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낙태를 말한다

나는 나의 몸에서 일어난 일을 말할 권리가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곧 출산예정일이라는 걸 떠올림과 동시에 더 이상 내가 다녔던 동네 산부인과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병원엔 내가 임신을 한 이력이 남아있고, 그 기록에 따르면 난 지금 만삭의 임산부가 됐어야 하는데, 그 대신 낙태죄를 저지른 죄인으로 살고 있으니.

나는 낙태했다. 그래서?

Jane Doe

갑작스럽게 약물이 넘어가자 구역질이 시작됐고, 억지로 삼켜보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애인은 그릇을 가져와서 그곳에다 뱉어 내라고 했고, 나는 혹시나 이걸 삼키지 않으면 낙태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코를 막고 내 토사물을 다시 삼켜야만 했다. 

낙태의 기록

Jane Doe

어지럽고 힘이 없더라도 약 먹기 전날 꼭 밥을 많이 먹으라고. 막상 약을 먹고 나면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보호자가 있다면 꼭 함께 있어야 한다고. 쪽지를 보내면 자신이라도 같이 있어주겠다고. 경험자라서 뭐가 필요한 지 안다고. 오버나이트 생리대와 기저귀, 이온음료, 물, 진통제, 철분제, 비타민을 옆에 챙겨 둬야 한다고.

‘편한 낙태’는 없다 – 낙태 경험을 말하는 여성들

신한슬

그리고

<편한 낙태는 없다>라는 글이 실린 뒤, 핀치에 자신의 임신중단 경험을 적어서 보내주신 분이 많았습니다.

임신이 여성의 죄가 아니라면, 임신중단 역시 여성이 홀로 겪고 감당해야 하는 벌이 아닙니다.

여성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터놓고, 잊거나 위로받거나 기록으로 정보를 알리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해 주세요.

아래에 내가 겪은 임신 중절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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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외국이었다.

나의 권리는 보장되었고 6주차에 모든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절차는 네 단계로 약 2 주간 진행되었다. 혹시나 맘을 바꿀 수도 있기때문에 배려를 한 단계였다.내 또래의 10대의,20대의,30대의 여자들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가족계획센터에서 여의사들과 같은 결정을 한 여성들과 모여 웃으며 어떻게 피임에 실패했는지 어떻게 했어야했는지 개인의 몸과 성향엔 무엇이 좋은 방법인지를 설명해줬다. 초음파로 아기 집을 확인하였다. 비용은 무료였다. 나는 다른 클리닉으로 가 피 검사 비용 만 사천원만 내면 되었다. 그 후 다른 센터에 다른 사람들과 모여 진짜로 약을 받는 날이었다. 여의사들과 같은 결정을 한 다른 여성들과 다시 모여 서로 낙태 경험이 있는지 그때는 어땠는지. 서로 어떤 방법으로 실패를 했고 보완을 해야했는지.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여성들 중 몇명이 낙태를 경험하는지 설명해주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남자 파트너들은 입장금지였다. 그 후 개인검진을 위해 약 30분동안 여의사와 이야기를 했다. 어떤 피임약이 저렴한지, 피임약 복용시 흔히 잘 못 알고 있는 상식들, 내가 피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두 확인을 하였고 계속 더 알려주려 열정적으로 노력하셨다. 국민보험이 있으면 무료였고 가난한 학생이던 나는 그냥 무료로 지원해주겠다며 나중에 성공한 여성이 되어 기부금을 넉넉히 내라고 했다. (비보험시 10만원 후반 20만원정도 되었다.) 낙태에 관해서는 우리집이 종합병원과 가까운지 하루 반나절을 함께해줄 믿을만한 사람이 있는지, 복용법을 상세히 설명해주었고 정말 내가 케어받고 있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 주 토요일에 나는 약을 먹었다. 1시간 후에 이걸 먹고 20분 후에 이걸 먹고 하는 과정이었다. 너무 긴장해서 진통제 먹는 걸 잊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난 잘 못한게 없었기때문이다.이 나라에서 나는 보호받는 존재였기때문이다. 그 후 나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했고 낙태는 그냥 그런일이 있었던 경험정도가 되었다.

얼마전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선 태아령이니 낙태충이니 하는 말을 함부로했다. 새끼손톱만도 못한 뇌도 없는 세포의 영혼이라는 것이 어찌 말을 그리 잘하고 영악해서 사람을 빙의하고 괴롭히는지도 이해가 되질않았고 임신할 몸도 아닌 것들이 주댕이를 놀리고 법을 제정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미개한 사회에 우리의 시몬느 베일이 필요하다.

낙태는 죄가 아니다. 설사 죄라고 한다면 나만의 죄가 아니다.

익명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