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과 낙태라는 사태가 벌어진 후로부터 정확히 1년 1개월 동안 나는 농축된 방황을 했다. 아저씨들을 만나고 다니며 흑역사를 쌓았고 매주 클럽에 가서 머리를 흔들다가 모텔에서 깨어나는 식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정신을 차리니 엄마와의 관계가 망가졌다. 그렇게 살 거면 집을 나가라는 소리를 듣고, 바로 집을 나왔다....
어떤 낙태가 좋은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만, 어쨌든 나의 낙태는 그다지 좋은 상황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24살의 여름이었다. 나는 9살 연상이었던 한 남자와 파혼했다. 파혼한 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테기의 두 줄을 보자마자 몇 주 전 일이 떠올랐다. 원래대로라면 신혼집이 되었을 집에서 결혼 문제로 크게 다투었다. 나는 한 달도 남지 않은 결혼식을 취소하고, 결혼을 미루자고 했고, 그는 이제와서 무슨 말이냐며 화를 냈다. 그날 그는 잘 마시지도 않는 술을 사 와 빠르게 들이켰고 내게도 마시기를 권했다. 그는 술에 취한 나를 매트리스에 눕혔고 옷을 벗겼다. 그 방은 에어컨이 있어야 할 자리에 뚫린...
나는 수년간 그에 대해 옹호해보려고 했다. 그라고 하면 9살 연상남이자 몇 년 전 나와 파혼했으며, 나에게 술을 먹인 뒤 성관계 도중 몰래 콘돔을 빼서 나를 임신시켰던 구남친을 말한다. 구남친이 개자식일 때 그가 구남친인 것을 정확히 지칭하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혀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의 모멸을 주는 용어는 없을까? '구남친'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자의 수치심만 들쑤실 뿐 명쾌한 명칭이 아닌듯하다. 아무튼 나는 구남친이 아무리 개자식이어도 사람은 다면적 존재이므로 그 또한 다면적인 개자식이라 믿으며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