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무엇이길래, 성별을 떠나 많은 자식들이 부모의 가스라이팅에 대한 한탄을 이렇게 한단말인가. 최근에 가장 애정하는 팟캐스트에서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자식에게 하는 가스라이팅을 시사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또한 그 정도가 심한 관계에 있는 딸로서 그 이야기를 조금 털어놓으려 한다.
원서를 따로 사서 읽을 정도로 록산 게이의 헝거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내가 한국에서 '평균'에 들어가는 사이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흔히 88-99 쯤에 해당하는 사이즈인데, 어머니는 44-55 사이즈이므로 그 갈등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상상이 갈 거라 생각한다.
내가 가장 억울한 점은 난 일평생 단 한순간도 마른 적이 없다는 것이다. 2n년 동안, 수많은 다이어트를 했지만 나는 10kg가 빠지면 15kg가 돌아오는 식이었다.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어머니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밥상 앞에서 삐쩍 마른 남동생과, '엄마친구딸'과 비교를 했고, 너를 위한 잔소리라며 타이르고, 강제로 한의원과 헬스장, 병원을 끌고 가며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소용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 결과 나는 이런 몸으로 여전히 살아가는 중이고 여전히 어머니와의 갈등은 지속 중이다.
우울증이 심했을 땐 흔히 말하는 '먹토'를 하고 싶었다. 하고 싶었지만 나는 술을 마셔서 세상이 빙글 돌고 위장이 받아주지 못할 때만 토를 하는, 스스로 토를 하지 못하는 애였다. 날이 따뜻해지면 무섭다. 그래서 최근 상담을 갔을 때 먹는 행위에 죄책감이 든다고 고백했고, 차분한 선생님의 열렬한 잘 먹어야하는 이유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했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군것질이나 먹고 싶은 걸 안 먹는 건 아닌데 말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방금 폭식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아차! 싶어서 기록을 남겨보는 행위랄까.
앞서 말했듯 먹고 싶은 건 다 먹는다. 다만, 그게 다른 사람 앞이면 편히 먹지 못하는 점 그리고 음식을 숨겨서 먹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한번 이것이 터지고 나면 정신없이 몇시간을 먹다가 속이 안 좋을 때가 되서야 정신이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집은 외부 음식이 출입되지 않는다. 온가족의 몸매를 지적하고 다니는 어머니 때문인데, 군것질이 너무 하고 싶거나 따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는 모두가 외출할 때까지만을 기다린다거나 아예 외출을 해버린다. 아버지도 몸매가 엉망이지만, '꾸미는 재미가 있어야 할' 그리고 '한창 예쁠 나이인데 아줌마처럼' 하고 다니는 '딸'은 이게 못마땅해 죽겠는 어머니를 피해다닐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가스라이팅은 수많은 결과를 낳았다. 가장 큰 문제는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바닥인 나는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티를 내면 덜컥 겁이 난다. '이 수많은 사람 속에 왜 하필 나를 좋아하지?' 라는 생각부터 드는 것이다. 연애가 제대로 될리가 만무하다. 연애만 문제인가, 자기PR이 생명인 취업시장에 던져지자 나는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그리고 당연하게 가족들과의 관계는 친한 친구들의 발끝만큼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이다. 그저 남을 대하듯 적당히 상대한다는 게 내게는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속에서는 사람이 완전히 자기 자신을 돌볼 수도 없고, 똑바로 대면할 수 없다. 이건 내 경험이다. 그리고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부모님들, 적당히 하세요. 이 인생은 내 것입니다. 우린 당신들의 인형이 아니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