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가 된 후 내 머리카락 변화: 긴머리(3년) -> 중단발(1년) -> 탈색 단발(3개월) -> 다시 검정 단발(3개월) -> 숏컷(3개월) -> 투블럭(2년)
💄 20대 이후의 사진첩을 정리하다보면, 머리가 짧아지는 것과 동시에 화장이 옅어지고 어느 순간 목걸이와 귀걸이가 사라져있음이 보인다.
사회적인 여성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더 예뻐보이기 위해 돈과 시간과 건강까지 내버렸던 20대 초반의 내 사진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탈코 이후에 만난 사람들이 보면 놀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확 변한 내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신기하기도 하다. 얼마 전에 탈코 이전의 내 사진(주로 코르셋 전시 셀카)들을 일부 지웠는데, 불편한 하이힐과 원피스와 작고 무거운 가방을 든 내 모습을 보면서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겠다는 감각이 선명해졌다.
💇♀️ 돌이켜보면 고1~3 내내 짧은 단발을 유지하던 나에게 스무살이 되어 기른 긴 머리는 자유의 상징이었고, 탈코르셋 이전에는 내 볼과 턱이 너무 통통해서 짧은 머리는 절대 안어울린다고 믿었다.
그래서인지 짧은 머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몇년간 가지고 있다가, 겨우 용기를 내서 자를 수 있었다. 아직도 긴 머리인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투블럭을 선택한 데 대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솔직히 나에게도 짧은 머리를 도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해본다.
💇♂️ 투블럭을 하기까지는 여러가지 이유가 필요했다. 첫번째 이유는 당연히 '탈코르셋'이었는데, 그외에도 다양한 계획과 맥락 안에서 나는 투블럭을 선택했다.
우선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 졸업 전에 염색, 탈색, 펌 등 머리카락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졸업하면 어른스럽게 숏컷을 하자고 다짐했었다. (물론 그땐 내가 투블럭할 줄은 몰랐지) 왠지 멋진 선배님들이나 권력을 가진 여자 정치인들 중엔 긴 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고학년이 되자, 상할대로 상한 머릿결과 두피의 건선 (지루성 피부염이 생겼다가 만성 건선이 되었는데, 이것도 코르셋 때문이었음-자세한 내용은 다른 에피소드에서-) 때문에 긴 머리는 그 자체로 나에게 해로웠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 당시 여름에,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야외 영상 촬영 일을 하게 되었는데 하필 너무 더운 날씨였다. 두피에서 땀이 주륵 흐르는 강한 더위를 겪으며, "고객응대 알바도 그만둔 김에 지금이 기회다" 하는 생각으로 바로 투블럭을 쳐버렸다.
💬 재미있게도 머리를 짧게 자른 후 주변에서 "긴머리보다 낫다"는 말을 자주 듣고, 내 스스로도 많이 만족했다. 특히 머리끈이 필요없어진 게 너무 좋았다.
귀찮은 걸 싫어했기에 단발일 때도 늘 머리를 묶고 다녔는데, 그놈의 머리끈을 매번 흘리고 잃어버려서 다시 사기 일쑤였다. 그래서 숏컷을 하고나서 무용해진 머리끈을 보면서, 앞으로 내 일상에 머리끈은 필요없겠구나 싶어서 너무 홀가분했다. 그리고나서 여름이 왔고, 앞머리가 얼굴을 치는 게 너무 싫었던 나는 투블럭을 해냈다. 투블럭을 하고나서 마법처럼 모든 코르셋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투블럭을 한 후에도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모습이 사회적 시선에 따라 왜곡되어 보였고, 내 몸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으며, 립스틱을 다 버리지는 못했었다.
🤔 투블럭을 하고나서 자연스럽게 코르셋들을 하나씩 하나씩 버려나갔고(세부 내용 3화 참고),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코르셋을 내려놓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완벽한 탈코르셋'을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르셋과 탈-코르셋 상태는 이분법적으로 딱 나뉘는 게 아니기도 하다.
투블럭까지 하고 화장도 안하고 다니는 나를 보면 내가 내 외모에 대해 초연할 것 같지만, 탈코르셋을 시작한 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 속에 벗어내지 못한 코르셋들이 있음을 종종 느끼고, 또 그 코르셋을 벗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은 때로 지긋지긋하고, 고통스럽고, 외롭지만, 또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강해지고 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