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과 대화 주제에서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제일 큰 이슈이다. 이 질문에는 항상 두 가지 답변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돈 많은 남자 그리고 착한 남자.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우리가 꿈꾸는 여성의 삶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함으로서 삶이 업그레이드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자신의 커리어, 관계,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가야 속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다음은 착한 남자다. 착한 남자는 여자 말 잘 듣고, 여자를 최우선에 두는 남자를 말한다. 착한 남자를 곁에 두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오만함에 빠진다. 둘 중의 하나의 조건에 충족하더라도 결국 사람은 항상 못 가진 것이 더 크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이분법적 말과 대화가 너무 싫다. 이런 대화는 결국 여성을 스스로 수동적인 삶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일할 때 잘 맞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결혼은 인생의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결혼은 일이고, 끊임없는 프로젝트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일할 때 잘 맞고 즐거운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일할 때 태도, 커뮤니케이션, 가치 등 이런 것들이 가장 일치하는 사람과 결혼해야한다.
우선 첫 번째. 결혼식은 인생 최대의 행사이다. 행사 준비해본 사람은 안다. 행사 당일까지 초조하고 빠진 건 없는지 신경이 곤두선다. RSVP, 버짓, 행사 순서, 각종 이벤트 등 이런 행사를 함께 치러야 한다. 그러니 손발이 맞지 않으면 그것부터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우리는 결혼 할 때 식장도 딱 두 군데만 갔다. 나는 1번이 마음에 들었다. 식장은 작았지만 이제 막 오픈해서 깔끔했고 정갈한 식장이었고, 오픈 특가로 가격도 저렴했다. 바무는 2번이었다. 서로 하객이 많으니 홀도 넓고 한 층을 다 쓸 수 있고, 위치나 여러 가지 고려했을 때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2번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바로 2번으로 합의했다. 이렇게 서로 이견이 있을 때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바로 합의점을 찾는다.
결혼 후에도 ‘일’은 끊이지 않는다. 부부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집안일인데, 이것도 바로 ‘일’이다. 요즘 대부분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 가사는 당연히 남녀가 분담해야 한다. 여기서 일에 대한 태도와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바무는 손이 더 빠르고, 더 깔끔한 성격이어서 항상 나에게 불만이 많았다. 설거지도 밥 먹자마자 바로바로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나는 조금 놔두고 물에 담가두고 내일이라도 해야지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바무 혼자 빨래, 설거지, 청소하게 되었고 불만이 엄청나게 쌓였다. 어느 날 나를 의자에 앉힌 후 ‘피오나 왜 나만 집안일 해?’라고 물었다. 할 말이 없었다. 바무만 한 게 맞으니깐. 나는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고, 바무는 바로 설거지, 재활용, 청소는 피오나가 담당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바무 혼자 집안일을 했고, 또 나를 불러 앉혀 잔소리를 했다. 이렇게 시간이 3~4달 지나니 이젠 나도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는 습관이 생겼다. 바무는 설거지라도 바로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것은 어떠한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엄청난 육아 프로젝트이다. 아이의 가치관, 교육, 돈 이러한 것을 함께 논의하면서 아이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이렇게 결혼은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서로 티격태격 타협과 협의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협의는 돈으로도 할 수 없고, 단순히 착함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유연한 사고, 배려, 신뢰,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같은 동료에게 필요한 다층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