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렸다. 정치적인 글을 트위터가 아닌 sns에 올린 건 처음인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스토리에 n번방 청원 홍보 글이 몇 개 올라올 때 까진 난 청원 홍보 글을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n번방을 비롯한 정치적인 이슈는 sns에 안 올려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두려웠기 때문이다. 작고 구성원이 적고 좁고 폐쇄적인 커뮤니티에 속한 여자 대학생으로서 현재와 미래가 두려웠다. 그간 살아오며 보고 겪은 무수한 험담들이 나를 빗겨갈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부담스러웠고 최소한 학교 안에서는 안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페미니스트인 것도 바이섹슈얼인 것도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낙태 합법화 시위를 참가하는 것도 안 밝혔고 퀴퍼는 아웃팅이 두려워서 참가하지도 못했고 (쓸수록 왠지 구구절절하게 변명만 늘어놓는 느낌이고 자기혐오감이 들지만 나도 피해자라는 걸 내 입을 막는 놈들이 잘못했다는 걸 잊진 말아야지.)
그런데 어제 친구들을 만나 n번방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방금까지 인스타를 보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청원인이 100만 명을 넘겼다. 친구 학교 선배 동기 후배 지인들이 스토리에 청원 링크를 올렸다. 무의식 중에 이런 글을 안 올릴 거라고 생각해왔던 사람(이런 걸 안 올릴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건 또 뭐야ㄱ-..)들까지도.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의 성별은 (역시) 모두 여자였고…)그 스토리들을 쭉 보고 나니까 내가 더 이상 부담을 느낄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몇 달 전 트위터에서 n번방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왜 바로 올리지 않았을까 후회스럽고 반성도 되고.. 용기가 생겼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도?
이젠 내 주위 (남자?)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 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래 덜 눈치보고 살래.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얼굴 까고 이름 걸고 영상까지 찍은 남자 연예인들의 얼굴이 오늘도 스쳐 지나간다.ㅋ.ㅋ.ㅋ.ㅋ 입을 절대 열 것 같진 않으니 죽는 날까지 기억해야지
안전하지 않은 공동체에서 내가 안전할 수 있긴 할까? 안전하려고 기를 쓰며 나를 검열하기 보단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편이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