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비전공자, 개발자 4. 첫 회사, 뭘 보고 고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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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비전공자, 개발자 4. 첫 회사, 뭘 보고 고르면 좋을까

밀라르카

나는 국비과정을 4개월 만에 중단하고 첫 회사로 출근했다. 그때에는 프론트엔드, 백엔드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국비 강좌 강사에게 면접 때 있었던 일을 들려줬더니 아마 백엔드는 아니고 미들 파트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추측과 다르게 내가 담당하게 된 부분은 백엔드였다. 내가 합류한 팀에는 백엔드 개발자 한명, 안드로이드 개발자 두명, 디자이너 한명, 기획자 한명이 있었다.

나는 운이 좋았다. 같은 팀에 있었던 백엔드 개발자는 나보다 조금 먼저 입사한 사회 초년생 신입 개발자였다. 나는 회사 업무 경험이 많은 반면 개발 경험이 적고, 동료 백엔드 개발자는 개발 경험은 많은데 사회생활 경험이 적었다. 서로 장단점이 보완되는 관계라서 계속 협력하며 개발을 했고, 텃세를 경험하지 않았다. 다른 비전공자분들은 회사에 들어가서 텃세를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던데 그런 경우에 비하면 운이 좋았던 셈이다.

일러스트 킨지

그 당시 내가 근무하던 회사는 이미 다른 아이템으로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해보고 싶어 했다. 기존의 아이템은 php로 개발된 웹이었지만 새 아이템은 안드로이드 앱이어야 했다. 앱을 위해서 서버도 구축해야 했고,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 인프라도 구축해야 했다. 회사 내에 그런 일을 할 만한 개발자 인력이 없었기 때문에 CTO가 새로운 개발인력을 모으는 중이였다. 마치 company in company 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했다. CTO가 직접 팀 리딩을 했다. 그 분은 애자일(소프트웨어 방법론 중의 하나로, ‘협력’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생명주기동안 반복적인 개발을 촉진한다. 애자일은 소트프웨어 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코치로서의 경험도 많아서 개발뿐만이 아니라 팀 빌딩, 퍼실리테이션 등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개발 직무외에 이러한 것들도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매우 필요하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종종 화제가 되는 토픽 중엔 이런 것이 있다. ‘어떤 개발자와 같이 일하고 싶나요?’ 답변은 주로 두 가지로 나뉘는데, 뛰어난 실력자 또는 협업이 잘 되는 개발자다. 예전에는 좋은 개발자란 곧 개발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최근에는 ‘좋은 개발자’라는 말에 실력 뿐 만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포함된다. 점점 많은 스타트업들이 개발 실력과 함께 협업 능력도 평가하는 추세다. 나는 첫 회사에서 백엔드 개발을 하다가 나중에 아이폰 앱 배포, 안드로이드 앱, 웹 개발 등 프론트엔드를 경험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이직한 회사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뿐만 아니라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이 가능한 개발자를 구하고 있었다. 마침 내가 다양한 파트를 경험한 걸 보고 비록 내가 비전공자이지만 협업 능력은 회사가 원하는 레벨일거라 생각해 나를 불렀던 것이었다.

아직 제품이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일 경우에는 개발자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요구된다. 정확한 기획서가 없이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직업으로 회사생활을 경험했던 분은 타 직군에 대한 지식과 업무 능력이 강점이다.

첫 회사 고르는 법

첫 회사를 어떤 곳으로 가느냐에 따라, 당신의 개발에 대한 지식, 이해도, 개발방식 등등 많은 것들이 정해진다. 그리고 이것들은 개발 실력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내 지인은 최근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해당 스타트업은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였다. 사람들은 항상 협력과 피드백을 주었고, 본인이 습득했던 기술을 항상 공유했으며, 오히려 나서서 가르쳐주고 싶어했다. 개발을 열정적으로 했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줬다. 장애 상황에서는 담당자를 찾아서 비난하는 대신, 우선 장애 상황을 해결하고 나서 해결했던 과정을 회고하며 같은 장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도구나 시스템을 활용하고 구축했다. 지인은 해당 회사에 근무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만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반면 다른 지인은 개인주의가 강한 소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개발자들은 기술을 선정할때 서로 의논하지 않았고, 이슈를 공유하지 않고, 에러가 발생했을 때는 장애 해결 및 방지에 힘쓰기보단 해당 부분을 담당한 개발자를 찾아서 그 사람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기술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회사였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 개월뒤 지인은 본인의 개발 실력이 정체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퇴사했다. 이렇듯 첫 회사는 무척 중요하다.

내 경험에 비춰 봤을 때 근무하기 좋았던 첫 회사의 유형을 정리해 봤다.

이런 회사는 가 보자

최신 기술 스택을 갖추고 개발자에게 많은 자유를 주는 회사

초창기 스타트업, 또는 기술수준이 곧 사업의 성공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일 경우 기술 스택을 계속 최신으로 유지하려 하고, 개발자에게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이런 회사는 보통 애자일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지식을 공유하고 전파하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직장동료를 보면서 다른 개발자와 ‘협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일러스트 킨지

CTO가 직접 개발을 하는 회사

회사가 설립된지 얼마 안됐을 경우에는 CTO가 직접 개발을 하기도 한다. 회사의 인원도 아마 10명 이내일수도 있다. 이런 회사에서는 CTO와 자주 마주칠 일이 많고, CTO에게 개발 뿐만이 아니라 사업 규모에 맞는 기술 선택, 아키텍쳐, 한정된 비용에서 운영 등등 연식이 오래된 개발자들이 갖고있는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어서 좋다.

TechLead가 있는 회사

큰 조직이면 CTO가 직접 개발하지 않고 각 팀 또는 전체를 담당하는 TechLead를 둔다. Tech Lead, Tech director 등등 각 회사마다 직책의 이름은 다르다. 이들은 직접 개발도 하지만 해당 조직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한다. 기술적으로 가이드를 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개발 실력이 늘기에 좋다.

이런 회사는 피해라

너무 적은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

최근 개발업계에서는 개발자의 연봉과 개발자의 실력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그저 지나온 회사의 궤적에 불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봉을 너무 낮게 시작한다면, 연봉을 업계 평균까지 올리는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절대 초봉을 너무 낮게 잡으면 안된다. 

일러스트 킨지

비개발직군까지도 남자 직원만 있는 회사

남자 직원만 있는 게 문제가 아니다. 남자 직원만이 버틸 수 있는 게 문제다. 이런 회사는 여자가 다니기 힘든 회사인게 아니고, 그냥 사람이 다니기 힘든 회사다.

기술 스택이 너무 오래된 회사

연식이 오래된 회사의 잘 되는 서비스는 레거시와 기술부채가 많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문제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라면, 기술 부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곳에서 개발을 하면 직장인처럼 매달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다닐수는 있겠지만,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면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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