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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 이민갈까? 6. 뉴질랜드에서 파트너 비자 받기(1)

유의미

얼마 전 대학 합격 발표에 버금가는 감격의 순간이 있었다. 마침내 파트너 비자를 받은 날이었다. 신청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 만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계속 불안했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자가 한 번 거절되면 계속 어려워진다던 말도 떠오르고, 비자가 안 나와서 귀국하면 또 애인과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싫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건 참 답답하다. 알면서도 비정규직이거나 성소수자면 늘 그렇게 살아야 한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승인 메일을 받던 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고생을 어느 정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뉴질랜드에 살...

언니, 우리 이민갈까? 7. 뉴질랜드에서 파트너 비자 받기(2)

유의미

비자를 신청한 지 약 일주일 뒤에 이민성에서 온 메일은 다름 아닌 질의 사항이었다. 첫 번째 심사를 마쳤으며, 차후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굉장히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했는지, 지나치게 상세하고 세부적인 질문이 와서 당황스러웠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이 사항에 답할 기한을 딱 삼 일 줬던 점이다. 이들은 영어가 제1 언어가 아닌 사람의 고충을 전혀 모르는 게 틀림없다. 결혼 증명서 파트너의 주소지 증명 서류 (Household register for your partner) 너의 집에 파트너가 5년간 살았다고 했는데, 지원서에 파트너의 한국 주소는 다르...

언니, 우리 이민갈까? 28. 중간점검

유의미

2년 전 한국을 떠나 처음 뉴질랜드로 날아왔다. 언어도 사람들도 심지어 공기마저 낯선 이곳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 한 명도 없이 홀로 살아갈 게 걱정스럽고 무서웠다. 나는 때때로 도망칠 수 없는 두려운 상황에 처하면 일단 다이어리를 펼치고 계획을 세우는데, 사실 이번에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감이 안 잡혔다. 운동이라면 매일 할당량과 시간을 배정하고, 시험공부라면 시험 범위인 분량을 쪼개 매일 공부할 양을 배정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울 텐데, 지금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다이어리의 텅 빈 페이지를 한참 바라보다 마침내 써 내려간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언니, 우리 이민갈까? 26. 첫 홀리데이, 네이피어

유의미

뉴질랜드에 온 지 삼 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처음 이 땅을 밟고 하늘도 바람도 새로워서 매일 즐거웠지만, 출근하고 퇴근하는 건 금방 지루한 일과가 되었다. 근무시간이 짧긴 하지만 주 6일씩 출근하며 번 돈을 대부분 주거비로 내는 것도 한국과 다를 바 없었다. 휴일에도 역시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이 밀린 빨래와 집안 정리를 하며 보냈다. 신나는 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뉴질랜드의 삶은 그저 무료하고 지루했다. 퇴근하고 도서관도 가봤고 책도 읽어봤고 심지어 영어 공부도 해봤고 요가도 해봤지만 남는 시간은 너무 많았고, 친구도 취미도 없는 채로 그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 한 몸 간신히 누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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