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면 일단 주제부터 정해야 하는데 무엇이 좋을지 생각하며 나의 20대를 되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총 3번의 유럽여행과 실패한 나의 워킹홀리데이 가 있었다. 학창시절에 나는 서른 살이 되면 아주 멋진 삶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에서 고양이들 함께 멋진 비혼 생활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사실 아주 멋진 삶을 상상 했었다.)
막상 서른 살이 된 지금의 나는 전 재산을 해외에 탈탈탈…. 쏟아버리곤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님의 집에서 기거하며 경제적인 독립과는 거리가 먼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아무튼, 곧 이루어질 그래야만 하는 나의 완벽한 독립을 꿈꾸며 ….
나의 20대를 꽉 채워준 유럽여행 그리고 워킹홀리데이 그실패한 듯 성공한 [ 도망 일기 ] 를 써보려고 한다.
제1장
스무 살의 버킷리스트 : NO1 유럽 배낭여행 가기
때는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두 대통령께서 연이어 서거 하셨으며 배우 장자연 씨의 사망사건 그리고 용산참사와 신종플루 감염 확산으로 인하여 수많은 생명이 이 나라를 떠나갔던 씁쓸하고 안타까운 해였다.
그해 나는 대학교 입시시험에 광탈 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커다란 실패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연극 영화과를 지망 했던 나에게는 수학 능력 시험 후 치러야 하는 실기시험이 남아 있었고 모두 수험 표를 들고 이곳 저곳 수험생 할인을 받으며 해방의 기쁨을 만끽한 동안 수험 표의 할인 혜택을 단 한 가지도 써보지 못한 채 다이어트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극에 달했던 스트레스는 대학교의 결과 발표 후 터지고 말았는데 ….혹독한 다이어트로 인해 44kg 이었던 몸무게는 한 달 만에 58kg 까지 불어나게 되었다. 한 달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방에서 먹고자고를 반복하던 나를 처음 밖으로 꺼내준 것은 바로 새벽반 프랑스어 학원 다니기였다.
비록 대학교 입시에는 실패했지만 …. 그래도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스무 살의 버킷리스트 를 하나씩 실천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프랑스어 배우기 였다.
내가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었던 이유는 위대한 개츠비 의 데이지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캐리 멀리건(Carey Mulligan) 의 대표작 언 에듀케이션(An Education) 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 때문이였다. 영화에는 제니(극 중 이름)가 자신의 방에 누워 Sous Le Ciel De Paris – Edith Piaf 의 LP를 들으며 그녀가 꿈꾸는 파리에서의 삶을 그리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제니 처럼 …. 영화 속 한 장면을 보고 파리에 대한 환상을 꿈꾸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종각역에 있는 프랑스어 학원 새벽반에 다니게 되었다. 프랑스어 기초반 수업을 주 2회 두 달 정도 다녔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학원에서 배웠던 아주 짧은 자기소개 한 문장 정도를 기억하고 있다.
Je m'appelle OO : 내 이름은 OO입니다.
Je suis Coréen : 나는 한국인입니다.
여행할 때 뭐… 이 정도면 뭐 …. 됐지 안 그런가? 그리고 아베세데 (ABCD) 알파벳을 불어 발음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어 학원은 나의 계획과 다르게 겨우 두 달 정도 다니고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첫 번째 이유 는 내가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였다.일어나는 것부터가 너~무 힘들어서 오후 반으로 옮길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두 번째 이유 가 생겨서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너무나 좋은 기회로 나는 대학로 아르코 극장에서 열리는 신춘문예 당선작 릴레이 공연에 배우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어 학원은 두 달을 끝으로 그만 두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시작을 계기로 꼭 돈을 모아 프랑스 파리에 가겠다며 유럽 배낭여행을 꿈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