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합격 발표에 버금가는 감격의 순간이 있었다. 마침내 파트너 비자를 받은 날이었다. 신청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 만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계속 불안했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자가 한 번 거절되면 계속 어려워진다던 말도 떠오르고, 비자가 안 나와서 귀국하면 또 애인과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싫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건 참 답답하다. 알면서도 비정규직이거나 성소수자면 늘 그렇게 살아야 한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승인 메일을 받던 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고생을 어느 정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뉴질랜드에 살...
비자를 신청한 지 약 일주일 뒤에 이민성에서 온 메일은 다름 아닌 질의 사항이었다. 첫 번째 심사를 마쳤으며, 차후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굉장히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했는지, 지나치게 상세하고 세부적인 질문이 와서 당황스러웠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이 사항에 답할 기한을 딱 삼 일 줬던 점이다. 이들은 영어가 제1 언어가 아닌 사람의 고충을 전혀 모르는 게 틀림없다. 결혼 증명서 파트너의 주소지 증명 서류 (Household register for your partner) 너의 집에 파트너가 5년간 살았다고 했는데, 지원서에 파트너의 한국 주소는 다르...
2018년 5월 말. 이직 후 지긋지긋한 시용기간(試用期間, 수습기간)이 끝났다. 2017년 7월 3일에 입국했으니 슬슬 1년짜리 워킹 홀리데이 비자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워홀러’가 아닌 ‘외노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을 때가 왔다. 그 놈의 취업 비자를 따기 위해 내가 이제껏 겪어온 ‘존버’의 세월을 느낄 새도 없었다. “7월 초 비자 만료라고? 그럼 지금 가야 할 걸?” …지금 5월 말인데요? “비자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한 달은 걸려. 특히 처음 받는 비자라면 심사기간 더 길어질 수도 있고.” 완전 느리네. 뭐, 공무원은 어느 나라나 철밥통이니까. 시간 날 때 가서 신청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