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Feminist) Scientists 7. 87만명의 인터섹스는 어디에?

알다간성

Mad (Feminist) Scientists 7. 87만명의 인터섹스는 어디에?

하미나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는 17세기 이탈리아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조각한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Sleeping Hermaphroditus)가 있다. 조각상은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엎드려 잠을 자는 모양새인데 살짝 드러난 옆모습에서 젖가슴과 페니스가 함께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자로 원래는 아들이었으나 그에게 반한 물의 요정 살마키스의 소원대로 한 몸이 되면서 남성과 여성의 몸을 함께 갖추게 되었다. 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모두 가진 사람을 뜻하는 ‘양성구유’의 영어 이름 ‘Hermaphroditos’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는 물론이고 탈무드, 인도신화 등 인류 문명의 곳곳에서 발견되며 때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뿌리 깊은
성별 이분법 사회

성차별에는 좀 더 권력을 가진 성(남성)이 다른 성(여성)에게 가하는 억압도 있지만,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에 가하는 폭력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성과 여성 중 한쪽을 반드시 골라 등록해야 하고, 이렇게 등록된 성별을 근거해 모든 공무와 사법체계가 돌아간다. 남녀로 나뉜 것은 화장실, 기숙사, 목욕탕, 주민번호 뒷자리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세상에서 인터섹스는 어디에 자리할 수 있을까?

인터섹스 혹은 간성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에 해당하지 않는 성질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을 일컫는 포괄적인 용어다. 앞서 설명한 양성구유가 생식기를 중심으로 한 용어라면 인터섹스는 이보다 더 폭넓은 개념인 셈이다.

성별을 구별하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 난소와 정소 같은 생식샘? 외부 생식기? 성호르몬? 성염색체? 이 모든 기준 중 완벽하게 남성과 여성을 가를 수 있는 것은 없다. 자연이 다양성과 예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반영하듯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너무도 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일러스트 이민

다섯 개의 성,
혹은 그 이상

미국 브라운대 교수 앤 파우스토 스털링은 1993년 그의 글 「다섯 개의 성: 왜 남성과 여성으로는 충분하지 않나」에서 “최소한” 다섯 개의 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herms”, “merms”, 그리고 “ferms”이 더 필요하다는 거다. 

“herms”는 진성반음양(true hermaphrodites, 참남녀한몸)으로 하나의 정소와 하나의 난소를 갖는다. 하지만 때로는 하나의 생식기관에서 난소와 정소가 함께 자란 ‘난정소(ovotesties)’가 자라기도 한다. ‘진성/true/참’이라는 표현이 붙기는 했지만 진성반음양은 인터섹스 중에서도 드물어서 10만 명당 한 명꼴이다. 

한편 가성반음양(pseudohermaphrodites, 거짓남녀한몸)은 보통의 남성(XY)과 여성(XX) 염색체 쌍과 일치하는 두 개의 생식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외부의 성기와 2차 성징은 염색체쌍의 성과 일치하지 않는다. 

가령 “merms”는 남성 가성반음양(male pseudohermaphrodites, 남성 거짓남녀한몸)으로 XY염색체를 가지고 정소가 있지만 동시에 클리토리스와 질이 있으며 사춘기를 겪으며 가슴이 발달한다. 생리는 하지 않는다.

“ferms”는 여성 가성반음양(female pseudohermaphrodites, 여성 거짓남녀한몸)은 XX염색체를 가지지만 최소한 부분적으로 남성 생식기를 가지며 사춘기를 지나며 턱수염, 저음의 목소리, 성인 크기의 페니스가 발달할 수 있다.

이처럼 파우스토-스털링은 다섯 개의 성을 제안하지만, 이 역시도 그의 임의적인 구분일 뿐 인터섹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 

초기 배아는 여성과 남성으로 모두 분화가 가능하다. 태아의 발생 과정 초반에 여성이나 남성으로 성 분화가 이루어지는데 생식샘의 경우 난소나 정소로, 초기 팔루스(phallus)는 클리토리스나 페니스로 성장한다. 그러나 난정소(ovotestis)처럼 중간 단계 역시 흔하게 존재하며 그 정도와 기준 역시 다양하다. 

1.7%의 인구는 어디에 있을까?

UN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7%는 인터섹스로 태어난다. 이러한 비율 역시 전 세계적으로 균일하지는 않다. 가령 부모에게서 CAH(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아이는 XX염색체를 가지면서 동시에 남성 생식기를 갖고 임신이 가능한 생식기관을 갖는다. CAH는 뉴질랜드에서는 백만 명당 43명의 아이에게 발견되지만, 알래스카 서남쪽의 유피크 에스키모(Yupik Eskimo)에게서는 백만 명당 3500명의 아이에게서 발견된다.(Fausto-Sterling, 2000;20)

어쨌건 UN 통계에 따라 1.7%가 인터섹스라고 가정한다면, 대한민국에만 총 87만 명의 인터섹스 인구가 있는 셈이다. 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일상에서 인터섹스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인터섹스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많은 경우 인터섹스가 태어나자마자 소위 ‘정상화’ 수술을 통해 한쪽의 성별로 교정당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본인도 알지 못한 채 부모에 의해 성별이 어느 한쪽으로 정해지는 셈이다.

또 스스로 인터섹스임을 알지 못한 채로 자신이 가진 성기가 이상이 있는 ‘질환’으로 여겨져 진단을 받고 수술 받는 경우도 있다. 요도하열은 소변이 나오는 요도 구멍이 정상적인 위치보다 뒤쪽에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때 요도 구멍이 아래쪽 음경 피부에 있기도 하고, 음낭이나 회음부 등에 위치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요도하열은 “남자에게 많이 발생하며 남자 출생의 300~500명에 1명 비율로” 빈도가 높은 편이다. 또 “정신적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취학 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으며, 대부분 2세 이전에 수술을 받도록 권유”한다고 소개된다. 아래 기사에서처럼 과거부터 요도하열로 진단을 받고 수술한 환자의 어쩌면 다수는 인터섹스일지도 모른다. 

“두 살 여아 성전환 성공”

이교수 등 「고추만들기수술」 끝에/뜻밖의 득남에 아버지 싱글벙글/여자로 태어난 지 15개월이 지난 다음 남자아이로 수술 되었다.//

지난 14일 오후 1시 서울대학교 비뇨기과 이희영 교수(49)와 서울역전의원 원장 안행준씨(46)는 충북 청주시 영운동 145에서 목수로 일하는 이남규씨(30)의 첫 아기에게 요도하열 제1차만곡 교정수술을 하는 데 성공했다./3시간40본이 소요된 이 수술은 주위의 피부를 이식해서 여성의 생식기 형태를 남성의 것으로 고치는, 이른바 ‘고추만들기’ 작업이었다./비뇨기 계통에서 볼 수 있는 선천성기형인 회음부 요도하열이라는 이 기형태는 형태적으로는 여자의 생식기로 되어 있지만 고환이 생식기 내부에 매몰되어있는 것으로 중성인 것처럼 보이는 반음양형태. 특징은 결과적으로 요도가 없기 때문에 소변을 그냥 흘려버린다./뜻밖에 아들을 얻게 된 이씨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진석이라고 짓고 이날로 출생신고를 했다. 앞으로 3개월이 지나 피부 이식을 해서 만들어놓은 고추가 여물게 되면 요도성형수술을 하게 된다. 이 두 차례의 수술로 진석군은 완전한 남성이 되는 것이다.(동아일보, 1970.6.22.;7면)

 

“쌍동이 자매가 남자형제로”

21세의 아리따운 처녀 쌍동이가 성기 수술로 남자로 변해 이곳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남해군 남면 당항리890에 사는 박현학(48)씨와 부인 김두순(43)씨 사이에서 처음으로 출생한 쌍둥이 장녀 선국(21)양과 차녀 선의(21)양은 성기가 이상한 것을 고민해오던 중 작년 12월 처녀의 수줍음을 무릅쓰고 부산읫과대학에서 성기수술을 마쳐 남자가 된 다음 법적으로 여자가 되어 있는 신세를 면하기 위해 법원에 호적정정을 신청했다.//이들 자매는 어릴 때부터 여장을 하고도 여자들과 어울려 놀기를 꺼려 왔으며 항상 수심에 잠겨 왔었다. 두쌍동이는 누구하고도 목욕을 같이 해본 일이 없었으며 차차 성숙해짐에 따라 자기의 성기가 이상한 것을 알고 단단한 결심 끝에 작년 12월 부산읫과대학에서 수진-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형으로 요도하열이 되어있어 이의수술을 마치고 당당한 남자가 되었다는 것이다.(경향신문, 1963.03.07.;7면)

 

이와 같이 인터섹스로 태어난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수술과 치료의 대상이 된다. 남성 혹은 여성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특징과 외모를 바꾸기 위해 신체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원하지 않은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교정 수술은 흉터를 남기고 성감을 감소시킨다. 부모가 교정하여 생물학적으로 결정한 성이, 나중에 아이가 스스로 정체화한 성과 다를 수도 있다. 누구든 충분한 정보와 상담을 바탕으로 직접 자신의 성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과학적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인터섹스의 삶은 비참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오만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 인터섹스가 이토록 감춰지는 것은 단지 그들이 성별이분법이라는 사회의 공고하고 전통적인 믿음을 위협하는 존재여서가 아닐까. 

참고문헌

Fausto‐Sterling, A. “THE FIVE SEXES.” Sciences, vol. 33, no. 2, 1993, pp. 20–24.

Fausto-Sterling, A. “The Five Sexes, Revisited.” The Sciences, vol. 40, no. 4, 2000, pp. 18–23.

Richardson, Sarah S. “Sexing the X: How the X Became the ‘Female Chromosome.’” Signs, Vol. 37, no. 4, 2012, pp. 909–933.

 

하미나님의 글은 어땠나요?
1점2점3점4점5점
SERIES

Mad (Feminist) Scientists

몸에 관한 다른 콘텐츠

콘텐츠 더 보기

더 보기

타래를 시작하세요

여자가 쓴다. 오직 여자만 쓴다. 오직 여성을 위한 글쓰기 플랫폼

타래 시작하기오늘 하루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