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31. 네오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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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루트의 어떤 게임이냐 하면 31. 네오 캡

딜루트

디자인 편집: 이민

어떤 게임이냐 하면

리나는 모든 택시가 자율주행을 하는 세상 속 얼마 남지 않은 인간 택시 운전사다. 리나는 한때 둘도 없는 사이었지만 크게 싸우고 헤어졌던 룸메이트 세이비에게서 다시 함께 지내자는 연락을 받고 살던 거주지를 떠나 모든 것이 자율화된 도시, 로스오호스로 떠난다. AI로 대체되는 세상 속에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던 리나는 그 도시가 끔찍하리만치 혐오스럽지만, 세이비와 함께 있으면 무엇이건 잘 풀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믿고 가벼운 짐만 챙겨 훌쩍 떠난다. 가는 길에 방향이 맞는 손님을 태워 돈을 벌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조금은 우중충한
네러티브 장르

택시 인터페이스는 우버나 카카오택시처럼 익숙하게 묘사된다. 이미지 제공: Fellow Traveller

<네오 캡>은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택시기사인 리나는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우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이것은 서로의 별점으로 남는다. 이때 나눈 이야기들은 크고 작게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미치며, 승객에게 연속으로 낮은 평점을 받게 되면 기사 자리에서 해고되기 때문에 평가를 신경쓸 수밖에 없다. 돈을 벌어도 차량을 유지하거나 잠을 자기 위해선 돈이 들고, 위치에 따라 충전소 요금이 다르기 때문에 승객을 태울 때도 자연스럽게 노선을 고민하게 된다.

<네오 캡> 세계 속 로스호오스는 SF 장르답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있는데, 초반에 세이비가 주인공에게 선물해주는 팔찌 ‘필그리드’는 착용자의 기분을 색상으로 표시해 외부로 노출시키는 아이템이다. 기업은 ‘필그리드’를 통해 서로에게 가식적이지 않고 꾸밈없는 인간관계를 만들고, 스스로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할말이 많겠지만 어쨌든 기업에서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리나는 승객과 대화 할 때 기분에 따라서 특정 대화를 선택하지 못하거나, 특정 선택지만을 고를 수 있게 되는데 그 때 팔찌의 색상을 통해 리나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필그리드를 홍보하는 게임 트레일러. 특정 업계의 광고 방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 동영상 제공,Fellow Traveller

재미있는 사실은, 리나는 첨단 기술을 혐오하는 캐릭터라는 사실이 게임 속에서 여러 번 드러내고 있는데 그를 컨트롤하는 플레이어는 필그리드에 표시되는 기분 마크를 수시로 확인하고, 승객이 차고 있을지 모르는 필그리드를 찾으려고 노력하며, 리나의 필그리드 바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고 싶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게임 속에서 그 팔찌로 사람의 기분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제시하는데도 말이다!

클리셰는 통하니까 클리셰

일전에 다룬 <레드 스트링 클럽>처럼, SF 장르에서 ‘빅 데이터를 통한 개인의 통제’에 관한 이야기는 흔하다면 흔한 소재라 볼 수 있다.<네오 캡>에서 나타나는 기술을 통한 통제는 리우 켄이 쓴 <퍼펙트 매치>와도 유사하다. 소재에 따라 신체를 직접적으로 교체하거나, 아니면 현실의 기기와 어울려 더 구체화 되어 있다는 정도의 차이랄까. 그렇다면 이런 클리셰가 왜 통용되는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AI 스피커가 사람들의 음성을 수집하고, 검색 기록이나 대화 기록을 추출하여 맞춤 광고나 추천을 내는 방식은 게임 속 이야기가 아닌 2019년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SNS의 인플루엔서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물건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SF 소설 속 디스토피아가 먼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게임은 대부분 택시 안에서 진행된다. 이미지 제공: Fellow Traveller

네러티브 장르의 특성상 조작에 어려운 부분은 없으며, 빅 브라더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맞을 것이다. 사이버펑크 장르 특성상 다소 우중충한 팔렛트를 쓰고 있고 (이쪽 장르의 특성일까? 어쩜 그리 네온 컬러를 선호하는지!) 엔딩은 크게 세 가지로 정해져 있지만 만나는 승객들이 다양해 어떤 승객을 태우냐에 따라 전개되는 내용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다회차 플레이시 이미 봤던 구간을 스킵할 수 없지만, 매번 승객을 태우고 난 직후에 세이브 파일이 저장이 되어 때문에 원하는 부분에서 다시 로드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 한글이 제공되며, 스팀 상점 페이지에 데모 버전도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해보고 맘에 들면 그때 구매해도 된다.

애플 아케이드, 스팀, 스위치를 통해 발매되었다.

발매일 : 2019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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