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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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갔습니다 0. 프롤로그

한슈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나는 한 번의 졸업 전시와 한 번의 논문 제출을 끝내고 석사 유학을 떠났다.

돌이켜 보면 유학을 떠난다는 것은 이유와 명분보다는 시기를 찾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 시기의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유학은 일을 좀 하다가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교수님과,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 홀로 토플과 아이엘츠 시험을 준비하던 중, 가고 싶을 때 가라는 존경하는 복수 전공 교수님의 커피 한 잔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서 유학 원서를 작성했다. 그때를 시작점으로 10개월가량의 준비 끝에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영국이었다.

영국? 스코틀랜드?

영국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도시는 런던이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히스로 공항과 튜브를 타고 나가면 보이는 빨간 이층 버스와 블랙 캡,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템스 강은 아마 런던의 아이콘을 넘어서 영국의 대표적인 이미지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런던에 조금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제일 큰 도시는 어디일까? 런던을 제외한 영국 내에서 튜브가 존재하는 단 한 곳은 어디일까?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영국에는 한 영토 안에 비공식적으로 두 나라가 있다. 스코틀랜드와 영국, 크게 보자면 런던 주위의 지역과 에든버러 주위의 지역으로 두 개로 나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과 런던의 상징인 유니언잭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상징인 국기 역시 존재한다. 또 파운드라는 화폐를 사용하는 영국이라는 한 영토 안에서 스코틀랜드는 파운드 화폐를 쓸 뿐 영국의 여왕이 그려진 지폐 그림과는 전혀 다른 지폐를 쓰고 있다. 그리고 런던의 가게들은 여왕이 없는 스코틀랜드의 지폐를 받지 않는, 여행자에게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지폐 모양, 두 개의 국기. 런던에서 기차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런던과 더불어 유일하게 튜브가 존재하는 곳은 ‘글라스고’라는 도시이다.

글라스고가 어디야?

그렇다. 2016년, 내가 커다란 3개의 캐리어 가방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히스로 공항도, 빨간 이층 버스도 없는 비가 내리고 있던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라는 곳이다. 6개월가량 많은 학교의 인터뷰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학교를 선택해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런던에서 공부하고 좋겠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런던이 아닌 글래스고로 간다는 말에는 그게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나조차도 유학을 가기 전에는 글래스고라는 도시가 존재하는지도, 스코틀랜드가 런던이 있는 나라의 한 부분이라는 것도 몰랐으니까. 런던과 런던 주변 지역과 비교하면 스코틀랜드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다. 스코틀랜드에 관한 사진이나 글들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역할을 하는 에든버러에 관해서가 가장 많고, 그마저도 런던 여행 책의 부록과 같은 짧은 부록 정도로밖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몇 없는 정보들 속에서 꼭 굳이 갈 필요는 없다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영국과는 제법 다른 색을 가진 지역이다. 같은 영토지만,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하는 것만 같은 아이러니한 나라인 영국. 그중 잘 알려지지 않은 스코틀랜드를,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글래스고에서의 삶을 적어보려고 한다. 스코틀랜드에도 중세시대의 성들과 같이 구글에 쳤을 때 나오는 멋진 장소들도 많다. 그러나 나는 멋진 관광지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에도 우리의 일상과 같은 평범한 하루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 학교에 가고, 늦은 오후에 깨어나서 마트에 가는 하루들. 어쩌면 별반 다를 것도 없는 그런 하루를 글을 통해서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의 선택을 응원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낯설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에 갈지 말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스코틀랜드에 발을 내디뎌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당신이 이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 혹은 이 도시를 떠나고 싶은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유학을 가려는 사람이든 아니든, 내가 살았던 ‘하루’들에 관하여 그리고 내 일상을 채워주었던 것들에 통해서 글래스고가 당신에게 조금 더 가까운 도시가 되기를, 당신이 모르는 우주의 어떤 부분을 채워주기를, 또 어느 곳으로든 유학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어떤 선택에든 응원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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