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 밑에서 자라면서 누가 뭐라든 엄마가 일하는 것을 긍정해 왔다. 어쩌면 그냥 좋은 것 이상으로 고집을 피운 것 같기도 하다. 엄마가 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싫었고, 그 밑에서 자란 내게 흠이라도 찾는 것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나는 엄마가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여자가 일을 꼭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당당해진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면서도 나는 당연히 내가 워킹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일하지 않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그러려고 대학간 거 아니잖아? 그러려고 내가 이 고생을 하며 직장을 다닌게 아니잖아? '집에서 노는'여자가 되었다...
한 때 주 90시간을 일한 적이 있었다. 간혹 새벽에 술 한 잔을 하고 퇴근하기도 했는데, 와이프가 기다려서 먼저 들어가겠다는 과장님에게 상무님은 "네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가족들은 희생하는 게 맞는 거야!" 라며 호통을 쳤다. 그렇게 일하다가 하루는 침대에 쓰러져 자면서 이대로 난 결혼도 할 수 없고 아기도 가질 수 없겠지 , 생각했다. 그 회사에 아기 엄마들은 극히 드물었다. 한 줌도 안 되는 아기 엄마들더러 다들 독하다고 했다. 그 드문 아기 엄마 중 한 분 밑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이사님은 회의실에서 아이와 통화를 하고 돌아오면서 "난 정말 나쁜 엄마야" 라고 한숨을 쉬었고 나는 아니라고, 나는 밤 10시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