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허울좋은 몽상일지 실속있는 계획일지.

핀치 타래리뷰여성서사

자유, 허울좋은 몽상일지 실속있는 계획일지.

이상주의자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한 권의 책

파도달




어느 북토크에서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입체적으로 존재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답했다. 
'승은씨에게 쓰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후에도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고, 내 대답에도 점점 살이 붙었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써요.
 하나의 정보로 존재가 납작해지지 않도록,
제가 자유롭기 위해서요."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

타래의 시작 :: 글을 쓰는 의미

어떤 이야기를 나의 타래에 엮고 싶은지 고민하느라  귀한  일주일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무엇으로 시작할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그럼 나의 시작을 먼저 되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글을 쓰고 싶었는지, 왜 타래를 시작하고 싶었는지부터 명확히 하자고.

 내가 처음 글을 쓰고 싶었던 시작은 10년 전이나, 내가 타래를 시작하도록 마음 먹은 계기는 홍승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이하 당글쓰좋)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책을 여는 머리말에서 그가 글을 쓰는 의미를 밝힌다.  

자유롭기 위해서.

 

 이제껏 '이러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많다. 그럼에도 '나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 작가는 없었다. 되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도망치게 한 적은 있어도. 

 그러나 당글쓰좋과 함께 하며 멀지 않은 미래의 내가 쓸 글의 행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이 책과 함께 타래를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타래에서 내가 글을 쓰게 된 과정을 풀어갈 것이고, 
나를 글쓰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과 사건들을 기록할 것이다. 


1. 자유: 나를 사로잡는 우울로부터의 

 2019년 말에서 2020년으로 넘어오는 기간이 참 힘들었다. 회복한 지 한 달 남짓 되었다. 평소에도 감정기복이 심한 편인데, 지난 우울은 유독 심한 편이었다. 12월부터 징조가 시작되었다. 이미 2000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한 후 끊었던 모바일 게임을 재설치했다. 한 스테이지 씩 풀어가는 퍼즐게임이다. 2개월 간 1300여개의 스테이지를 깼다. 나를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세상 다양한 컨텐츠로부터 멀어져서 한 판을 깨는 성취감만 누렸다. 생각을 멈추고 싶어서, 다른 자극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세상에서 도망치면서 작은 성취를 누렸다. 


 나는 왜 글이 쓰고 싶었을까.

 

 나는 내 머리 속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글을 쓴다. 

 널부러진 옷가지가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처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내 머리 속은 엉켜 있다. 내게 글을 쓰는 것은 머리 속의 방을 청소하는 과정이다. 옷을 가지런히 접어 개어 정해진 자리에 차곡차곡 넣고, 내 방의 빈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과 유사하다. 

 홍승은 작가는 타인의 그릇된 판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즉 입체적인 나를 지키기 위해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이루는 나의 정보를, 내가 직접 서사로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내 생각을 쓸 시간을 가지면서 게임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 달 전, 미련 없이 그 게임을 지우고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당신은 나와 같이 나를 사로잡는 생각이나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지 않나. 그렇다면 의미 있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용기를 얻기 위해 당신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2. 자유 : 보일 수 없다는 나의 생각으로부터

 나는 책을 읽으며 내가 써야할 나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써야 하는" 이야기이다. 누가 볼 거라 두려워하지 않고, 가족에게서 느꼈던 이야기, 내 애인에 대한 이야기, 나의 진짜 가벼운 속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적고 싶다. 그럼에도 나 혼자 볼 이야기로 간직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보일 이야기로 적고 싶다. 

그러니까, 나를 내보일 용기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당글쓰좋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등을 밀어주거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그런 글은 아니다. 다만 내 손을 잡고, 자기가 걷는 길을 함께 보여주며 옆에 있어준다.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일기 속에서 행복한 가족만 적었던 그때, 애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읽은 엄마가 나를 혼내던 그때, 새벽녘 몰래 팬픽을 작성하던 그때, 블로그에 적은 애인과의 여행기를 읽은 엄마로부터 혼난 그때, 점점 더 내 글은 딱딱해졌고, 혹은 적히지 않았다. 

 이제는 꽁꽁 숨겨둔 그 생각들을 솔직하게 쓰고 싶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들킬까 걱정하지 않고.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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