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2-1. 집을 찾는 대장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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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2-1. 집을 찾는 대장정 (상)

한슈

일러스트레이션: 한슈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2편부터는 글쓴이 한슈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합니다!

 

당신은 여행을 다닐 때 어떤 기준으로 숙소를 정하는가? 물이 잘 나오는지, 위치는 적당한지, 깨끗한지, 시끄럽지는 않은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가격은 얼마인지 등의 기준 중 최소한 한두 개는 고려하여 숙소를 정할 것이다.

며칠 머무를 여행지의 숙소 정하기도 고민이 되는데 1년 어쩌면 2년을 넘게 살아야 할 집을 구할 때는 당연히 더 많은 것을 따져봐야 한다. 내가 글래스고에 도착한 것은 학기가 시작하기 한 달 전이었다. 살 집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영국의 집 계약은 반드시 뷰잉(Viewing)을 한 후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뷰잉(Viewing)은 내가 집을 둘러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집주인이 나를 보고 집을 빌려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해서 뷰잉을 한다고 반드시 방을 얻는 것은 아니다. 비가 내리던 글라스고 공항을 빠져나와 집을 찾을 때까지 머무를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글래스고에 오기 전에 예약한 숙소는 두 곳, 나는 집을 찾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2주일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집을 찾는 대장정의 시작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학생,
보증인 없음,
난이도 상

일러스트레이션 한슈

비를 맞으며 도착한 첫 번째 에어비앤비는 글래스고의 남쪽, 리버 클라이드(River Clyde)의 밑에 쪽에 있는 존의 집이었다. 번화가에서는 대략 30분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었고 글래스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한 집이라 정말 생뚱맞은 지역이었다. 관광지도, 번화가도 아닌 주택가. 그렇기에 한적하고 밤이 되면 세상 조용한 지역에서 일주일을 지내게 되었다. 식당도 패스트푸드점도 없어서 마트에서 장을 봐서 음식을 해먹어야 했다. 첫 숙소가 번화가와 먼 것은 둘째치고 문제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을 찾기 위해서 찾아본 사이트는 spare share, right move, Zoopla, Gum tree. 집이 사이트에 올라온 후 하루 이틀 사이에 계약이 완료되는 경우가 많아서 뷰잉을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뷰잉을 잡아도 나 혼자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뷰잉을 원하는 모두와 함께 집을 둘러봐 어쩐지 단체 관광객처럼 집을 둘러봤다. 그리고 집주인 대부분은 돈을 제때 낼 수 있는 사람, 계약서에도 쓰여 있는 보증인이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계약을 하길 원했기 때문에 학생인 데다가 보증인이 없는 나는 계약 순위의맨 마지막에 가까웠다.

학교에 가깝고 3명 이상이 공유하지 않는 집, 창문에 해가 잘 들고 적당히 오래된 집을 찾겠다는 야심 찬 기준은 점점 낮아져 갔다. 일주일 만에 집을 찾기 힘들 거란 예상은 했지만 뷰잉조차 잡지 못할 수 있다는 건 예상 밖이라 더 초조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뷰잉하는 것도 힘들고 설사 마음에 들더라도 경쟁이 무척 치열했다. 집 주인인 존은 그 사실을 알고 원한다면 이 집에서 더 머물러도 좋고 나중에라도 집을 못 찾으면 언제든 돌아와서 머물라는 따듯한 말들로 위로를 해주었다. 언제든 또 만나자며 마지막 허그를 한 후 두 번째 숙소로 향했다.

아마도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가정집과 오래된 호텔은 엘리베이터가 없을 것이다. 새로 지은 집이 아닌 이상 보통은 4층의 주택이라도 계단만 있을 뿐 엘리베이터는없다. 글라스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3층이었던 존의 집도, 두 번째 숙소인 작은 호텔도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세 개의 캐리어를 들고 옮기기에는 아주 죽을 맛이었지만 두번째 숙소는 학교 바로 옆, 번화가로부터 걸어서 10분 정도라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좋았다. 

위치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글래스고에서의 2년을 돌이켜봐도 잉글리시 브랙퍼스트가 제일 맛있는 호텔이었다. 숙소를 옮겨도 집 찾기는 끊임이 없었고 매일 뷰잉을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여전히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뷰잉을 하면서 글라스고 이곳저곳을 구경했고, 먼저 글래스고에 사는 한국사람들의 집을 뷰잉하러 가면서 서로서로 알게 되었고, 같이 공부하게 될 것 같은 반 애들도 알게 되면서 조금씩 글래스고에 적응을 해갔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대부분 학생은 10월쯤에 집계 약이 끝나기 때문에 그때쯤 집이 많이 나오고, 또 유학생의 대부분인 중국인 학생들은 자신만의 채팅방에서 집을 내놓고 공유하기 때문에 유학생용 집 계약은 그 채팅방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전혀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는 신입생환영회와 학교 투어를 하면서 다가오는 학기의 시작을 알렸다. 나는 집을 여전히 찾지 못한 채 세 번째 숙소로 향했다.

세 번째 숙소는 켈빈 그로브 파크라는 큰 공원 앞에 있는 작은 호텔이었다. 짐을 많이 꺼낼 수도 없기에 최소한의 옷과 최소한의 물품으로 거의 20일가량을 지냈다. 이쯤 되니 거의 포기상태로 글래스고의 카페들과 전시, 스코틀랜드의 선선한 여름을 즐기러 다녔다. 집의 범위도 좀 더 넓혀서 사설 기숙사도 알아보고 학교의 기숙사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러스트레이션 한슈

대부분 학생은 유학원을 통해서 연계된 사설 기숙사를 들어간다는 것도 이쯤에야 알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았지만 직접 보고 결정하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애들을 만나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사설 기숙사라도 위치가 어디가 좋고 나쁜지를 전혀 알 수 없어서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숙사도 기숙사마다 방의 크기나 주방의 크기, 또 몇 명씩 쉐어하는지와 주위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는 도착해서야 알 수 있으므로 기숙사를 살더라도 미리 와서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보통의 계약은 최소 1년, 룸메이트를 고를 수는 없어도 돈을 낸 이상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1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겪어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기숙사의 뷰잉들과 학교의 학생증을 받으러 다니며 나는 네 번째 숙소로 또다시 짐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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