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파견노동자 일기_(2) 초과근무

핀치 타래

방송국 파견노동자 일기_(2) 초과근무

첫날 초과근무를 6시간 반이나 했다.

다정이

첫 근무날 원래 업무시간보다 1시간 반 일찍 갔는데, 초과근무를 6시간 반이나 해서 총 14시간이나 회사에 갇혀 있었다. 안 그래도 첫날이라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린데 기사가 막 쏟아졌다. 마지막에 세보니 무려 100개가 넘는 기사를 정리했더라. ​ 


두번째 근무날은 초과근무를 4시간 넘기지 않겠다는 목표로 이 악물고 했다. 그런데 일이 정말 거의 안 밀렸다. 초과근무를 40분 밖에 안 했다. 기사 수는 70개 조금 덜 됐다. 이 정도라면 할 만하다고

 느꼈다. ​ 


나름 업무를 빨리 이해한 것 같은데도 첫날 기본 근무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했다. 번역 속도가 느린 문제가 있었지만 애초에 기사가 너무 많아서 영상 녹화만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임금은 정해진 근무시간만큼만 받기로 계약했는데, 업무량은 정해진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기사 수에 따라 큰 폭으로 늘어났다. 


 다들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데 이 부당한 계약조건은 계속 이어져왔다는 게 끔찍하다. 하지만 4교대 근무에 1-2년 계약 파견근로 형태상 단체 교섭 행동을 하기도 어렵고 근로조건을 바꿀 의지를 가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당연히 조직화도 어렵다. 방송국에는 아마 이런 파견직이 수백수천 명이 있을 것이다. ​ 


사옥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붙어있는 노보에는 파견직 처우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문장도 없었다. 


 2019년 9월 16일 월요일




방송국 보도본부 국제팀 모니터링실에서 외신을 번역하고 영상 녹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여유로운 칩거 생활을 즐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관련 기사가 쏟아져 매우 바쁘군요! (모두 건강 조심하십시오...)

다음 글은 또 언제 올라올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잠은 잘 자고 있습니다. 

SERIES

방송국 파견노동자 일기

더 많은 타래 만나기

보장 중에 보장, 내 자리 보장!

이운

#방송 #여성
나는 땡땡이다. 아마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 팟캐스트는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을 위한 해결 상담소로,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여 해결해 준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리고 ‘땡땡이’는 이 취지에 맞게, 사연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다 만들어진 애칭이다. 비밀보장 73회에서..

[제목없음] 일곱 번째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제목없음

#여성서사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참으로 어렵다. 나같은 경우에는 끊임없이 되물어봤다. 그리고 의심했다. '저 사람은 만나도 괜찮은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처음에는 설레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내가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은걸까?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에는 좋으니까로 결론이 난다. 좋은걸 어떡하나? 만나야..

비건 페미 K-장녀 #1 가족의 생일

가족들과 외식은 다이나믹해지곤 한다

깨비짱나

#페미니즘 #비건
다음주 호적메이트의 생일이라고 이번주 일요일(오늘) 가족 외식을 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다양한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물밀듯이 내 머리속을 장악했지만 너무 상냥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일요일에 시간이 되겠냐고 오랜만에 외식 하자고 너도 먹을 거 있는 데로 가자고 묻는 말에 못이겨 흔쾌히 알겠다고 해버린 지난주의 나를 불러다가 파이트 떠서 흠씬 패버리고 싶은 주말이다. 이 시국에 외식하러 가자는 모부도 이해 안가지..

4. Mit Partnerin

여성 파트너와 함께

맥주-

#여성서사 #퀴어
여성 파트너와 함께 이성애 규범과 그 역할에 익숙해진 내가, 동성애를 하기 위한 일련의 역할들과 그 수행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용적-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인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가로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사회에서 ‘여성적’ 이라고 해석하는 복장을 하고 있기를 좋아한다. 하늘하늘하고, 레이스나 프릴이 달려 있고, 패턴이 화려한 옷들. 재미있는 것은 패턴..

말 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4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상속인 조회 서비스 조회 완료 후 한 달 정도는 은행과 보험 정리에만 매달렸다. 사실 지점이 많이 없는 곳은 5개월 여 뒤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는 자동차 등을 정리했고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주민센터 등을 방문했다. 상속인 조회 서비스에 나온 내역들을 한꺼번에 출력해 철 해 두고 정리될 때마다 표시해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현금수령인지 계좌이체인지 등)를 간략하게 메모해두면 나중에 정리하기 편하다. 주민..

말하지도 적지도 못한 순간들 -12

환자가 떠난 후 남은 딸이 할 일

beforeLafter

#죽음 #장례
끝났다. 사흘 간의 지옥같고 전쟁같고 실눈조차 뜰 수 없는 컴컴한 폭풍우 속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식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럽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했던, 60여년을 살았던 한 '사람'을 인생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후루룩 종이 한 장으로 사망을 확인받고, 고인이 된 고인을 만 이틀만에 정리해 사람..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