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자와 후회

핀치 타래

운명론자와 후회

운명론자는 후회하지 않는다

시코

과거의 나는 후회가 참 많았다. 인생을 리셋하거나 어느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마 그건 내가 내 삶을 너무 귀중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삶을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나는 그런 나르시시즘적인 생각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대신에, 삶을 좀 덜 사랑하게 되었고, 이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운명론자라고 묻는다면, 나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말들이 필요하겠지만, 그 질문에 충실하게 답변하자면 그렇다. 나는 운명론자에 속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취한다고 한다. 그것이 온전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그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시점, 그곳에서의 내가 행했던 것은 적어도 그 시점의 나에게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그 행동을 후회할 수 있는 것도, 그때의 나보다 좀 더 정서적으로 여유로워졌거나, 어떤 의미로든 성장했거나, 시간을 들여 넓게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후회한다고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한들(아무런 기억을 가지지 않고 돌아간다면) 계속 그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소한 후회까지는 하지 않기 어렵지만(예를들면 시킨 음식이 맛이 없어서 다른 걸 시킨걸 후회하거나, 시험 때 답을 고쳐서 틀린 경우 같이) 마음속에 깊게 남아있는 후회는 더 이상 없다. 어렸을 때 나는 누군가가 좌우명을 물어보면 ‘후회할 일을 하지 말자’라고 대답했다. 그땐 후회를 아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좌우명을 정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이제 더 이상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제 누군가가 좌우명을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시코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3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상속
장례도 끝났고 삼오제(삼우제)도 끝났다. 49재의 첫 칠일 오전, 나는 일하던 도중 이제 식을 시작한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고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부디 엄마의 영혼이 존재해서 젊고 건강할 때의 편안함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을 실컷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생명의 끝을 끝으로 영원히 안식에 들어가 모든 것을 잊었기를. 삼오제까지 끝나면 문상 와 준 분들께 문자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해도 좋..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