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목적 없이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되는대로 써보겠습니다.
첫 글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축축한 것을 좋아합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이나 축축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과 이끼와 곰팡이같은 것들에 어릴적부터 흥미가 있었어요. 자연관찰 시리즈 책 중 곰팡이 책에 손이 많이 갔고 운이 좋게도 시골집을 좋아하는 보호자 밑에서 자라 산에서 축축한 것들을 많이 보며 지냈습니다. 식물도 게으른 성격 탓에 키우는 데엔 영 소질이 없지만 알고는 싶어 보호자분들께 식물 이름을 묻고 다녔죠.
아무래도 이런 취향은 제 조용한 성정에서 나온 것도 같습니다. 친구와 함께 있지 않을 때 항상 땅을 보던 습관에서 발전한 것도 같고요. 보도블럭 사이에도 이끼와 식물은 항상 있으니까요. 그런 작고 이상하게 생긴 것들을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이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항상 이 세계와 다른 원리가 있는 세상을 동경해 왔거든요. 아마도 제가 바라던 세계는 그런 작고 축축한 것들이 가득한 물이 많은 세계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세계를 만들수도 있겠네요. 큰 욕조에 물을 담아놓고 오래오래 가만히 둔다면 뭐든 생길 것 같아요. 예전에 책에서 본 것도 같은데 그럼 화장실을 두 개나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곳은 축축한 것들에게 자리를 내주어버리고 하나는 제가 써야겠죠. 언젠가 세상을 떠나야 할 때면 한번 그 욕조에 누워있고 싶습니다. 인간에게 살 자리를 내주었던 생물들에게 몸을 내어주는 것도 꽤 가치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첫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분명 형편없는 글이지만 여기서까지 겸양을 떨고싶진 않네요. 이런 말은 역시 안하는 게 나은 것 같지만 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사족을 달게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