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나처럼 벽을 넘은 또 다른 여성이 있다. 루시 몽고메리 원작의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d E)>의 주인공 앤이다. 앤은 시즌 1의 1화부터 자신이 빨간머리라서 사랑받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특유의 긍정성으로 "저는 빨간 머리지만, 일도 잘 하고 부지런해요.” 라고 어필한다. 결국 앤은 바라던 대로 초록 지붕 집에서 살게 되고, 학교도 다니게 된다.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앤은 그 원인이 오래 전부터 놀림받아 온 빨간 머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염색약을 산다....
‘내 동년배들 다 정년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 있는 웹툰, <정년이>. 이 웹툰의 등장 인물은 95%가 여성이다. 성격도 헤어 스타일도 제각각이라 보는 맛이 있다. 읽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머짧녀’(머리 짧은 여성)들도 많다. 이 글에서는 머짧녀들 중 지금까지 개인적 서사가 많이 나온, ‘정년’과 ‘고사장’을 다뤄본다(여러분이 박도앵과 문옥경을 사랑하는 것은 안다. 좀만 더 버텨보자). <정년이>는 가진 건 우렁찬 목소리뿐인 목포 소녀 ‘정년’이 여성 국극단에 들어가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여성 국극은 여주인공, 남주인공, 엑스트라 모두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창극의 한 장르로서, 1...
인간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실존 인물의 전기 영화 <콜레트>의 주인공 ‘콜레트’는 평생을 계속해서 다시 태어난다. 그 비법은 두 가지. ‘표현하기’와 ‘활동하기’다. 표현하기 콜레트는 19세기에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자유로운 소녀 시절을 보내다, 결혼을 한 뒤로 도시에서 살았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콜레트는 도시의 문법과 가부장제 안에 편입되는 과정이 괴롭다. 그러던 중, 남편의 대필 작가로서 소설을 쓸 기회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그리움의 대상인 고향에서의 유년시절을 소재로 자전 소설을 완성한다. 그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녀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다. “공부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