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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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에 대하여

성추행 당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서울안개구리

갓 성인이 된 첫 걸음, 시간제 근무 즉 아르바이트가 너무 해보고 싶었다. 너무 신이 났던 기억이 난다. 다른 것들은 해볼 생각도 없이  빠르게 보건증을 발급 받고 집 근처 카페 겸 베이커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처음이죠? 궁금한 거 있어요?'

'아니요.'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도저히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2-30대 여성이었던 점장님과 매니저님은 앞으로 아르바이트 할 땐 이런 점들에 유의하고 꼭 물어봐야 한다며 여러가지로 신경 써주셨다. 막내로 귀여움도 톡톡히 받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문제의 발단은 회식이었다. 본사 직원이라는 사람들 몇몇과 우리 매장 직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몇년이 지나서야 이 자리가 얼마나 이상하고 불편한 자리였는지 깨달았다. 회식이나 사회 생활의 기본이 전혀 없는 나는 그저 묻는 말에 우물쭈물 답하기 바빴다. 그러다 아버지 뻘의 남성의 손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이 얼어버렸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눈을 끔벅거리며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렇게 하시는 거 성추행입니다.'

전에 들어본 적 없이 단호한 점장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내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의 주인은 머쓱해 하며 웃어 넘겼다. 그 때부터였나, 긴장한 줄 알았던 점장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생각이 많으신가 보다 했다. 몇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상황과 점장님의 언행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점장님은 굉장한 용기를 낸 것이다. 혹시 이렇게 맞서는 것이 나의 일자리를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그 단호한 말 한마디가 나를 보다 나은 사회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비슷하거나 더 환멸나는 환경에서 말도 안되는 싸움을 하고 좌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을 비롯해 많은 선배 여성들이 용기를 내준 덕분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다시 한번, 그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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