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옷 고르기

핀치 타래엄마

엉망진창 옷 고르기

빅사이즈를 찾아 떠난 유니클로

Lyun

나, 륜은 이제 곧 새내기 대학생이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재수학원에서 썩은 터라 입을 옷이 어지간히 없다. 공부도 별로 안 했는데 살은 또 왜 이리 쪘는지. 재수쩍 추리닝을 입고 등교하는건 샌애기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빅사이즈 쇼핑몰을 뒤적 거리던 중, 모부가 옷을 사주겠다며 돈의 손길을 내밀었다. 

(유니클로에서 살 옷을 입고 포즈 잡는 나)


앞서 말했듯 나는 입시를 거치며 살이 15키로 가량 쪘고, 그 이전에도 마른 체구는 아니어서 옷을 구입하는 일이 항상 스트레스 였다. 이번에 유니클로를 간 이유도, 이 매장이 크고 물건이 많다(=빅사이즈도 있을 것이다!)는 소식에 엄마의 노재팬을 꺾고 간 것이다.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이것저것 내게 입힐 옷을 골랐다.

나는 엄마가 내게 옷 입히는 걸 싫어한다. 내가 아동일적 나를 모델로 아동복쇼핑몰을 운영했던 엄마는 여전히 자신의 안목이 세련되다고 믿으며 내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다. 대개 엄마와 쇼핑하는 경우는 엄마가 옷을 사주기 때문인데, 엄마는 돈을 빌미로 나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래서 매번 쇼핑을 하고 나면 매우 소진된 상태로 다음엔 꼭! 나 혼자 쇼핑하겠어! 라고 다짐하지만 늘 돈에 허덕여 엄마를 따라 나서게 된다.

내 몸이 여성복 사이즈에 맞지 않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모델 같을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정돈 오케이. 하지만 모부가 계속 내 몸뚱아리에 대해 언급하며 "정신 차려라" "그만 먹어라"를 되풀이 하니 내 인내심이란게 바닥 나고 말았다. "나도 내 몸이 싫어! 그만해!"

그래, 나는 내 몸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편이 아니다. 이건 충분히 페미니즘적이지 못하며 그렇다고 내가 체중 감량을 할 굳은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는 내 몸뚱이뿐만 아니라 내 정신도, 일상도 맘에 들지 않는 조울증 환자이자(당연히 모든 환자가 이렇진 않습니다) 아직 인생짬빠가 모자란 새싹 청년이다. 내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건.. 몸의 형태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기본적인 존중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엄마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얽히고 섥힌 사랑보다 반듯한 존중과 부드러운 호감을 받고 싶다. 물론 이건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일 방청소를 엄마에게 맡기면서도 방에 대한 프라이버시을 외치고, 집안일을 최대한 피하는 딸이 나다. 

엄마와의 관계를 재정립 하고 싶다. 더이상 가부장 때문에 각자의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 없는 상태에서 엄마와 나의 감정선을 복기해 보고 싶다. 내가 독립한 후에. 내가 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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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화하는 검도..?

상대의 반응을 보며 움직이라는 말

이소리소

#검도 #운동
스스로를 돌이켜보기에, 다수의 취향을 좋아하는 데 소질이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예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체온이 2~3도는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대화에 섞일 적당한 말이 뭐 있지?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뭐라도 이야깃거리를 던져보지만 진심이 없어서인지 어정쩡한 말만 튀어나온다. 결국 혼자 속으로 “난 만화가 더 좋아.."라며 돌아서는 식이다. 맛집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어째 운동 취향도 마이너한 듯하고.....

세 사람

세 사람

이운

#치매 #여성서사
1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고 지갑은 어느 가방에 둔 건지 매번 모든 가방을 뒤져봐야 합니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 대라면 보통 일어나는 일이라며 걱정 말라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들까지도 잊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루는 수영을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비도 오고 몸도 따라주질 않아서 바지가 젖을 것은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길가에 털썩 주저앉..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주접

플레잉 카드

헤테트

#플레잉카드 #트럼프카드
버드 트럼프Bird Trump 원고를 하고 있는데 택배가 왔다. 까마득한 언젠가 텀블벅에서 후원한 플레잉 카드 (=트럼프 카드) ! 원래 쟉고 소듕한 조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맹금류를 제외한 새를 무서워하는 편) 이건 보자마자 이성을 잃고 냅다 후원해버렸다.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오늘 도착. 실물로 보니 과거의 나를 매우 칭찬해주고 싶다.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어, 세상에. 하다못해 쓸데없이 많이 들어있는 조..

병원이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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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정신병원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번엔 둘다 끝까지 치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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