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었던 나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때를 떠올리면 이제는 흐릿하기도 또렷하기도 한 기억들을 타래로 엮어보려고 한다.
나를 단편적으로 몇 개의 문장으로 소개해보자면
- 24살 여성이다.
- 16살에 학교를 나옴.
- 18살에 집을 나옴 .
- 2014년부터 청소년 인권활동을 함. 지금은 쉬고 있음.
- 청소년일 때 임신중절을 경험하고 낙태죄 폐지운동에 참여했다.
나를 설명해주는 수많은 문장 중의 단 몇 개. 그렇지만 24살인 지금 여전히 알게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고 변화시킨 삶의 경험들. 어쨌거나 이것들을 빼놓고는 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힘겨웠던 20대의 어느 날 썼던 일기의 일부.
“내가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의 두려움, 연약함, 삐죽삐죽한 부분까지 감싸 안고 위로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나의 연약함을 사랑하고 이해해줄 수 있기를. 외로움을 두려워 않고 따듯하게 품어주기를. 분노를 미워말고 사랑해주기를.
어린 라일락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기를. 나는 23살 현재를 살아가기도 하지만 내 안에는 통통 튀는 장난꾸러기 6살이, 안정적인 친구관계를 맺지 못했던 11살이, 학교에서 억눌렸던 16살이, 집을 나와 떠돌며 살다가 불 같은 연애를 했던 18살이, 원치 않은 임신으로 아파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19살이, 이유 없이 낯선 사람에게 신체적 폭력을 겪은 21살이, 마음껏 사랑을 주고받는 자유를 누린 22살이 있다.
나는 온갖 불안과 공포와 슬픔과 괴로움을 지나왔다. 그리고 살아냈다. 그 시간을 애써 잊지도 피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겠다. 그 기억들이 나를 아프게 한다면 기꺼이 아파하겠다.”
과거의 나를 다시 헤아려보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렇지만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분명한 것은 그때의 시간들을 살아냈다는 점이다. 그걸 기억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