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맥도먼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데 90분은 충분치 않아요. 4시간은 돼야죠. 6시간이면 더 좋고요. 10시간 아니면 2년은 어때요. 우리의 이야기는 순환적이고 복잡하며 90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의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이 말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커리어 대부분이 남성 주연을 뒷받침하는 조연 역할이었다고 얘기했다. (그게 꽤 괜찮은 커리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책임 프로듀서이자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의 판권을 먼저 사들여 감독과 작가, 배우들까지 직접 섭외해 그해 TV 시상식을 휩쓴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조연은 충분하지 않아서, 90분도 충분하지 않아서, 맥도먼드는 (원래는 6부작이 계획이었던) 4시간 동안 미국 메인주에 사는 올리브 키터리지의 25년간의 삶을 풀어낸다.
영화를 처음 좋아하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꼭 봐야 할 명작" 리스트를 해치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많은 남성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줄줄 외우고, 거장 남성 감독들의 영화를 거의 다 섭렵할 수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온갖 성격과 배경의 남자들이 성장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늙고 죽어가는 것을 봐왔다. 그들은 이야기의 주연이었고 세상의 중심이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웃고 슬퍼하고 공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도 지난 몇 년간 정전의 권위를 버릴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알던 편협한 역사를 다시 배워가면서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여성들의 영화를 찾아 나갔다.
수많은 남성들의 파트너로 스크린을 전전하던 '다른 데서도 본 것 같은' 여성 배우들은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영화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는 옛날 로맨틱 코미디에서 산드라 블록을 찾지 않아도 <버드박스>와 <오션스 8>에서 두시간 내내 그를 볼 수 있고, 볼 방법도 마땅치 않은 영화들이 아닌 <더 빅 C> , <Tales of the City>등 드라마에서 로라 리니를 원 없이 볼 수 있다. 이제 마고 로비, 시얼샤 로넌, 캐리 멀리건, 리즈 위더스푼 등 젊은 배우들은 숨기지 않는 열정으로 스크린을 장악해가고 있으며 이들은 절대 누군가의 옆으로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들이 나오는 15분을 보기 위해 두시간 짜리 영화를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기록되지 않고 흘러 가버린 여성 영화들을 발굴해서 알리고 있고 우리는 찾아 듣고 찾아 보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면 된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90분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90분 동안 볼 수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두시간, 네시간, 열시간, 시즌 5까지 달리는 드라마에서도 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울고 웃고 화내고 응원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경험이 쌓여서 여성의 이야기가 보편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는 수많은 여성 배우들을 조연으로 처음 만났고 지금도 보석 같은 배우들이 조연에만 머무르는 것을 본다. 그들이 보여준 그 인물들을 사랑하지만,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연으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하게 보여줄 수 없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반드시 주인공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