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나랑 결혼하자.
많은 남자를 만난 건 아니었지만, 정말 이상하게 나의 ‘전’남친들은 모두 나에게 결혼을 하자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도 안정감을 위해 결혼을 하고 싶어했던 사람도 있었고, 2~3년정도 만나니 결혼을 원하기도 했었다. 근데 만난지 3개월된 바무는 갑자기 결혼이야기를 꺼냈다. 분명 사귀기 전에는 결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는데 3개월만에 결혼이라니. 도대체 그냥 연애만 할 남자는 어디에 있냐고 하늘에 외치고 싶었다.
왜 나 인걸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자칭 타칭 자유로운 영혼에 가만히 집에 붙어있질 못하고, 친구들이 나오라고 하면 그게 지구 끝이라도 찾아가 사람이었다. 정말 결혼한 여자의 어떠한 캐릭터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자 나이 서른. 이제부터 진짜 꽃이 피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커리어도 4~5년차 안정적으로 쌓고, 연애도 더 다양하게 해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며 진짜 내 인생을 즐기리라 마음 먹지만, 다시 결혼이라는 문턱 앞에 섰다.
그동안 결혼 앞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여자는 결혼하면 행복끝 고생시작이라는 말. 결혼을 할 때 느껴질 엄마의 빈자리에 대한 두려움. 내 개인시간 쇼핑 모두 다 끝. 결혼은 하면 내 인생이 다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은 말하는 상대방에게 NO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번은 뭔가 달랐다.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다.
예전에 나같으면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나는 연애만 할거야. 아니면 헤어져’라고 말했을텐데... 이번에는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결혼에 대한 결심도 서지 않았고, 헤어짐에 대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 아픈 고민을 못견뎌하는 성격이라 바로 당장 결정이 필요했다. 그러다 든 생각은 이렇게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못하는 것 보면 어쩌면 결혼에 대한 ‘두려움’에 도망가고 싶은 것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두려움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건지 고민했다. 이 사람이 정말 결혼할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하는지, 아니면 여자의 삶이 결혼으로 인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두려움인지, 결혼에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 인지.
으악 머리가 너무 아파서 ‘에라 모르겠다. 살다가 아니면 헤어지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했다. ‘아님 말고’라는 마음이 이렇게 사람을 편하게 하는지 몰랐다. 물론 누구나 행복하게 잘 살려고 결혼을 한다. 이혼하려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으니깐. 그러나 ‘이혼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결혼한다면 조금 더 쉬워진다.
나는 무조건 행복하게 살꺼야라는 마음 만큼 자신을 괴롭히는 마음도 없다.
연애처럼 결혼하는 마음. 결혼해도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아님 말고' 마인드가 결국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너무 행복하려 애쓰지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