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기사를 읽는 당신이 생각해 봐야 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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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기사를 읽는 당신이 생각해 봐야 할 4가지

김평범

"'경찰 추산' 집회 참가자 수는 늘 왜 이렇게 적은 거지?"

"실제로 이렇게 폭력 행위가 많았나?"

"기자는 왜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쓰지?"

집회, 시위 기사를 접하는 가장 흔한 반응들이다.  

흔히 집회·시위 기사라 함은 특정 단체들이 특정 장소에서 운집하여 특정 주체를 상대로 어떤 사항을 요구하고, 촉구하는 등 단체행동을 벌인 사실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일컫는다. 규모가 커지거나 대치상황이 격렬해질 경우 기자가 보고 느낀대로 정리하는 스케치성 기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집회·시위 기사의 진실에 관해 몇 가지 정리해 봤다. 앞으로 집회·시위 기사를 읽을 때 한 번 유의 깊게 살펴보라.

1. 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았을 수 있다.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분명히 전제로 한 상태에서 설명하겠다.

집회·시위 기사를 쓸 때 기자들이 꼭 넣어야 하는 요소는 늘 정해져 있다. 육하원칙을 떠올리면 쉽다. 

△주최 단체명 △일시 및 장소 △집회 이름 △주요 요구사항 △특이한 퍼포먼스 △참가인원 및 경찰 경력 배치 현황 등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일상적인 집회나 기자회견의 경우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같은 내용을 기본으로 취재하도록 교육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현장에서 큰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집회나 시위, 기자회견의 경우, 주최측이 주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의 요소를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 이 말인 즉, 직접 가지 않아도 자료만으로 기사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특히 평일 오전 비슷한 시간에 광화문광장이나 정부서울청사 주변, 서울중앙지법 앞, 국회 앞 등 서울 전역에서 다양하게 열리는 집회·시위에 모든 기자가 다 일일이 찾아가서 상황을 챙기기란 불가능하다. 그럴 때 보도자료에 있는 성명서, 기자회견문, 발표문, 논평 등을 참고하여 3,4문단 분량의 짤막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다.

간혹 기사에 특정 사람의 직접적인 워딩 없이 '이들은', '이들 단체는' 식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2. 주최측 추산 참가인원과 경찰 추산 인원은 당연히 다르다.

집회·시위에서 몇명이나 모였느냐 하는 점은 때때로 기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해당 이슈에 대해 관심이 있고, 지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몇명이 모였는지를 기사에 씀으로서 현장의 분위기를 가늠해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규모가 큰 집회·시위 현장에서 기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최측과 경찰 정보과 직원에게 각각 참가 인원 추산치를 확인하는 일이다. 기자는 확인된 경찰 추산 인원과 주최측 추산 인원이 다르기 때문에 기사에는 각각 양측 추산대로 모두 작성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주최측은 13만명, 경찰은 6만8000명이 모였다고 각각 밝혔고, 기사엔 양측 추산 인원을 병기하게 된다.

대체로 경찰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해당 시점의 참가인원을 추산하며, 최종 발표하는 참가인원은 이 중 가장 큰 숫자를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보통 일정 면적(3.3㎡)에 평균 성인 4~6명이 있다고 보고 전체 면적을 곱해 총 참가인원을 계산한다. 면적당 평균 참가인원은 집회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주최 측 역시 비슷하지만 잠깐이라도 참여한 시민을 모두 인원으로 포함해 추산한다는 점이 경찰과 다르다. 또 참가한 단위들로부터 인원을 취합하기도 하고, 들고 난 시민까지 모두 계산하면 인원은 당연히 경찰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기자들은 경찰에 시작 시 인원과 중간 인원, 끝날 때 인원 등을 물어 파악해 두고 기사를 작성한다.

3. 기자에 따라, 매체에 따라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집회·시위 현장에는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이 취재를 온다. 각 매체의 성격에 따라 당연히 해당 집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취재원이 다를 수 있다.

ⓒ연합뉴스

매년 열리고 있는 '퀴어문화축제'를 예로 들어보자. 

올해 6월 서울광장에서는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의 경우 취재를 위해서는 부스에 보증금을 내고 등록 절차를 거쳐 취재를 위한 'PRESS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주최측은 이 과정에서 성 소수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매체들의 경우 취재를 거부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취재 거부 언론사로 선정된 매체들은 어떤 식으로든 들어와서 자극적인 사진을 몰래 찍고, 상황을 중계하듯 기사로 작성해 기사로 내보낸다. 그 기자의 눈을 거쳐 나간 기사는 당연히 비판적이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일 수 밖에 없다. 기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지켜볼 수 없으며, 때로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부러 왜곡된 시각을 갖기도 한다.

4. 일단 나가보라.

집회·시위 기사는 한 두 사람의 기자가 자신이 보고 느낀대로 정리해 작성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기사를 쓴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사실이 왜곡되기도 한다. 이는 기사 뿐 아니라 현장을 찍은 사진, 방송 영상 모두가 마찬가지다.

몇 컷의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 몇 줄의 기사만으로는 당연히 모든 사실이 올바르게 전달될 수 없다. 내가 읽는 기사가 왜곡된 것이 아닌가 궁금하다면 찬성이든 반대든 현장에 나가보는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직접 현장에서 보고 나서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을 두루 살펴보자. 기사를 쓴 기자의 판단과 직접 본 내 판단이 같거나 다르다고 해서 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방법을 통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생각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답은 현장에 직접 가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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