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pro 8. 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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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a pro 8. 박신우

이그리트

디자인: 이민

I’m a pro의 여덟번째 주인공으로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는 박신우 디자이너를 만났다. 1인 스튜디오 4년차, 그의 디자인을 꼭 닮은 명료한 실무 철학을 엿들어 본다.

Q. 당신은?

1인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페이퍼프레스의 박신우다. 주로 공연이나 예술 전시와 관련된 행사 아이덴티티 디자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한다. 행사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전시의 도록이나 전시에 필요한 패키징 등을 모두 포함한다. 주로 이 두 분야의 작업을 하지만 그래픽과 관련된 작업은 거의 다 하고 있다. 개업 초반에 공연, 전시 관련 일감들이 많이 들어와서 그쪽의 작업을 주로 하다보니 포트폴리오가 쌓여 공연, 전시 아이덴티티 작업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브랜딩 일감이 심심찮게 들어오는 편이다.

Q. 당신은 어떤 디자인을 하기 좋아하는 디자이너인가?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나서야 최근에 답을 생각해본 질문 중 하나다. 나는 단순명료하고 강한 느낌을 좋아한다. 색의 쓰임과 레이아웃의 배치를 고려했을 때 그렇다. 이러한 방향으로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했다기보다는, 나중에 내 작업물을 한데 모아서 보니까 내가 이러한 작업들을 하고 있더라.

Q. 어디서 영감을 받나?

지금 활동하는 동료들의 작업물을 보면서 자연스레 영감을 많이 얻는 것 같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운 작업물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니까. 아무래도 요즘은 포트폴리오 사이트는 업데이트 안해도 인스타그램은 디자이너들이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Q.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나?

나는 예중, 예고를 다니면서 그림을 되게 오래 그렸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할 때는 그게 어떤 분야인지 잘 알지 못했고. 단지 입체 쪽은 잘 맞지 않아서 그래픽 디자인을 골랐는데, 전공이 잘 맞아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계속 하게 되었다. 스튜디오의 경우, 졸업하면 취직을 하려고 했는데 졸업 전에 졸업 유예 기간을 가지면서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취직 전에 개인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서 쉐어 작업실을 구했는데, 작업실 비용을 내야 하니 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 거리를 받았다. 작업을 한다고 하니까 아르바이트 하던 데에서 일을 연이어 주기도 하고… 그런 일들이 반복이 되면서 스튜디오를 열어도 되겠다 싶었다. 졸업 유예 기간을 가진 다음, 2015년 12월에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 만 3년 됐고 이제 4년차다. 

국립현대무용단 <STEP UP> 엽서 이미지


나는 진로 자체에 대한 큰 고민은 없었다. 운이 좋았지. 학부 졸업이 닥쳤을 땐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해 고민은 많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이 없었다. 그림 그리는 것도, 레터링도, 편집 디자인도 좋았다. 결국 겹쳐 보니 내가 이미지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그래픽 디자인은 디자인의 여러 세부 분야 중에서도 이미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다루는 곳이라 잘 맞았다.

Q. 1인 스튜디오, 어떤가?

혼자 다양한 결의 일을 한꺼번에 맡아야 한다는 걸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스케줄을 유연하게 짤 수 있고, 조직도 유연하고 작업하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낮시간은 미팅 두세 개 잡으면 금세 다 가고, 메일 쓰고 업무 보다 보면 해 지고 나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날들도 꽤 된다. 메일 쓰는 것도, 견적서 쓰는 것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더라. 세금 내는 때 돌아오면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혼자 일을 전부 처리해야 하니 내가 미팅을 다녀오거나 하는 시간 만큼 작업이 전부 멈추는 구조기도 하고.

Q. 작업 자체가 힘든 경우는 없나?

작업에 관한 사항보다는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을 때 힘들다.

작업의 톤 앤 매너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며 최대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려 한다. 작업에 들어갈 때 어떤 필수 사항이 있는지 초반에 많이 물어보고 체크하는 편이다. 사진은 꼭 이 사진을 써야 하는지, 이 인물이 드러나야 하는지, 반드시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등. 미리 제약이 걸린 조건들을 확인하고 그것을 지키면 수월하다.

글씨를 키워달라는 등의 자잘한 수정사항은 반영을 하는 편인데, 이 과정에서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물어보고 확인한다. 보통 클라이언트가 디자인 비전공자가 많지 않나. 그러니 수정 요청과 그 의도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는 오브젝트 A를 포스터에서 큼지막하게 넣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는데 사실 그게 오브젝트 B가 돋보였으면 해서 요청하는 사항인 거지. 이럴 때 클라이언트에게 의도를 물어 재확인하고 A를 키우는 것보다는 B를, 혹은 C를 손대는 게 낫다고 얘기를 한다. 얘기해도 클라이언트가 여전히 A를 키우기 원한다면 최대한 디자인의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수정요청을 반영한다.

Q. 해 왔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을 소개해 달라.

서울시 무용단의 <토핑>이라는 공연 시리즈의 포스터 작업. 2017년도에 코리안 디자인 어워드 그래픽 부문에서 수상한 작업이기도 하고,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작업이기도 하고, 공연에도 애착을 가지고 있다. 2016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공연의 작업을 맡기 시작했는데 당시 담당자님이 반복되는 정기 공연이니 일관된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여기에 집중했다. 

<Topping> 2017년도 포스터

<토핑>은 젊은 안무가들이 안무를 짜서 올리는 소규모 공연 시리즈다. 다른 분야와 반드시 협업을 해야 하는 공연이다. 예를 들면 한국무용과 비보잉, 한국무용과 비디오 아트처럼. 그래서 이 공연을 소재로 쓸 수 있는 그래픽의 폭이 넓었다. 2016, 2017, 2018년 포스터를 모두 담당했다. 올해도 일이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오면 좋겠네.

Q. 앞으로 5년, 10년 후에도 이 일을 하고 있을까?

하고 싶다. 해야 하는데. 심리적으로 잘 버티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오래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니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Q. 디자이너로서 일할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으로 무엇을 꼽겠나?

개인적인 문제로는 라이프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 업무량이 많다 보니 생활의 사이클이 일을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을 하는 건 좋은데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를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강압적인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힘들다. 아무리 이야기하려고 해도 본인의 입장만 고수한다든지, 나를 작업자로서 존중하지 않는 게 보이는 경우. 작업에 관해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방향을 강요한다. 이렇게 강압적인 클라이언트가 보통 매너도 안 좋은 것 같다.

견적이 너무 적게 책정되는 경우도 많고. 사실 그게 제일 어렵지 않나 싶다.

Q. 적당한 견적이라는 건 어떤 걸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디자이너에게 실례되지 않게 견적을 묻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적절할까?

정해져 있는 사업 예산이 있다면 그 예산을 처음에 얘기하고 그 선에서 가능한지, 아닌지 묻는 게 제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디자이너와 작업을 매우 하고 싶고 예산에 대한 제한이 없는 경우에만 먼저 견적을 물어보라. 내가 견적을 써도 나중에 일을 진행하다가 터무니없이 깎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겪었기 때문에. 그래서 차라리 변경 불가능한 예산의 수준이 있다면 말을 해 준다면 좋겠다. 내가 내 시간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으므로.

Q. 반대로, 나를 편하게 하는 것?

핑퐁하듯 클라이언트와 소통이 잘 된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작업 자체의 결이 내가 하고 싶은 종류일 때. 내가 하면 되게 잘 할 거라고 느끼는 작업들이 있지 않나. 

최근에 했던 작업은 모두 그런 편이었지만 특히 한 가지를 꼽으라면 한글박물관 작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에 기교를 부렸다기보단 인쇄 방식에 중점을 두어 작업했다.


Q. 언젠가 꼭 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같은 작업이 있다면?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와의 그래픽 프로모션. 

나이키에서 여자월드컵을 맞아 진행했던 행사에서 축구 유니폼의 커스터마이징 섹션에 참여했다.

외국 포트폴리오 사이트들을 둘러보다 보면, 정확히 무슨 프로모션인지 모르겠지만 브랜드와 연계해 그래픽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스튜디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게 정말 멋있었다. (한국 나이키, 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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