페미모임에서 보는 거 아니고서는, 탈브라가 눈에 보이는 분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아직도 브래지어는 계속 생산되고 팔리고 있다. 리얼 코르셋인 와이어 브래지어, 다들 벗어나봤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도 많은 탈코러들이 필자처럼 브래지어는 하지 않지만 뭔가 젖꼭지는 가려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젖꼭지를 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조금만 더 용기내고 힘내보자! 화이팅!

(처음 탈브라 했을 당시 그림, 아직 단발을 못잃었을 때)


🌿

타래를 통해 다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핀치 같은 미디어가 있어서 감사했고 타래 서비스를 열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핀치 서비스가 종료한다는 소식에.. 연재글을 이어가보고 싶어서 초록창 블로그로 옮겨가서 연재를 이어갈까 합니다. 계속 읽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의 블로그로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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