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는 일주일과 독일 그리고 돈

핀치 타래커리어여성서사

정신 없는 일주일과 독일 그리고 돈

시코

핀치 타래 베타테스터에 별 생각 없이 지원했다가 선발되었다.

나는 오늘(2월 26일) 독일로 방문학생을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었기때문에, 선발이 된 이후에 여러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짐을 싸고 한국을 떠나기 전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타래에 지원할 때 내가 쓰기로 했던 글들은 전부 무겁고, 충분히 생각한 뒤에 써야만하는 주제이기때문에 여태까지 미뤄왔다. 너무 바빠서 다른 분들이 올리시는 글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채로 출국을 했다.

계속 마음 속에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그 글을 써내야하나 고민하다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일단 쓰기로 했다.

나는 현재 하노이에서 경유하는 중이다.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로 하노이 시내에 관광나가는 것에 실패하고 공항에서 7시간째 대기중이다. 

하노이 공항은 시원하지 않다.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는다.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소식을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하자, 30불을 내고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아봐주어서 지금 라운지에 있다.

돈이라는 건 왜이렇게 좋을까. 일단 라운지는 시원하다. 이곳만 이렇게 시원하다니. 게다가 이곳은 와이파이도 잘 터진다. 이렇게 글을 쓸 마음이 들게 할만큼 편안하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있다.


인천에서 항공사로부터, 내가 편도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비자도 없기 때문에 독일에서 입국거부를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그리고나서 이 사실을 항공사에서는 고지했고 나는 들었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라고 했다. 서약서라는 건 언제나 나를 두렵게 만든다. 

독일이 아닌 다른 국가로 90일 안에 빠져나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을 경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급한 마음에 라이언에어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입국심사를 할 때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그 티켓이 입국심사에서 유효하기 위해서는 내가 한 학기 동안 독일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을 숨겨야하기 때문에) 라이언에어는 절대 환불을 해주지 않는 항공사로 유명하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원래는 ‘가라’로 티켓을 하나 끊어놓고 심사를 통과한 뒤 취소할 예정이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가면, 방문학생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꼼짝없이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불안하고 비현실적인 이 상황에서, 30불의 사치를 누리며 글을 쓴다...



SERIES

우당탕탕 독일 방문학생기

시코의 최신 글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병원이 다녀왔다

..

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