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비대한 남성 연예인들을 위한 사과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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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가 비대한 남성 연예인들을 위한 사과문 가이드

Pinch Editors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1.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지 마세요.

그동안 사랑과 관심을 쏟은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면,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들 앞에 서서 사과하는 것이 옳다. 얼굴조차 보이지 못하는 사과라니, 스스로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여긴다는 이들 치고는 너무나 찌질하지 않은가? 

승리와 용준형의 초기 대응을 기억하는지. 이들은 소속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보도 내용이 '조작'이라고 주장했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하지만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현재 입장은 '전속 계약이 끝나서 알 수 없다'이다. 용준형의 경우 시간이 지나자 일부 보도 내용을 인정하는 보도자료를 냈고, 하루가 지난 뒤에는 결국 최초 보도 내용을 모두 인정하는 사과문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다, 어째서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할 때는 보도자료고 기자회견이고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일개 개인이 되어 갑자기 인스타그램만이 유일한 소통채널이 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 참담해하지 마세요. 그건 그쪽 몫이 아닙니다.

본인의 커리어가 산산조각 나는 것 같으니 기분이야 참담하겠지만 그것을 사과문에서 밝힐 필요는 없고, 다른 사람들이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이다. 정작 참담해야 할 것은 사람의 상식선을 믿은 팬들일 것이다. 

3. 사과에 이유를 덧붙이지 마세요.

'와이지와 빅뱅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멤버들에게 더이상의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등의 동기는 사과를 듣는 이들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마치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영문을 알 수 없다. 당신은 불법 촬영을 하거나, 그 불법 촬영물을 공유받은 범법자이다. 법을 어긴 것에 대해 처벌을 받는 것은 인과이지, 희생이 아니다. 남들 다 하는 짓인데 나만 걸려서 억울한 게 아니라면. 

4. 사안을 가볍게 만드는 단어를 쓰지 마세요. 

성범죄를 '부도덕한 일' 따위로 에둘러 표현하는 수법은 이미 언론 보도에서 수도 없이 쓰인 전형적인 수법이나, 그것을 사과문에서까지 볼 줄은 몰랐다. 더불어 스스로의 범죄 사실을 '흉측한 진실'과 같이 시적으로 표현하려 드는 것은 어떠한 의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5. 사과의 대상을 명확히 하세요. 

그래서 누구를 향해 사과한다는 말인가? 믿어주시고 도와주시고 사랑해주신 분들과 같은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피해 여성을 향한 정확한 사과가 명시되어야 자신의 행위에 대한 사과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성립할 것이다. 

6. 맞춤법 검사기라도 제발.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이야 기계의 힘을 빌릴 수 없는 영역이라고 쳐도, 대중적인 띄어쓰기와 맞춤법, 구두점 정도는 맞춤법 검사기가 해결해 준다. 어째서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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