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시술을 결심한 이후 주변에 "나 중성화 할 거야" "셀프 중성화 하러 간다"는 표현을 농담으로 많이 했다. 사실 반려동물과 16년간 살면서 '중성화 수술'이라는 표현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본 적이 없었다.
실은 이상한 표현이다. 피임 수술을 한다고 '중성'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인가? 애초에 '중성'이 무엇인가?
중단한다/성적 기능을/될 화
이렇게 쪼개서 생각한다면 그럴듯하지만 바로 인지할 수 있는 의미는 아니다. 곧바로 연상되는 의미는, 세상에 성이 2개 있다는 전제로, 그 사이 가운데(중) 어딘가에 존재하는 제3의 성별이 된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쓸 때는 이상한 줄 모르고 16년 간 사용했던 단어인데, 똑같은 동물인 나 자신에게 적용하고 보니 너무 이상하다. 영구적인 피임 시술을 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내가 시스젠더 여성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나는 비출산 예정인데, 그런 기준으로 내 성별을 논할 수는 없다. 여성을 자궁 취급 하는 국가에 화를 내면서, 동시에 임신을 안 하도록 시술한 것을 두고 '중성'이 되었다고 표현한다?! 내가 생각해도 모순이다.
셀프 중성화라는 말은 지금까지 내가 반려동물들을 중성화 했던 기억에 겹쳐 웃기기도 하고, 카일리나 시술 또는 IUD 시술 이라는 말 보다는 친근한 표현이라 시리즈 제목으로 정했는데, 이게 해도 되는 농담인지 모르겠다. 나 자신부터가 불편한 것 같은데? 좀 더 생각해보고 아예 시리즈 제목을 바꾸든지 해야지.
재미없는 제목이 옳지 않은 제목보다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