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는 것이 있으면 매장에 들어가 샘플을 만져보고 써보지 않나? 마음에 들어 사야겠다는 결심을 하면, 나는 모델명을 적어와서 인터넷 최저가로 결제한다. 확실히 백화점에 들어가 ‘어머! 저건 사야해~’ 하고 보자마자 사고 나오는 기분과는 다르다. 하지만 비단 나만 그런건 아닌 것 같다. 앱스토어 쇼핑 카테고리를 보면 할인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가 늘 인기다. 특가 상품을 안내하는 서비스, 특가 비행기표 안내 서비스 같은 앱들. 할인 상품과 할인을 위한 이벤트는 몹시 필요하지만 어째선지 조금 처절한 느낌이다.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가격 때문에 꿈도 못 꿔보고 여기저기 리스트에만 끄적이다 끝나니까....
2년 전 이맘 때 유행에 업혀 지하철 가판대에서 나노 블록 한 팩을 사와 조립 하다 만 적이 있다. 완성될 캐릭터는 미니언즈였는데, 아마 미니언즈가 뭔지도 모를 것 같은 남자 조카가 내 방 모퉁이에서 그 블록 팩을 발견했다. 그리곤 이거 블록 맞냐며, 자신이 조립을 마저 다 하겠다고 달라했다. 이상했다. 그곳에 함께 있었던 다른 조카들은 한 살 더 어린 여자아이들이었는데, 블록을 보고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내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빌려 썼고 예쁜 여자를 그렸다. 그리고 다른 색깔이 더 없냐고 물었다. 충분히 그 나노 블록을 가져가고 싶어할 법도 한데. 조카들을 보면서, 문득 나는 저 시절에 무엇을 가지고 놀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풀어보겠다. 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학과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다. 대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개발이 너무 싫어서 어떻게 하면 봄, 사랑, 벚꽃.. 아니 개발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찾아다녔다. 어느 정도였냐면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한탄하고 꺼이꺼이 울어놓고, 기타를 메고 홍대에 갔다. 유명 뮤지션들에게 내가 만든 노래를 좀 들어달라고 메신저를 보내곤 했는데 답은 없었고요. 지금이라도 들어보고 싶으신 분 계신다면 언제든지 이메일 주세요. 아무튼, 학과 시험을 보고 나오면 ‘그래. 개발은 우주인들만 하는 거야. 나는 안 돼.’라며 열정적으로 개발을 포기하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