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아모 쿠바 시즌 쓰리 5. 플라야 히론

알다쿠바쿠바 여행

떼아모 쿠바 시즌 쓰리 5. 플라야 히론

나오미

일러스트레이션: 킨지

안다다씨(Under the Sea)!
물고기 천국, 카리브해!

쿠바에서 내가 특별히 사랑하는 몇 장소가 있다. 팔색조 매력의 아바나, O군이 나고 자란 시골마을 로스레이날도스, 그리고 이번 주 <떼아모 쿠바>에서 함께 떠나 볼 여행지, 플라야 히론(Playa Girón)이다.

플라야 히론은 마탄사스(Matanzas) 주에 속한다. 마탄사스 주 남쪽에 있는 30만 헥타르의 습지대 씨에나가 데 싸빠따(Cienaga de Zapata) 지역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이다. 씨에나가 데 싸빠따 지역에 인접한 바다는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카리브해다. 거짓말 같이 청량한 빛깔의 바닷물, <니모를 부탁해> 또는 <인어공주> 같은 애니매이션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물고기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떠오르는 샛별 같은 장소다. 플라야 히론 연안 내에 해안절벽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플라야 히론을 기점으로 좌우 주변 지역에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러 포인트가 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플라야 히론에 거점을 두고 하루씩 포인트를 옮겨가며 관광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해변시설이 두 군데 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할 수 있다. 플라야 히론에 있는 유일한 호텔을 기준으로 올 인클루시브 해변으로 셔틀 버스가 돈다. 왕복 3쿡만 내면 올 인클루시브 해변 입구에서 내려주고, 돌아올 때도 내가 탑승했던 장소에서 하차할 수 있다. 

올 인클루시브 해변의 입장료는 단돈 15쿡(2만원). 그림 같은 풍경의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하고, 점심 식사 뷔페를 즐긴 뒤 음료와 주류를 무한대로 리필할 수 있는 금액이다. 스쿠버다이빙 체험이나 스노클링 장비는 대여할 수 있지만 유료이고 시간 제약이 있으므로 본인 장비를 챙겨가면 좋다. 

깔레따 부에나

첫 번째로 추천하는 관광 포인트는 깔레따 부에나(Caleta Buena)라는 곳이다.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라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천연수영장이다. 위에서 보면 고인 물 같이 막혀 있지만, 실제로는 아래에 해저 동굴이 뚫려있다. 물 속에 들어가 보면 팔뚝만 한 물고기가 바글바글하다. 

천연수영장
천연수영장

깔레따 부에나의 아쉬운 점은 얕은 포인트가 별로 없어 물 공포증이 있는 분들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점. 하지만 넓은 장소 곳곳에 선베드가 설치되어 있어 풍경을 바라보며 독서를 하거나 음악만 들어도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기분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주는 피냐 콜라따는 정말 맛있다. 쿠바의 칵테일은 항상 알코올이 있으므로 물놀이를 많이 하실 분들은 '씬 알코올(sin alcohol)'로 주문하길 권장한다.

두 번째 관광 포인트는 뿐따 뻬르디스(Punta Perdiz)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깔레따 부에나보다 이곳이 더 좋다. 규모는 깔레따 부에나 보다 훨씬 작지만 이 곳 바다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이 곳 물색을 바라보면 달콤한 캔디바 맛이 날 것만 같다. 어린 시절 늘 꿈꿔왔던 그런 바닷물이다. 인생샷 촬영에 목숨 거는 독자들이 계시다면 부지런히 찍으시길. 무보정으로도 고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뿐따 뻬르디스

 

뿐따 뻬르디스

내가 뿐따 뻬르디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다. 이 곳은 무릎 높이의 얕은 곳부터 서서히 깊어지기 때문에 물놀이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무릎 높이부터 이미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가득하다. 작년에 함께 쿠바 여행을 떠난 일행 중 물을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은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무릎까지만 물에 담근 상태에서 눈만 물 속으로 넣어 물고기를 관찰하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노클링을 해본다며 매우 만족하셨다.

세 번째 관광 포인트는 꾸에바 데 로스 뻬쎄스(Cueva de los Peces)라는 곳이다. 이 장소는 유일하게 입장료가 없는 곳인데, 대신 점심 식사도 마실 것도 직접 해결 해야 한다. 가운데 도로를 중심으로 바다는 뿐따 뻬르디스와 같은 풍경이고, 도로 건너 숲길로 살짝 들어가면 깔레따 부에나와 비슷한 천연수영장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플라야 히론의 옆 마을 플라야 라르가(Playa Larga)와 더 가까우니 그곳의 까사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꾸에바 데 로스 뻬쎄스
꾸에바 데 로스 뻬쎄스

이 작은 어촌마을에 
무언가가 있다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가면 엄청난 규모의 다이브샵과 편의시설이 있어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의 천국과도 같다. 그곳에 비하면 플라야 히론은 아주 비루한 어촌마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난 여기가 너무 좋다. 쉽게 말해 내 스타일이다. 

작은 마을 플라야 히론을 지도로 보면 큰 대로 하나, 그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까사들, 그게 끝이다. 마을의 중심가에는 호텔이 딱 한 개 있다. 이름도 '호텔 플라야 히론'이다. 굳이 별점을 매기자면 2-3성급 정도 되는 듯 한데, 객실은 호텔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남루 하다. 하지만 40쿡 정도면 올 인클루시브로 호텔 시설을 즐길 수 있기에 충분히 지낼 만한 조건이라 생각한다. 

이 호텔에서 앞으로 조금 걸어 나가면 비아술 버스터미널, 환전소, 기념품 상점, 박물관이 있다. 까사들이 밀집한 곳으로 가려면 직선 도로를 5분 정도 걸어야 한다. 땡볕에 걷기가 힘들다면 비씨 택시나 마차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아무도 없는 이 길을 혼자 캐리어를 끌고 큰 소리로 영화 <바그다드 카페> OST인 ‘I am calling you’의 후렴구만 열창하며 걸은 적도 있다. 그만큼 아무도 없다. 까사들이 밀집한 지역에는 마을에 단 두 개 뿐인 레스토랑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 옆으로 조금 걸어나가면 마을 유일의 피자 노점이 있다. 설명할 만한 마을 시설은 이게 다다. 

두 개뿐인 플라야 히론 레스토랑

플라야 히론의 까사들은 대체로 시설이 좋다.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관광객이 항상 붐비는 곳이기에, 마을 대부분이 숙박업을 생계수단으로 살고 있다. 까사 주인들은 집 자체를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게 꾸미고, 본인 차도 한 대씩 소유한 부유한 사람들이다. 나는 이곳에 오면 호텔보다는 까사에서 묵는 것을 선호한다. 플라야 히론에서는 반나절 내내 올 인클루시브 해변을 이용하는 데다, 까사들의 시설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이드로서 여행을 인솔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돌아다닐 땐 일정을 촉박하게 잡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도착 첫날은 꼭 마을에서 느긋하게 보낸다. 까사에 여장을 풀고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난 뒤 낮잠을 한숨 잔다. 잠에서 깨면 늦은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간다. 마을에 단 두 개 뿐인데도 어찌나 고민이 되는지 모른다. 막상 들어가면 거기서 거기지만 말이다. 시골 레스토랑 치고 물가는 아바나와 진배 없지만, 쿠바의 다른 지역에서 먹기 힘든 오징어 요리를 맛볼 수 있기에 돈을 아끼지 않고 사치를 부려본다. 식사는 다 먹지 못할 만큼 넉넉하게 나오고, 채소 샐러드도 아낌없이 서빙된다. 

까사 앞마당 풍경

늦은 식사를 마친 뒤에는 까사 앞뜰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 끄덕끄덕 멍을 때려본다. 멍도 때리고 남자친구 O군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다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한다. 그럴 땐 또 멍하니 앉아 해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이렇게 딱히 뭐 한 것도 없이 하루를 보내면 어떠한가. 한국에서는 매일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니 쿠바에서만큼은 맛있는 것 먹고, 숨 쉬고, 사랑하는 것 외엔 가능한 한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까사 주인에게 미리 예약해 둔 가정식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식탁에 앉아 대기하다가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긴다. 바닷가재나 생선요리가 신선하기 때문에 가정식 요리는 꼭 챙겨 먹는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이미 플라야 히론에는 짙은 어둠이 찾아온 뒤다. 까사에서 켜놓은 백열등 불빛 외엔 가로등도 가로수도 없다. 해진 뒤의 플라야 히론은 적당히 선선하다.

플라야 히론에는 두 개의 해변이 있다. 한 개는 히론 해변인데 이곳은 호텔 투숙객만 이용이 가능한 프라이빗 비치이다. 다른 한 개는 코코스 해변이라는 곳으로 히론 해변보다 옆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있다. 내가 묵는 숙소에서 코코스 해변까지는 도보로 약 1km. 까사가 밀집한 지역을 지나 해변으로 가는 길은 정말 캄캄하고 아무것도 없다. 산책길이 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일행을 만들어서 함께 밤 산책을 떠나길 추천한다. 나는 길동무가 있으니 큰 걱정 없이 밤 산책을 다닐 수 있어 좋다. 

플라야 히론 밤 산책 풍경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가벼운 차림새로 밤 산책을 나가본다. 캄캄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플라야 히론의 밤. 하늘을 가득 메운 별천지를 보면 이곳이 달나라인가 싶다. 이내 좌우에 늘어선 코코넛 나무 그림자를 보며 아, 이 곳은 지구가 맞구나, 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사박사박 걷는 두 사람의 발소리, 이따금 울리는 풀벌레 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천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코코넛 나무. 그 산책길의 끝엔 철썩철썩 파도가 치는 밤 바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별. 누군가 내게 쿠바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세 가지만 꼽으라면 그 중 한 개는 고민없이 이 순간을 꼽을 것이다.

날이 밝으면 다음 날부터는 부지런히 올인클루시브 해변을 누비며 스노클링을 하고 논다. 지치도록 놀고 마시며 카리브해를 만끽하고, 저녁이 되면 플라야 히론으로 돌아와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또 다시 밤 산책을 한다. 그 흔한 디스코 클럽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쿠바라고 매일 밤 클럽을 가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나는 이렇게 이 작은 마을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사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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