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우리 이민갈까? 14. 운전으로 주체성을 회복하다
유의미 보금자리를 찾을 때 여러 조건 중 하필 ‘위치’를 포기해서 생긴 어려움이 있다. 시티에서는 숙소에서 몇 걸음 가지 않아도 카페가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식당이 있었다. 이사 온 동네는 그렇지 않았다. 작은 식당이 몇 개 있었지만, 카페라도 가려면 삼십 분쯤 걸어야 했고, 그 외엔 모두 그냥 길이고 집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공터’라는 단어가 늘 낯설고 궁금했다. 서울의 모든 곳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고 주변에서 빈 곳을 볼 수 없었다. 뉴질랜드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 꽤 보인다. 책에 나왔던 공터란 이런 곳이었을까 생각한다. 여유로운 느낌도 들지만, 오히려 휑하고 쓸쓸해서 걸어 다니기 무서운 길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