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레인저 (1)

핀치 타래주거대학생

팔공레인저 (1)

공대생 넷과 고양이 둘

셀렌

“너 차라리 우리랑 살아!!!”

 작년 여름, 기말고사 공부를 하려고 모인 동아리방에서 나름 큰 결심의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나는 애인과 함께 자취 중이었는데, 자꾸 집안일 분배로 문제가 생겨서 고민된다고 언니들에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같이 살자는 거다. 그것도 둘이 살자는 게 아니라 여럿이서 같이 살자고 하는 거다. 아파트나 넓은 빌라를 빌려서 월세도 아끼고 집안일 분배도 잘해서 여자들끼리 오순도순 살자는 얘기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설득당해서 동아리방에 있던 다섯 여자, 그리고 나의 두 고양이는 같이 살기로 했다. (엥 소제목에서는 네 명이라면서 왜 다섯 명? 은 나중에 풀겠습니다) 

 기말고사가 코앞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엄청난 추진력과 집중력을 가지고 방을 찾기 시작했다. 직ㅇ, 다ㅇ, 네ㅇ버 등등 인터넷에서 나와 있는 방들을 뒤지고, 전세자금대출도 알아보고 했는데 단 몇 시간 만에 결론이 났다. 

 학교 옆 동네에 있는 복층 쓰리룸 빌라에 월세로 들어가자! 

(사실 아파트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것도 나중에 풀겠습니다. 저희는 대전에서 살고 있어요) 

 당장 문자를 넣고 다음 날 방을 보러 갔다. 방이 넓고 깨끗해서 바로 계약을 했다. 부동산중개료랑 계약금도 그 자리에서 입금했다. 그렇게 같이 살자고 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방을 계약하고 우리는 여름부터 같이 살게 되었다. 

 Q. 왜 팔공레인저인가요? 

저희 학번이 각각 14, 15, 16, 16, 19, 합하면 80이어서 복고 스타일로 팔공레인저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름을 정한건 꽤 나중 일이라 미리 풀고 가겠습니다. 

 어쨌든 팔공레인저 오순도순 잘 살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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