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 했어야 했다.
나의 첫 번째 유럽으로의 도망 여행은 5년이 지난 2015년 여름에….
하지만 이야기를 쓰던 중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하고 싶었고 약간의 SKIP 을 거쳐서 나의 유럽 여행기의 시작을 알리기도 전에 유럽 여행 중 들렀던 독일 <바덴 - 바덴의 혼성사우나 체험기> 를 써보려고 한다.
5년도 더 지난 여행기 기에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여행 당시에 썼던 일지를 읽어 보았는데 그 당시에도 너무 좋았는지 호평 일색으로 일지에 적어 놓은 것을 보았다.
지금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인데 바덴 - 바덴 이라는 도시는 우리나라의 88 올림픽 즉 1988년 제24회 올림픽경기 대회를 한국의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결정(1981년 9월 30일) 한 곳이기도 하다.
바덴 - 바덴은 로마시대 때부터 이어 저온 온천 도시로 지금은 부유한 휴양 도시로 한적하고 여유롭고 최대 규모의 카지노 까지 겸비 되어있는 곳 이라고 한다.
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일치기 온천 여행을 하기 위해 바덴 - 바덴 에 들렀다.
이날 일기를 보면 가기 전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온천에 입장한 순간 나의 모든 고민과 가라앉은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이 온천이 주는 평화로움에 기대 안락함을 느꼈다고 ….
3시간을 꽉 채워서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자유와 해방감 ?! 을 즐기고 완벽한 힐링을 하고 돌아갔던 날이었다.
바덴 - 바덴 에는 몇 곳의 유명한 온천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갔었던 곳은 카라칼라 스파 였다.
그 외에 프리드리히 스파 라는 곳 도 있다.
카라칼라 스파는의 1층은 온천과 약간의 습식사우나로 구성 되어 있으며 수영복을 입은 상태로 입장을 하는 형태이고 2층은 사우나 시설을 올 누드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프리드리히 온천은 전체 공간을 올 누드로 이용하는 곳 이여서 처음 이였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라칼라 스파를 선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바덴 - 바덴에 도착하였고 나는 곧 장 카라칼라 스파로 갔다.
온천과 사우나를 좋아하는 나에게 여행의 피로를 풀어 줄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나는 Girl ! Hey ~ 유교Girl 이였다. 한국에서는 내 스스로를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올 누드라니 .
아! 올 누드가 문제가 아니구나
(어차피 목욕탕은 올 누드니까?)
"오 이런 ~ 혼성 사우나 라니 !!!" 하며 가기 전까지 나에게 남아있는 유교걸의 유전자와 이게 뭐라고!!! 대수냐? 가자! 외치는 패기 이 두 가지 감정을 반복하며 나는 온천으로 향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1층은 수영복을 입고 입장하는 공간이었다. 나도 한국에서 챙겨온 실내수영장 용 원피스 수영복을 챙겨 입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곳에 원피스 수영복은 입은 사람은 나 하나 뿐 !
모두 비키니 차림이었다.
지금의 나는 비키니를 코르셋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 내가 받았던 충격은 비키니의 코르셋 유무가 아니었다.
사실 그 코르셋은 그 당시의 나에게만 적용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비키니와 원피스 수영복 두 가지를 모두 챙겨갔는데 내 몸에 붙어있는 군살이 창피해서 비키니는 입지 못하고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기 때문에 ….
그들에게 비키니는 그냥 수영복 일 뿐 이였다. 온천에 왔으니 당연히 입어야 하는 차림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치 내가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 원피스 수영복을 입는 것처럼 말이다.
1층에는 노천 온천과 각종 습식 사우나가 있었는데 온천의 온도가 한국처럼 뜨끈뜨끈 했다면 나는 아마 이곳에서 머물다 만족하고 돌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온천의 온도는 따뜻한 것도 그렇다고 차가운 것도 아닌 물 온도를 맞출 때 찬물에서 뜨거운 물로 바뀌는 그 찰나의 애매모호한 딱 그 온도 더 차가워지지도 뜨거워 지지도 않았다. 당황스러움과 함께 이러다가는 여행은 피로는 고사하고 오히려 감기가 걸릴 것 같아
고심 끝에 나는 사우나 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계단을 올라 사우나 층으로 갔다. 샤워를 하고 사우나 실로 입장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각각의 테마를 가진 사우나 실이 여러 곳 있었고 야외 에는 선베드와 통나무집 형태의 사우나 시설까지 따로 갖춰져 있었다. 중간중간 온탕까지 정말 완벽한 곳이었다.
1층이 아니라 여기가 메인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우나 안에서는 탈의를 하고 사우나를 즐기고 있었고 사우나를 나와서 이동하는 동안에는 큰 타월로 몸을 두르거나 샤워가운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유럽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몸을 두르는 큰 타월이나 샤워가운 같은 건 나에게 당연히 없었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한국에서 쓰는 작은 수건 한 장 을 가지고 그곳으로 당당히 입장했기 때문에 ….
나는 작은 수건 한 장으로 나의 신체의 앞 부분을 겨우 가린 후 사우나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이 해방감을 만끽했다.
사실 여행객에게 아주 생소한 곳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때 동양인 여성은 나 혼자였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그때의 나는 시선을 받았는지 어찌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 시력은 -0.7 이였고 거기에 난시까지 더해져서 안경이나 렌즈를 끼지 않으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의 이목구비를 알아보기 힘든 눈 상태 였기 때문이다.
사우나라서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할 수 없었고 사우나의 열기에서 뿜어 나오는 증기까지 더해지며 나는 자체 블러 처리된 눈으로 그곳의 모든 사우나 시설을 이용했다.
물론 그들은 내가 뚜렷하게 잘 보였을 테지만 상관없었다.
그 곳에서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았고 모두 태초의 상태로 돌아간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평온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 이곳에서 내가 실수한 것 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샤워가운이나 큰 타월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몸을 가리는 용도 뿐만 아니라 사우나 시설에 들어가서 자신이 앉거나 누울 장소에 깔고 사용하는 용도로 사용 되는 것을 나는 미처 몰랐다.
한국에서는 보통 건식 사우나는 사우나 복을 입고 들어가기 때문에 챙길 필요가 없었고 목욕탕 안에 있는 습식 사우나 에서는 간혹 수건을 깔고 앉기도 하지만 보통은 바로 나무 좌석에 앉거나 눕거나 해서 이게 비 위생적 일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튼 다들 수건을 깔고 앉길래 나도 내 수건을 깔고 앉았다.내가 앉은 곳이 좌석의 위층 이였는데 내 발바닥이 나무 좌석에 직접 닿아있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어 신체가 닿는 모든 곳을 수건으로 깔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다들 긴 수건으로 발바닥 부분까지 잘 깔고 앉아 있었다. 나는 곧장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제일 아래층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던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문화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비위생적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고 그 이후 한국에서 가끔 건식 사우나에 갈 일이 있으면 수건을 깔고 앉게 되었다.
내가 이 스파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를 꼽으면 그건 선베드와 통나무 건식 사우나이다.
사우나 건물을 나오면 큰 나무들이 울창한 작은 숲속 공간이 나오는데 정말 적절하게 가려져 있어서 아래 온천에서도 그곳이 보이지 않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통나무 사우나에 가기 위해 나와서 가는 길에 놓여있는 선베드를 보았고 이때가 아니면 언제 다 벗은 상태로 야외에서 누워보겠냐는 생각에 선베드 위에 수건을 깔고 조심스럽게 누웠다.
조금 외진 곳이라 사람도 없었고 따뜻하게 데워진 몸과 푸른 하늘과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다시 그곳에 가지 않는 한 느껴보지 못할 그런 감정이었다.
5주간의 여행 중 단 하루 겨우 3시간 이용했던 곳인데 바덴 - 바덴 의 온천은 나에게 손에 꼽는 베스트 여행지가 되었고 나는 가끔씩 카라칼라 스파의 그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글을 일게 된 여러분도 독일에 가는 날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아름다운 바덴 - 바덴의 온천을 즐겨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